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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숙의 행복한 시 읽기] 목화 꽃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18.12.20 09:44

[여성소비자신문] 목화 꽃

 

구이람

 

목화솜 틀어 두툼히 꿰맨 이불

시집 올 때 지어주신 어머니 마음

 

차디찬 인생살이

데워주고 덮어주는 꽃 이불

 

목화 꽃 피던 고향 땅 향기

송이송이 함께 피어나는 동무들 얼굴

 

추억 속

언제나

따스한 친구여라

 

오리털이불이 가볍고 보드랍다지만

내 한평생을 감싸 준

묵직한 솜이불

 

속닥이는 또 하나의

내 모국어

 

-시 감상_

겨울이 깊어간다. 함박눈 펄펄 날리는 출근길은 포근하였으나 오후부터 칼바람이 휘날린다. 거리에는 솜옷처럼 두터운 패딩고트를 입은 사람들이 잔뜩 웅크리고 발길을 재촉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옛 호빵이 눈앞에 어리고 따스한 손길이 그리운 때다.

사노라면 뜨거운 난로 앞에서도 가슴엔 찬바람이 불어올 수 있다. 그럴 때 그리운 이가 더 절실히 떠오르는 법, “차디찬 인생살이/ 데워주고 덮어주는 꽃 이불” 목화솜처럼 맑고 포근하고 따뜻한 품속! 바로 어머니가 소리 없이 다가와 언 손을 어루만져 녹여준다고 믿으며 꽁꽁 언 마음을 달래고 있다.

그리고 어릴 적 티 없이 뛰놀던 친구들이 떠오른다. 함께 세월을 살며 추위를 이겨내던 아기자기한 이야기는 모국어라야 가능하다. 모국어의 품속에서 누리는 자유, 그 행복을 어디에 비길 수 있으랴. 목화 솜 같은 어머니 마음으로 다정한 동무들과 우리말로 세상을 한껏 풀어놓으며 속닥이는 겨울은 아무리 혹독한 추위가 몰아쳐 와도 두렵지 않으리.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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