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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명 건강 칼럼 ④] 환자를 보는 한 명의 의사가 바라 본 원격진료
은명 대한통합암학회 학술이사 | 승인 2018.12.20 09:40

[여성소비자신문] 진료실로 한 환자분이 들어오신다. 약 7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분. 들어오시는 모습을 보면 양측 다리에 힘이 별로 없고, 허리를 애써 곧게 세우려 노력하시는 모습으로 걸어 들어오신다. 발 디딤의 소리가 명쾌하지는 않으며, 한쪽 발의 바닥 밟는 소리가 다른 한 쪽 발의 바닥 밟는 소리보다 조금 약하게 들려 온다. ​

약 3미터 정도의 거리가 되는 진료실 문에서 환자 의자까지 걸어오면서 들려 오는 호흡의 소리는 흡기 소리와 호기 소리의 액센트가 다르고, 한 번의 깊은 흡기 후 짧은 호기 소리 이후 연달아 천천히 작게 반복되는 호흡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 환자분은 지금까지 약 5번 정도 직접 대면을 하고 진료를 보신 분인데, 오늘 들어오시는 얼굴 빛이 보통 때보다는 약간 거칠어 보이고, 숨도 약간 불편해 하시며, 자세도 조금 흐트러져 보인다.

이 분은 한 달에 한 번 혈압약을 처방받으러 오시는 분이신데, 내 진료 습관상 환자분과 앉아서 그 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를 물어 보면서 환자분 손의 촉감을 느끼며 피부에서 느껴지는 변화는 없는지, 환자분의 눈빛과 홍채를 보면서 감지되는 이상 변화는 없는지, 식사는 잘 하고 계시는지, 배변 상태는 어떤지 등등을 확인하면서 처방을 입력한다.

​오늘도 예전과 다름없이 진찰을 진행하는 하고 있는데, 환자분은 나에게 환하게 웃으시며 여느 때와는 조금 다른 어조로 말씀하신다. ‘요즘 찬 물을 몇 번 먹어서 그런지 배가 조금 불편해….’​ 이런 말씀을 하시면서도 환자분의 얼굴은 미소를 띄고 있고, 멀리서 보면 그냥 웃으면서 나에게 즐거운 이야기를 하시는 듯 보일 정도이다. 옆에는 보호자로 따님이 함께 오셨는데, 따님이 보기에 어머님께서 변은 잘 보시는 것 같은데, 최근 몇 일은 밥을 조금 적게 드시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여기서 환자분께 다시 물어 보았다. “어머님~~ 혹시 요 몇 일, 전보다 아픈데 없었어요?”라고. 환자분께서는 미소를 띄우면서도 “배가 조금 불편해…”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환자분의 손과 팔 그리고 얼굴 주변의 피부를 만져 보았다. 한 달 전에 만나뵈었을 때에는 느껴지지 않던 심한 거칠은 감과 건조함이 피부 전반적으로 느껴졌고, 혀를 보고 구강 내부를 보니 습기가 별로 없어 보였다.

나는 물어 보았다. “어머님~ 혹시 최근 들어 설사처럼 물변을 보시진 않으셨나요?” 환자분은 대답한다. “어~. 설사가 자꾸 나와서 옷이 좀 젖기도 하고…. 죽을 먹어도 자꾸 물이 항문으로 세는 것 같아~~.”

환자분의 복부를 가리키며 나는 다시 물어 보았다. “어머님 배 어느 부위가 제일 아프세요?” 환자분은 명치부터 시작해서 앞 배의 전체를 두르더니 결국은 배 전체를 두루두루 만지며, “몰라~~ 그냥 다 아픈 것 같은데 어디가 아픈지 모르겠어… 여긴가 저긴가….허리도 아프구….” ​​

사실 나는 배의 어느 부위를 꼭 짚어서 아픈 부위를 알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내 나름의 진단은 이미 나와 있었지만 환자분의 표현을 통해 더 확신을 좁혀 가기 위해 물어 보았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보여지는 환자분의 움직임을 통해 적어도 예전에 진료받으러 왔던 그 느낌과는 다른 특정한 신호를 감지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환자분께 말했다. “어머님~~저기 환자침대에 잠깐 누워 보세요. 제가 어머님 배속 소리 좀 들어 볼께요.”

