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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숙 교수 "가정의 관계회복, '공감하는 대화' 통해 함께 해야"
한지안 기자 | 승인 2018.12.19 10:18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통계청 인구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를 의미하는 조이혼율은 2.1이었다. 2008년 2.4에 비해 0.3 줄어든 수치다. 그렇다면 혼인율은 어떨까. 1000명 중 결혼하는 인구의 비율은 2008년 6.6에서 2017년 5.2로 떨어졌다. 독일 쾰른대학에서 12년간 가족 상담을 전공한 김혜숙 교수는 가정에도 민주주의와 양성평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족이 '따로이면서도 함께' 서로를 돌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그를 <여성소비자신문>이 만나봤다. 다음은 일문 일답.

프로필과 경력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현재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부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독일 쾰른 대학교에서 12년간 사회복지학과 가족 상담 전공으로 공부를 하고 한국에 돌아와 현직에 있다. 주 전공은 가족 상담으로, 마인드웰심리상담센터에서 개인 상담 및 부부 상담 등을 맡고 있다. 또 서울가정법원에서 조정위원으로 15년 이상 일하면서 재판으로 이혼하는 부부들을 조정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작년 가정법원 조정위원협의회 회장을 1년간 맡아 봉사를 했다."

가정상담을 받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여전히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것 같다. 상담소에서 어떤 일을 하시나.

"저는 이혼 위기가 있는 부부들을 주로 만난다. 대체로 싸움이 잦고 대화가 전혀 안 된다, 성격 차이가 심해서 이혼해야겠다며 오는 부부들을 주로 만나 부부 대화법을 시도하도록 코치한다. ‘이마고(IMAGO) 부부 대화법’이라고, 부부 둘이서 대화를 잘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이마고는 라틴어로 이미지라는 뜻이다.

부부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자신이 어린 시절 가졌던 이미지로 본다. 어머니나 아버지는 어린 시절 최초의 이성 대상이다. 그런 대상에게 경험한 것이 있지 않나. 좋은 경험도 있지만 학대받은 경험도 있고, 또 인정받지 못하는 경험도 있고 상처받은 경험들이 많다. 그런 이미지가 우리 안에 다 있다. 아내들은 대부분 그 이미지를 가지고 남편을 바라본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인정이나 사랑을 받지 못했을 때 남편이 나를 더 사랑해주기를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남편들도 마찬가지다. 자기 부모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고 사랑과 돌봄을 충분히 받지 못한 아들이 성장해서 아내를 만날 경우, 아내가 나를 충분히 사랑해주고 돌봐주고 있는 그대로 봐주기를 바란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부는 그렇지 못한다. 실제 무의식 안에는 역동들이 흐른다. 있는 그대로 대상을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각자의 욕구나 원하는 것을 상대에게 요구했지만 그것을 들어주지 않을 때 성숙한 대화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아내들의 경우 남편이 집에 와서 가정을 돌보고 집안일도 도와주기를 바라는 욕구가 있을 텐데, 남편이 그런 욕구를 채워주지 못할 때 불만이 생긴다. 이 경우 대화법을 잘 아는 부부라면 ‘당신한테 이런 것을 원하는데, 당신이 이렇게 좀 해줬으면 참 좋을 것 같다’하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통의 부부들은 ‘유(You) 메시지’를 통해 ‘너만 일하냐, 왜 이렇게 늦게 오냐’ 등 상대를 비난하는 식으로 말하게 된다. 그러면 상대도 거기에 상처를 입고, 화가 나 상대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게 된다. 부부가 결국 소통을 못 하게 되는 것이다. 그 근원은 성장할 때 비난을 많이 받은 기억에 있다.

