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여성 기획특집
대검, 여성정책연구원과 양성평등정책포럼 공동 개최포럼서 '면죄부' 논란 '가정폭력 가해자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 분석..."실효성 있느냐" 지적도
한지안 기자 | 승인 2018.12.21 14:09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경찰청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검거된 가정폭력 범죄 건수는 3만8489건, 검거 인원은 4만5206명에 달했다. 전년 대비 15.6% 감소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수치다.

경찰이 가정폭력범을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게 된 건 지난달 27일부터다. 피해자에 대한 접근 금지명령을 가해자에게 어긴 과태료뿐 아니라 징역형 등 형사처벌을 받도록 했다. 이같은 사실을 발표하며 여가부는 가해자 엄벌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고 “상습 흉기사범 등 중대 가정파탄 사범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검사가 가정폭력 사건을 상담 조건으로 기소유예하는 ‘상담 조건부 기소유예 제도’가 당초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가정폭력의 정도가 심하고 재범의 우려가 높은 경우 해당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해당 제도를 평가하고 향후 과제를 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상담 조건부 기소유예 제도의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해당 제도가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검찰청은 19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공동으로 서울시 은평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국제회의장에서 '가정폭력 가해자 상담 조건부 기소유예 제도 평가와 향후 과제' 포럼을 개최했다. 대검찰청 형사부(구본선 검사장)는 이날 오전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여성 대상 폭력 범죄'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상담 조건부 기소유예 제도는 지난 2007년 8월 가정폭렴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검사가 기소유예 처분할 수 있는 사건 중 사안이 경미해 단기적인 교육으로 가정폭력행위자의 성행교정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범행 경위 전력 성향 등을 종합해 볼 때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가정폭력행위자가 주벽이 있거나 약물 알코올을 남용해 지속적인 관찰과 계도 등을 위한 주기적인 상담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 상황에 상담을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할 수 있다.

이날 ‘상담 조건부 기소유예 현황분석’ 발표를 위해 참석한 안성희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검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검찰에 접수된 가정폭력 사건은 2013년 1만7191명 2014년 2만3527명 2015년 4만7007명 2016년 5만4191명 2017년 4만7036명으로 증가했다. 2014년 5000명 증가 후 2015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는 9월 기준 2만7721명에 달했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안 검사는 “이같은 사건의 증감은 실제 가정폭력 사건이 더 많이 발생했다기보다 더 많이 입건되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며 “2013년 이후 정부가 가정폭력을 중대 범죄 중 하나로 규정하고 근절 정책 및 대안을 마련한 점, 정부의 현황파악 노력에 따라 철저히 분류해 통계가 파악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7년 3월 국회에서 조건부 기소 유예제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법률 개정안이 제안됐다.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어 가정폭력이 범죄행위가 아니라고 느끼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상담 위탁을 받은 상담소들로부터 상담 조건부 기소유예 대상자들의 불성실한 상담 태도나 폭력의 정도가 심한 경우에도 상담 조건부 기소유예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한다’며 제안 이유를 밝혔다”며 “올해 11월 27일 발표된 관계부처 합동 가정폭력 방지 대책에 대하여 ‘상담 조건부 기소유예 제도가 가정폭력처벌법을 사실상 무력화시켰다’며 ‘가해자들의 상담이 수율이 현저히 낮고 엉터리로 상담에 임하는 경우가 많지만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비판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중한 범죄자’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는 지적과 ‘가정폭력이 범죄행위가 아니라고 느끼게 한다’는 지적에 대해 사건관계자들을 접하고 그에 대한 처분을 하게 되는 검사로서 조건부 기소유예는 행위 태양 등 죄질이 중하지 않은 사건을 전제로 행위자가 자신의 범죄행위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경우에만 처분하고 있기에 그러한 판단을 신뢰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그에 따르면 조건부 기소유예는 ‘그 조건을 성실하게 이수하는 것을 전제로 기소를 유예하는 것’을 의미한다. 안 검사는 “만약 가정폭력 행위자가 불성실한 상담 태도를 보이는 경우 검사는 사건을 재기하여 기소할 수 있다”며 “실제로 조건을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는 경우 재기하여 기소하거나 다시 수사해 새로운 처분을 하는 방법 등으로 사후 관리 및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이 폐지된다면 그 처분 대상자가 반드시 기소유예가 아닌 더 중한 처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또 엄벌주의가 대안이 되는 경우 피해자들이 신고 자체를 꺼리게 되어 보호의 사각지대로 내몰릴 우려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가정폭력 사건을 접하게 되는 검사의 입장에서 볼때 가정폭력 사건은 다른 사건에 비해 더더욱 각 사건과 당사자에게 적합한 처분이 세심하게 고민되어야 하기에 조건부 기소유예 제도의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더욱 신중하게 대상 사건을 검토하고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대상자를 결정하여 실질적인 성행 개선의 효과가 나타나도록 하고 가정폭력 사건의 재범을 방지하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제도의 도입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날 그가 제안한 제도는 결정전 조사제도, 형벌과 수강명령 등의 병과 제도, 신고 의무자 범위 확대 등이다. 