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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띠의 해, 정직하고 행복한 이기주의자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18.12.20 09:48

[여성소비자신문] 다가오는 새해는 돼지띠의 해이다.

평범한 돼지가 아니고 황금돼지라고 한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는 2019 트렌드 키워드(선정 표어)로 ‘모두에게 돼지의 꿈(piggy dream)을’ 선정하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돼지꿈을 꾸면 소원이 이루어지고 재물이 풍성해지는 행운이 찾아온다고 말한다. 게다가 황금돼지를 꿈에 보면 대박이 터지는 횡재가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마음이 들뜬다.

약 8천년 전에 가축화된 돼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욕심 많은 이기적인 동물의 대명사로 불리우고 있다. 중국의 저심(豬心)이나 영어의 pig라는 단어는 모두 먹이를 게걸스럽게 잘 먹는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산이나 들에서 생활하는 돼지는 활동하는 시간의 35~55%를 먹이를 찾는데 소비한다. 그리고 배를 채우면 서로 모여 그룹을 지어 눕거나 장난을 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이들은 비교적 사교적이고 영리한 동물로서 40~50%의 시간을 가족이나 친구들과 스킨십을 즐기고 자신을 돌보는 주인에게도 친근감 있게 다가와 고마움을 나타낸다. 따라서 뉴기니아 지역에서는 새끼돼지들이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때로는 사람의 젖을 먹여 키우기도 한다.

이러한 인지능력이나 친근감을 주는 사교성 때문에 체구가 작은 미니 돼지인 베트남산 배꼽돼지(potbellied pig) 및 티컵돼지(teacup pig)는 애완동물로 길러지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길러지는 대부분의 돼지는 식성이 좋고 잘 자라며 고기의 맛이 좋아 정착하여 사는 농경사회의 가축이 되었다. 한편 이동생활을 영유하는 중동의 유대인이나 아랍 유목민들은 양을 가축화하였고 정착 농민들과 갈등 대립하면서 정착 농민들의 가축인 돼지를 식용으로 쓰는 것 까지도 금기시하였다.

농경사회에서 발생한 헬레니즘 문화에서는 돼지가 선호되어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돼지 사육을 저술하였고, 이탈리아 플로렌스에서는 광장에 세워진 돼지상의 코끝을 만지면 행운이 따른다고 한다.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는 돼지가 행운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져 재산과 복을 가져다주는 상징이 되었다.

역사서인 삼국지에 의하면 고구려 시대에 이미 신에게 제사할 때 돼지가 쓰였고 신과 사람 사이에 영매노릇을 하는 신통력을 지닌 동물로 간주되었다. 이처럼 돼지는 인간들과 친밀한 관계를 가지며 죽어서는 몸은 주인의 양식이 되며 머리는 제물로 바쳐지고 있다.

그러나 돼지는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위험이 예상되면 곧바로 공격성을 나타낸다. 돼지라는 뜻의 한자어로 만들어진 저돌(豬突)성은 앞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드는 용맹성을 일컫는다.

30여 마리까지 이르는 한배새끼들이 제한된 어미의 유두를 차지하기 위한 다툼에는 저돌성이 발휘되지만 이 싸움에서 사회적 서열이 확립되면 그 이후에는 이 서열을 지키며 평화롭게 생활하는 이기적인 유전자가 행복을 가져다준다.

즉, 돼지는 심한 경쟁 속에서 생존전략을 구사하는 행복한 이기주의자인 셈이다. 오래 전에 미국의 베스트셀러이었던 심리학자 다이어(W.W.Dyer)의 책이 국내에서 ‘행복한 이기주의자’로 번역된 적이 있다. 참다운 정의나 공평은 비현실적인 개념이고 ‘행복은 선택’이라며 행복을 얻기 위한 접근법을 소개하고 있다.

내가 동물행동학에서 돼지를 설명할 때면 그 내용을 자주 인용하곤 하였다. 따라서 다사다난한 2018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는 송년회에서 터져 나오는 한숨 대신 돼지의 해를 맞이하며 돼지의 지혜를 배우는 게 어떨까.

“아무리 황금 돼지의 꿈을 꾸어본들 무얼 해. 2019년은 한치 앞을 알 길이 없이 암울하기만 한데.”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경제적 허구로 국민들을 속여 정권을 잡은 후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아랑곳 하지 않고 3대 세습의 포악한 독재자 김정은 미화에 혼신하며 북한 눈치만 보는 이해불가의 인권변호사 출신 문재인 대통령이 있는 한 돼지꿈도 별 소용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늘어나는 실업자와 사업장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의 한숨소리,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늘어만 가는 빚더미와 금리인상, 부동산 경기 하락 등 악재가 퍼펙트스톰(perfect storm, 총체적 경제위기)으로 달려오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예언에 돼지꿈의 효험은 발 디딜 틈이 없다.

세계의 큰 흐름은 도외시한 체 자신과 코드가 맞는 추종자들과 함께 과거 정권에서 충실히 일해 온 공직자들에게 적폐청산을 들여대며 이들을 자살로 몰고 있는 것도 모자라 온갖 폭력과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자신의 지지층 귀족노조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 이 땅에 황금 돼지꿈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20여년전 1997년에 일어난 우리나라의 IMF 금융위기를 소재로 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개봉되자 곧 흥행순위 1위에 오른 것도 위태하기만 한 요즈음 경제상황 때문인 듯하다. 게다가 세계 1위의 속임수 왕국에서 정직하고 성실한 인성이 좌절하고 있다.

몇 년 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인구비례로 사기범죄는 1위, 횡령은 세계 2위다. 사기범죄가 인구대비 일본의 165배라는 조사를 두고 일본 비즈니스저널에서는 ‘한국인은 숨 쉬는 것처럼 거짓말을 한다’고 비아냥댔다.

쌍둥이 두 딸의 점수를 높이고자 시험문제를 유출한 숙명여고 교무부장, 자살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을 사칭하여 광주광역시 윤장현 전 시장으로부터 4억5천만원을 갈취한 40대 여인 등 참으로 부끄럽고 서글픈 자화상이다.

그러나 미국의 신경과학자 레비틴(D. J. Levitin) 박사의 말처럼 ‘거짓말을 무기화’하는 탈진실(post-truth) 시대의 대표국가인 이 땅에도 또 새로운 해가 떠오르리라.

돼지띠의 새해를 앞두고 꾼 돼지꿈은 소용이 없더라도 돼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라도 돌아보자. 비록 갖은 거짓과 폭력정치를 평화로 위장하며 한라산과 서울광장에 김정은이 나타나고 이러한 독재자에게 속아 우리의 세금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충성하는 우리 대통령이 있더라도 머지않아 시대의 흐름과 진실 앞에 모든 것이 들어나고 이 땅에 참과 행복이 되돌아오리라.

친구를 속이지 않고 자신을 돌보아주는 주인이 오면 꿀꿀대며 반가워하고, 쓰다듬어주는 주인의 손에 등을 맡기며, 배가 고프면 못생긴 코라도 써서 땅을 파 부지런히 먹을 것을 찾는 돼지의 근면성에서 교훈을 얻자.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험 앞에서는 앞뒤를 되돌아보지 않고 돌진하는 저돌성을 배우자. 정직하고 행복한 이기주의자가 되는 2019 돼지의 해를 꿈꾼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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