‘일치적 대화’라고도 하고 ‘아이(I) 메시지’라고도 하는 대화법이 있다. 내 감정을 상대방에게 쏟아부어 얘기하면 소통을 하지 못하고 부정적인 감정이 생겨버리는데, 부부들을 좀 더 차분한 가운데서 화내지 않으면서 둘의 사고와 감정을 이야기하도록 하는 대화법이다. 한사람이 말을 하면 다른 사람이 그 말을 들었는지(확인할 수 있도록) 그대로 반영해주고 공감해주는 그런 대화를 제가 시킨다. 집에서는 그런 대화를 한 적이 없던 부부들도 상담실 현장에서 한사람이 이야기를 계속하고 다른 사람이 반응해주고 공감해 주다 보면 상대의 이야기가 들리게 된다. 서로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알아차리는 거다. 그리고 ‘우리 아내가 공감해주네, 우리 남편이 공감해주네’ 할 때 가슴이 무너지게 된다. 그런 공감을 받아본 적이 없는 부부들이 대화하면서 공감을 받으니까. 그것을 서로 번갈아 가면서 한다. 그러면 첫째로 아내들이 안전하게 대화할 수 있는 단계가 된다.

그다음은 부부들이 어린 시절 '내가 엄마에게 상처받은 것’ 을 회복하는 단계다. 내담자가 여섯 살, 여덟 살의 어린 나이로 돌아가 어린 시절의 상처를 얘기하면 남편이 그것을 듣고 엄마 역할을 하면서 공감해주는 거다. 그리고 다시 현재로 돌아와 그 이야기를 하면서 대화를 하면 남편이 부인의 어린 시절의 상처를 알게 되므로 협조적으로 도와주려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그게 두 번째 단계고, 어린 시절의 상처가 회복되면 세 번째 단계는 어떻게 하면 서로를 위해 돌봐줄 것인가 하는 문제다. 남편이 아내를 위해, 아내가 남편을 위해 돌봐주는 것. 부부가 건강하게 서로 주고받기를 잘해야 한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저는 이 도구를 사용한다. (사진)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최근에는 부모-자녀 상담을 했다. 부부가 와서 상담을 하는데, 한 아이는 엄마에게 붙어있고 또 한 아이는 혼자 동떨어져 가족 안에 혼자 있다는 게 문제였다. 그나마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가 있어서 학교 가는 것을 좋아했는데, 아버지와는 적대적인 관계다. 그 계기가 있지 않겠나. 아이는 고등학교 1학년인데 아버지가 기대하는 만큼 공부를 하지 않았다. 이 아버지는 서울대에 가고 싶었지만 후기대학을 나왔고 혼자 자수성가해서 현재는 높은 지위에 오른 인물이다. 그러니 그는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아이가 잘하면 서울대에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하고 기대를 하게 되는 거다. 그런데 아이가 공부를 멀리하니 야구방망이로 아이를 때렸고. 이는 아동학대에 해당이 된다. 그래서 아들이 경찰에 신고 했다. 그래서 친구들한테도 아버지가 물어본 거다. ‘내가 애를 때려서 애가 경찰에 신고했다’고. 그랬더니 주변 친구들이 다 ‘네가 잘못했다’ 한 거다. ‘아 애를 때린 것이 잘못이구나’하고 그제야 아버지가 알았다.

아이 어머니는 오셔서 우리 가족이 이런 상태인데 어떻게 하면 회복이 되겠냐 묻고, 아이는 아버지와 인연을 끊겠다고 나오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일단 아이 아버지를 상담에 오시게 해야 한다고 권했다. 아빠의 양육 방식이 변해야 하지 않겠나. 자기 아이라고 일방적으로 때리고 함부로 하면 안 되니까. 아버지가 원하는 것을 아이한테 말할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안 될 수 있다는 걸 참고 기다려주고 배워야 한다. (아이 어머니는) 이 아버지와 상담을 통해 안정된 가정의 모습을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하더라. 가족의 위기 가운데 자녀가 가출하거나 반항하는 등의 문제는 결국 사회문제로 이어지지 않나. 가정의 원만한 관계 회복이 가족 상담에서 아주 중요하다. 또 부부의 관계 회복도.