결정전 조사제도의 경우 가정폭력은 아동학대나 성폭력 사건과 달리 검사가 보호관찰소에 결정전 조사를 의뢰해 심리검사나 성격검사를 포함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법률적인 근거가 없는 상태다. 안 검사는 이에 대해 “가정폭력 사건 결정전 조사 제도가 도입되면 검사에게 사건에 대한 적정한 처분을 결정하기 위한 풍부한 자료가 확보될 뿐 아니라 조사과정 자체로 가정폭력행위자에 대한 경고 및 교화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향후 처분에 대한 효과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형벌과 수강명령 등의 병과 제도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은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이나 수강명령이 의무 규정이 아니고 실형이나 벌금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이를 병과할 근거가 없다”고 우려했다. 다만 “지난해 7월 27일 발표된 관계부처 합동 가정폭력 방지 대책에서 가정폭력 범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에 대해 재범 예방에 필요한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 등을 병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안이 포함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신고 의무자 범위 확대에 대해서는 “현행 가정폭력 처벌법은 특정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가정폭력 범죄를 알게 된 경우에 신고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알게 된 경우’ 뿐 아니라 ‘의심되는 경우’까지 그 범위를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며 “가정 내의 일이라는 이유로 묻혀버릴 수 있는 사건을 드러내고 그에 상응하는 처리를 통해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가해자 교육프로그램의 의미와 효과에 대한 질문’도 제기됐다. 김홍미리 한국여성의전화 전문위원은 “가해자 프로그램에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 기존 연구들은 그 맥락상 ‘효과가 있긴 하다’ 또는 ‘효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로 읽힌다”며 “이는 상담 현장에서 가해자 교육을 평가할 때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은 것'으로 파악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김 위원은 그러면서 “가해자교정치료프로그램의 효과를 다룬 기존의 연구들은 교육의 효과를 가해자 개인의 변화를 기준으로 측정한다. ‘가해자의’ 성 역할 태도‧부부관계 만족도‧자존감‧의사소통능력‧분노 조절능력‧알코올 의존도‧과거 학대 경험 등”이라며 “가해자 개인의 변화를 측정할 때 주로 쓰이는 가해자프로그램 사전 사후 검사지는 대체로 유의미한 통계치를 획득한다. 그러나 가해자가 말하는 의식변화의 수준과 그들의 아내가 말하는 남편의 의식변화 정도에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관련 연구들이 공통으로 지적하고 있듯 가해 남편은 사건을 축소하고 의식변화를 과장하는 경향이 있고, 아내들이 느끼는 변화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이날 김 위원에 따르면 상담 종료 후 추적조사를 통해 측정한 결과 폭력 재발률은 20~25% 내외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3년 이상 추적 조사한 결과 가해자 프로그램을 이수한 집단과 미 이수한 집단의 재범률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가해자 교육 이후 4년을 추적 조사한 연구에서도 폭력 재발률이 20%로 보고되는 것을 보면 통상 가해자 재범률이 추적조사 기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다”며 “이러한 연구를 통해 가해자 교육프로그램의 효과를 여전히 개인적 변인으로 소급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가 강하게 남아있고 노동시장의 남성 중심성이 여전한 한국 사회는 가해자 프로그램에 대한 세심한 질문보다는 ‘가정의 보호’를 강조해왔다”며 “‘신체적 폭력이 과거보다 줄었다’는 식의 효과성 논의는 ‘그래서 아내는 이제 자유로운가’라는 질문을 생략한 채 아무런 의심 없이 효과 있음이라는 결론을 내린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또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그 본질이 강압적 통제이고 피해의 내용은 존엄과 자율성의 훼손이다. 즉 아내가 ‘나로 살아갈 수 없는 것’이 가해의 목적이자 피해의 내용”이라며 “신체적 폭력의 감소는 대외적으로 가해자의 이미지 쇄신에 과도하게 기여할수 있을지 몰라도 강압적 통제 관계의 해소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나를 죽일 것 같다’고 느끼는 피해 경험은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변화를 두고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느냐”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상담 조건부 기소유예의 실제와 과제’를 발표한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박소현 법률구조 2부장에 따르면 일반인 953명과 전문가 166명을 대상으로 2006년 3월 21일부터 4월 20일까지 상담 조건부 기소유예 도입 타당성 조사연구를 시행한 결과 일반인 여성은 87.2%, 일반인 남성은 80.2%가 상담 조건부 기소유예 제도 도입에 찬성했다. 전문가 집단의 경우 여성 전문가의 89.5%, 남성 전문가의 100%가 해당 제도 도입에 찬성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지안 기자  hann9239@daum.net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지안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