발행일 : 2019.10.17 목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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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파니아학교에서 생각해본 ‘사람중심 혁신 중소기업’ 이야기김기찬 국민경제자문회의 혁신분과 의장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꼼파니아 학교 교장 | 승인 2019.01.07 13:34

[여성소비자신문]기업이란 무엇일까? 영어로 Company이다. 스페인어로는 Compañía다. 이 단어는 중세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다. ‘com(함께)’+‘pane(빵)’+‘ia(먹는 것)’이 결합된 것이다. 중세시대에 군인들이 같이 행군하며 빵을 함께 먹는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결국 기업은 함께 빵을 만들고 나눠먹는 사람들의 공동체이다.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한자로도  기업이란  ‘기(企)’는 사람 인(人)과 머무를 지(止))의 합으로 “함께 일하는 모양을 가진 업(業)”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즉 사람이 모여 함께 업을 일으키는 것이다.

기업의 핵심은 곧 사람이고 이들의 열정과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보면 된다. 다시말해 기업간의 경쟁은 외형적으로 보면 기술싸움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내면을 들여다 보면 기술경쟁 이전에 사람간의 싸움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 시작된 꼼파니아학교는 바로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전쟁 잿더미에서 한국경제는 이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주체는 기업이었다. 우리 기업들은 그동안 열심히 일해 왔다. 창조할 틈도 없이 열심히 모방을 하며 성과를 이루어 왔다. 때로는 원가를 낮추기 위해 구조조정을 해야만 했다. 선제적인 장비투자를 통해 세계수준의 품질과 원가경쟁력을 갖추면서 선진국들을 추격하는데 성공하면서 성공가도를 걸어왔다.

이런 성공을 이루어온 우리 경제의 주인공인 기업들이 요즘 아주 힘들어하고 있다. 한계기업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2017년 기업활동조사 결과(통계청. 2018. 12)에 의하면, 조사 대상 제조업체 중 전혀 수익을 못내는 연간 순이익률 0% 미만의 기업 비율이 22.8%로 2016년 대비 4.2%포인트 급상승했다.

문제는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업 성장에 있어서 경기적인 요인보다는 구조적인 요인이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난 60여년 동안 우리 기업들은 혁신보다는 모방으로, 지식보다는 노동력으로, 신제품, 신시장보다는 이미 있는 제품, 이미 있는 시장을 통해 성공했다. 이미 있는 시장, 이미 있는 제품을 빠르게 추격하기 위해서는 스피드와 효율성이 높은 수직적 계열화가 큰 공헌을 했다. 많은 부품업체와 중소기업들은 이런 계열화의 틀 속에서 성장을 함께 해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중국이 이미 이러한 시장을 다 가져가고 있다. 중국이 훨씬 저렴한 원가로 우리 기업들의 시장을 잠식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본격적인 어려움이 시작되었다.

따라서 이제는 ‘모방’이 아닌 ‘혁신’으로 경제구조를 전환해야 한다. 납품이 아니라 영업시대를 열어야 한다. 대기업이 글로벌화하는 동안 우리 중소기업은 글로벌시장에서 영업도 별로 해본 경험이 없다. 부품업체가 ‘을’이라고 하지만, 독일에서는 부품업체가 ‘갑’이다. 왜냐하면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해외영업에 아주 강하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히든챔피언 역할을 하는 기업들의 평균 해외매출 비중은 60% 이상이고 영업이익율은 10%에 이른다.

이런 독일에서 혁신성장을 위한 핵심 키워드가 무엇이었을까? ‘사람’이다. 지금 우리 기업처럼 사람을 구조조정하기 보다 사람을 키워주고 그들이 고수가 되도록 했다. 인구 8천만의 독일에서는 사람을 평생 동안 키워준다. 이 사람들이 기술을 만들고 신제품을 만든다. 영업도 사람들의 엔지니어링 세일즈로 한다. 해외 입찰에서 독일기업들의 수주능력은 뛰어나다. 고부가 시장에서 기술과 서비스로 성과를 만든다. 핵심은 바로 ‘사람경쟁력’이다.

반면 지금까지의 한국 기업들은 신기술과 사람보다는 원가와 장비에 초점을 둔 비즈니스모델이었다. 한국인은 체면문화로 영업을 싫어하고 기획 부문에 인재들이 많이 몰려 있다.

2019년은 지난 60여년간 모방과 노동의 비즈니스모델을 사람과 혁신의 비즈니스모델로 바꾸는 원년이기를 기대한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사람의 역할이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왔다. 이제 사람의 역량을 한 단계 더 키워서 새로운 발전의 원동력이 되도록 만들어 가야 할  시점입니다. 이러한 사람이 중소기업의 혁신성장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3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사람은 동물보다 약하다. 단지 협력할 수 있기 때문에 강해진 것이다. 기업을 강하게 하는 것도 사람이 협력할 때이다. 이러한 협력을 제도화한 것이 기업의 본질이다. 199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코스의 논문 기업의 본질의 핵심내용이다.

둘째, 한국은 장비를 좋아하고 사람을 구조조정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이런 기업들은 앞으로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이제 사람을 비용이 아니라 혁신의 원천으로 만들어야 한다. 기업의 핵심자산은 장비가 아니라 사람이다.

기계는 정해진 만큼 일을 하지만, 사람은 생각이 달라지면 2배, 3배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갤럽의 2013년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직원들의 혁신참여비율은 세계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몸도 마음도 출근하여 적극적으로 몰입하는 직원의 비율이 고작 11% 정도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것은 지금까지의 장비투자형 성장모델의 한계로 보인다. 이제 장비 투자주도형 성장에서 3만 달러 시대 사람중심형 혁신성장 모델로 변신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직원을 혁신의 주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 평생에 걸쳐 자기 분야 고수가 되도록 직원을 키워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직원은 단순생산자가 아니라 혁신아이디어를 만들어낼 것이다.

셋째, 이제 기업도 생산을 위해 협력하는 주체를 넘어, 생각을 공유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현대 경영학의 이론을 바꾼 톰 피터스의 ‘초우량기업의 조건'에 의하면, 혁신성장한 기업은 ‘기업과 직원간 가치’를 공유한 기업이다. 기업과 직원이 가치를 공감하면서, 기업가-임원-직원간 서로 이해의 폭을 넓혀가야 할 때이다.

우리 기업에는 기업가와 사회, 기업과 직원간 ‘서로 공감하고 있는 정신’이 부족하다. 서로 공유하는 정신, 이것이 바로 ‘기업정신’이다. 기업정신이 기업의 철학이 되고 기업문화를 만든다. 우리나라 기업의 글로벌 정신지수가 저하되고 있다.

2000년에는 세계 2위 수준에서 현재는 20위권 밖으로 떨어져 있다. 독일의 장인정신. 미국의 기업가정신, 일본의 상인정신처럼 우리 기업과 구성원의 자긍심을 만들어주는 ‘한국식 기업가 정신’을 키웠으면 한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는 국민에게는 혜택이지만, 기업에게는 고비용시대가 오는 것이다. 고비용 시대를 혁신으로 살아가는 기업의 비즈니스모델개발이 필요하다. 그 방향은 설비투자주도형 성장에서 사람중심형 혁신성장으로 진화하는 길이다. 이러한 사람중심 혁신성장기업에서는 자긍심을 가진 직원들이 기업과 함께 성장할 것이다. 이렇게 직원이 성공하는 기업은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기업’이 될 것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꼼파니아 학교 교장  kckim.kc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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