가족 상담에서 감정의 정화를 느끼게 하고 현재 가정의 상태를 제대로 알고 분석하게 하는 것, 문제 해결을 위해 가족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는 것이 가족 상담이다. 결국은 가족 구성원들 각자의 욕구들을 서로 펼쳐놓고 이야기하게 하고, 소통하게 하고 서로가 서로를 돌봐주자(고 하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 각자 따로 하는 것이 아니라. 따로이면서도 함께 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최근 한국 사회는 너무 개인주의라던가 하는 것이 발전하다 보니 서로 돌보는 배려 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 지금 이 사례 같은 경우는 어머니가 가정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보인다. 거기에 물론 아버지도 기여한 부분이 있을 거다. 경제적인 부분이라던가 책임감이라던가. 그런 것들을 인정도 해주고, 아버지의 삶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 아이와의 적대적인 관계는 아들이 아버지와 대화도 하고 가까이해야 하고, 아이가 자기 인생이 분화되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버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런 가족 상담을 하고 있다."

최근 혼인율은 급격히 낮아지고 이혼율은 높아지는 추세다. 통계청 ‘인구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천 명당 이혼 건수를 의미하는 조이혼율은 2.1이었다. 앞으로 사회적으로 가정의 안정을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보시나.

"자녀들이 있는 경우 어른들이 부모로서 자녀를 위한 양육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 책임감이 막중하다. 부부 둘의 관계가 안 좋아져도 아이들을 위해 참고 양육에 최선을 다해보자(고 하는 것). 물론 여기에 양육에 대한 책임감, 아이들이 돌봄과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아이들이 있는 데서는 싸우지 말자’고 약속하고, ‘아이 양육을 다 할 때까지는 최선을 다해보자’고 하는 부부들은 그래도 성숙한 부부다. 당연히 부모의 불화가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기도 한다. 그러나 부모는 존재만으로도 50%의 역할은 한다. 그만큼 중요하다. 물론 폭력을 쓰는 부부들은 헤어지는 게 낫다는 통계가 나온다. 부모 한쪽이 폭력을 쓰거나 알코올 중독으로 학대를 하는 경향이 있는 경우는 차라리 헤어지고 아이가 안전한 가운데서 사는 것이 낫다는 통계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다만 그 정도는 아니고 약간의 성격 차이일 경우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약간의 성격 차이는 모든 부부에게 있지 않겠나. 부부 각자에게도 부모들이 있고 각자 경험한 세계가 있기 때문에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 부부가 둘만 사는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각자가 성장하면서 생긴 문화와 온 가족에 의해 경험한 문화, 성격이 형성된 배경들 때문에 부부가 살면서 우여곡절을 겪는 거다. 그러나 이 과정이 필요하다. 어떤 부부를 만나도 다 장단점이 있다. 문제도 다 있고. 결국 부부관계는 서로 한 방향을 바라보면서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이다. 삶 자체가 그렇다. 그 가운데 부부들이 성장하는 거다. 그런 의지와 결단이 있어야만 결혼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결혼을 안 하는 게 좋다. 신세대들은 강인한 인내심이나 의지를 발현해서 견뎌내려고 하는 게 다르지 않나. 디지털 세대이기 때문에 자기의 욕구,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주변 상관없이 하겠다고 말하는 세대다. 그래서 서로의 욕구를 빠르게 표현하고 절충하고 타협하는 능력이 더 빠를 수 있다. 그런 것들을 빨리빨리 서로에게 알리려고 한다.

저는 주로 40~50대 부부들을 주로 상담한다. 사회란 것은 항상 수동적이고 변화무쌍한 것이지 않나. 가족 문화도 변해야 한다. 현대사회는 민주주의를 지향한다고 하는데 가정에서는 민주주의가 잘 안 되고 있다. 양성평등도 마찬가지다. 그런 사회적 문화가 가정 안에도 들어올 텐데, 우리가 반드시 밥솥에 밥을 해야만 밥이 아니고 즉석식으로 나온 밥도 밥인 것처럼 가족도 다양한 형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는 동거가족도 가족이다. 동거하고 아이를 낳아도 법적으로 똑같은 혜택을 줘야 한다. 우리사회에서도 그런 것들이 받아들여져야 한다. 부부가 동거만 해도 하나의 가족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거기서 아이가 태어나도 법적으로 아이들의 지위가 인정되어 안전하도록. 민주적이고 양성 평등한 가족으로 가야만 우리 한국 사회도 가족의 문화가 많이 달라질 것 같다."

한지안 기자  hann923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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