이렇게 청진과 타진, 다시 촉진까지 하고, 설명을 마친 후 환자분의 복부 엑스레이 촬영을 하시도록 보호자에게 권유하였다. 그 결과 장염이 수일간 지속되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다행히 그에 대한 대증치료와 처방을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만일 이런 환자분의 위험진행 상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일상적 처방으로 혈압약만 처방해 돌려보냈다면, 자칫 환자분은 더 큰 위기에 처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분의 경우 일반적으로 화자되는 만성 질환 관리 환자군에 속한다. 혈압약, 당뇨약 등을 지속적으로 처방받아 복용하는 환자군,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만성 질환자 중 한 분이시다. ​

일반적으로 만성 질환자들에 대한 커다란 오해가 사회에는 팽배해 있다. “그냥 매번 똑같은 약을 타는데, 환자가 매번 꼭 와서 처방을 받아야 하나요?”라는 질문들을 많이 하신다.

이런 질문들에 대해 나는 말하고 싶다. 만일 위의 환자분이 병원에 오지 않고, 집에서 몇번 잰 혈압을 가지고 영상과 음성으로만 소통을 하고 처방전을 받았다면, 환자분은 어떤 위기를 맞이했을까?

어쩌면 장염이 지속되면서 탈수와 탈진이 서서히 진행하는 와중에, 체액량 부족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상태였다면, 기존의 혈압약이 오히려 독이 되었을 수도 있고, 결국에는 아무도 모르게 생명이 위험해지는 상황까지 왔을 수도 있었다.

​만성 질환자 분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분들 보다 여러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을 많이 가지고 있고, 더불어 다른 질환에 이환되었을 때, 빨리 감지를 하여 즉각적인 대응을 해주는 것이 내과적 환자 관리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만성 질환자 분들에게 있어서 혈압약이나 당뇨약은 단순한 복합 영양제가 아니라, 중요한 생리적 기능의 조절 능력이 보통 사람들 보다 현저히 떨어져 있는 부분을 보충해 주는 필수적인 생명 유지약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사람의 몸이 가지는 특징상 생리적 조절기능의 변화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또는 현재 이환된 질환의 유무에 따라, 얼마든지 올 수 있기 때문에 혈압약이나 당뇨약의 복용 용량을 때때로 변화시켜 대응을 할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대응은 의사가 환자와 지속적으로 대면을 하였을 때에야 비로소 올바로 가능해질 수 있는 것이지, 단순히 영상과 음성으로 하는 원격진료의 형태로는 도저히 대체되어질 수 없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

따라서 나는 한 사람의 의사로서 만일 내게 원격진료로 만성 질환자 분들에게 약을 처방하라고 한다면, 나는 의사의 양심을 걸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행위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또한 이러한 실질을 보지 못하는 위정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아마도 앞으로 원격진료가 전국적으로 시행되면 환자분들이 문제가 생겨도, 국가와 국민은 문제가 생긴 것조차 전혀 알지 못한 채, 국민들이 점차로 죽어가는 것을 방지하지 못할수도 있습니다”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국가와 우리 나라에서 이미 4차산업혁명이라는 큰 흐름 속에 원격진료는 매우 중요한 portion으로 자리 매김을 하고 있고, 수년 전부터 여러 대기업과 대형 의료기관들은 원격진료를 위한 준비를 매우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혹 자들이 이야기 하기로는 이미 수많은 실험을 거친 상태라고 한다.

국가와 사회의 구성원인 한 개인, 한 의사로서 이 상황을 보면서 할 수 있는 대처가 무엇이 있을까? 정말 계란으로 바위치기 하듯이 허공에 공만 날릴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준비하는 그들에게. “하려면 제대로 해라. 어떤 약제 하나를 전문의약품으로 인정하고 유통시키기 위해 임상시험 포함 10년 이상을 소모해야 했다면, 적어도 원격진료시스템을 실제 진료에 접목하기 전에 10년 이상, 필요하다면 수십 년 이상 실제 적용 시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만일 전 국민 대상의 원격진료가 시행되려 한다면, 원격진료 시스템이라고 개발된 진료도구를 통해 디지털로 옮겨지는 시진과 청진의 정확도 면에서 대면 청진이나 대면 시진과의 차이가 거의 없어야 하고, 직접 촉진하지 못하는, 직접 타진하지 못하는 원격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단순히 영상과 음성을 전달하는 스마트폰과 그 기능에서 다를 바가 전혀 없다.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환자를 보고, 환자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해서 그 모든 행위를 진료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최근 들어 우리는 여러 분야에서 4차 산업이라는 단어 아래 포장된 수많은 도구들을 접할 수 있다. 4차산업의 가장 중요한 매개도구는 IT, IOT 즉, 정보 통신시스템과 실물을 통신에 접목시키는 분야의 이용을 말하는데, 이 도구들을 수 조에서 수 십 조의 세포로 이루어진 인체에 적용시켜서 사람의 진단을 위해 사용하려면, 생명체 내에서 수 조 개의 세포가 만들어 내는 조합 생성 데이터를 분석해서 환자가 가질 수 있는 신체의 변화를 예상하고, 이 환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가장 가능성이 크고 정확한 진단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미 세상은 알파고가 바둑의 세계에서 인간의 두뇌를 능가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고, IBM 왓슨 이라는 암 진단 시스템이 여러 명의 혈액 종양 내과 의사들의 판단에 어느 정도는 따라올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것들은 의사들이 환자를 보고 정리해서 만든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질환을 예상하는 알고리즘이었을 뿐, 시스템이 스스로 데이터를 추출해 내는 과정을 한 것은 아니다.

적어도 환자 진단을 위한 데이터는 환자로부터 직접 의학적 판단에 필요한 정보들을 추출해 내야하는데, 그 과정이 바로 진찰이며 시진, 청진, 타진, 촉진을 포함하고, 여기에 생명 현상에 다양하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신적 면면들이 포함된다.

실제 진료실에서 환자를 진찰할 때 매우 중요하게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중에는 인간의 감성적 변화가 가져오는 증상들이 있고, 이 증상들은 어떠한 병리 검사나 현대 의학의 검사 도구로도 감지할 수 없고, 오로지 인간을 이해하는 인간으로서의 의사가 직접 감지해내야 한다.

가정이나 직장내 인간관계가 주는 감성의 변화, 수 회차에 걸친 의사 환자의 만남을 통해 파악되어지는 변화, 어쩌면 도저히 기계는 알아볼 수 없는 인간만이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는 미세한 눈빛과 미묘한 표정들, 그 외의 수많은 간접적 정보 등. 기계의 시스템으로는 도저히 다 담아낼 수 없을 것 같은 정보들을 셀 수 있는 정보들로 정형화 해서 데이터 분석으로 돌린 후 알고리즘을 만들어 놓았다고 해서, 우리 인간들이 이 알고리즘에 딱 들어맞아서 획일적 결론의 대상으로 분석되어질 수 있을까?

나는 과감하게 단언한다.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시기상조이다. 아니, 어쩌면 수십년이 지나도 그러한 알고리즘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주도하의 대기업과 의료기관들이 국민들에게 원격 진료라는 솜사탕을 던져 주면서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함께 만끽하자고 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달게 느끼게 하는 맛은 싫어요. 저는 진짜 단 맛 음식을 원해요”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결국은…결국은…. 원격진료의 길로 가려고 한다면, 나는 다시 말하고 싶다. 정말 꼭 그렇게 가야만 한다면, 앞에서 이야기 한 모든 진찰의 개념을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수 십 년이든 수 십 조원이든 아끼지 말고 투자해 달라고. 가장 늦는 것이 어쩌면 가장 빠르고 가장 안전한 길일 수 있음을 잊지 말아 달라고.

은명 대한통합암학회 학술이사  bryonsilv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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