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 2019.10.17 목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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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 칼럼]차를 우리면서 즐기는 다법(茶法)
하도겸 나마스떼코리아 대표 | 승인 2018.12.18 16:00

[여성소비자신문]보이차는 마시기 전에 세차를 한다. 세차(洗茶)란 차를 씼어준다는 의미이다. 보이차를 씻는 이유는 제작과정이나 발효과정에서 섞인 이물질이나 불순물을 걸어준다는 위생적인 측면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사차호에 차를 넣기 전에 떡차를 잘게 뜯어내는 해괴(解塊)를 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부숴뜨리지 않게 모차(母茶) 상태로 원형을 잘 유지하게 해괴를 한 다음에 차호에 넣는다. 모신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내몸 다루듯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그래야 100도가 넘은 뜨거운 물이 각각의 차잎을 직접 씻어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하다. 그냥 대충 덩어리째로 차호에 넣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노차로 갈수록 발효가 잘되어 대개 손으로도 충분히 잘게 산차(散茶)로 만들 수 있다.

보이차와 이싱의 자사차호의 색(色)을 눈으로 감상하면서 100도가 넘는 물을 조심스럽게 조금씩 천천히 붓는다. 마치 약수터에서 졸졸 흘러나오는 약수의 소리나 개울물 흐르는 소리처럼 청량한 음향[音聲]을 들게 하면 몸과 마음이 더 편해진다.

뚜껑을 닫고 남은 끓는 탕 물을 밖에서도 붓기도 한다. 결국 차호의 안과 밖의 온도가 같아져서 공기가 통한다는 통기성(通氣性)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물은 가득 채우지 않고 1/10에서부터 1/3정도까지 취향껏 공기층을 남겨두고 부으면 좋다. 차와 물이 만나면서 반갑게 내뿝는 향기(香氣)가 여분의 공간에서 재회하고 시간을 두고 차 뚜껑에 스며들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공간을 두어 배려를 하는 것이다. 가득 부으면 그런 기회를 뺐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도에서 그냥 마시는 잔을 품명배라고 하고 따로 문향배(聞香杯)라는 긴 잔을 잔 뚜껑과 마찬가지로 향을 맡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차향을 즐기기 위해 고안된 흠향(歆饗) 전용 찻잔이다. 자사차호를 쓰면 문향배의 역할을 뚜껑이 하기 때문에 차호 안의 향은 팽주(烹主)가 맡고 차호의 뚜껑의 향은 손님들에게 돌아가면서 맡게 하는 것도 손님들의 오감 만족을 위한 한 방법이다.

그 사이 오래된 와인을 디캔팅하고 길게는 며칠동안 따로 두듯이, 차호 속에서 수년 길게는 수십년 만에 물을 만난 차는 차잎 속 깊은 줄기까지 물을 받아들이며 최고의 맛과 향을 내기 위한 충분한 준비시간을 갖게 된다.

커피 잔은 먼저 데우듯이, 차를 넣기 전에 차호를 먼저 데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랜 친구인 차를 마주하기 전에 차호에게 준비할 넉넉한 시간을 주는 의미도 갖는다. 차호에게 혼자만의 욕조를 제공하여 몸을 따스하게 하며 릴렉스를 하게 해주려는 그런 배려의 마음을 담곤 한다. 아니 그런 과정을 통해 그럼 마음을 몸소 익히며 배우기도 한다.

그런 다음 차를 차호에 담는다. 새로 나온 신차(新茶)든 30년 이상된 오래된 노차(老茶)든 보이차는 처음 세차가 중요하다. 차의 발효기간인 진년(陳年)또는 진기(陳期)가 좋다고 좋은 기운이 담긴 첫물을 꼭 먹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나보다. 하지만, 수많은 세월을 지나면서 사람이 먹어서는 안되는 것도 있을 수 있다. 선택은 자유지만 굳이 안좋다는 것을 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

편하게 농약을 치지 않은 야채라도 흙이나 먼지를 털어내듯이 한번 씻는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숙차를 비롯해서 생차라도 어쩌면 오래된 차일수록 거꾸로 좀 길게 세차하는 것도 좋을 때도 있다. 무척이나 아깝지만 그만큼 더 귀하게 “손님”을 맞이한다는 생각으로 첫물은 그렇게 과감하게 뺀다. 그렇게 뺀 첫물은 그냥 버리는 것이 아니다.

소중하고 귀한 잔에 내어서 돌아가신 조부모님이나 가까운 분들 위해서 좋은 생각을 하면서 소원 등을 담아 부처님 전에 올리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부처님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모시는 신께 감사와 겸손을 푹 담아서 올리면 될 듯싶다.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보이차를 공양 올린 후에 두 번째 탕을 붓기 전에 차호 속의 찻잎(茶葉)을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탕을 넣기 위해 뚜껑을 열어 잠시 눈으로 색(色)을 확인하고 코로 향(香)을 맡는다. 두 눈 속으로 차 기운이 스며들고 코를 통해서 다시 머리 안으로 올라가면 기이하게도 가끔 눈이 바로 맑아짐을 느끼기도 한다. 진기가 좋은 보이차란 증거 가운데 하나인 듯하다. 감기에 걸렸을 때도 향으로 치료하는 향치(香治)의 한 방법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마실 때는 너무 뜨겁지 않게 그리고 너무 차지 않게 마셔야 한다. 단맛이나 매운맛도 있고 구수한 맛도 있고 상쾌한 맛도 표현만큼 다양한 맛을 보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보통 40도에서 60도 사이의 온도에 맞춰 마시는 게 좋다. 너무 뜨거우면 혀랑 식도에 화상을 입힐 수 있다. 너무 차가워져도 찻물 같아져서 그 맛과 효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기도 하다. 물론 여름철에는 식혀서 먹기도 하지만 온전한 차맛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마시는 차라고 해서 입으로 다 느끼는 게 아니다. 코로도 마시고 눈으로도 마신다. 입으로 마신다고 해도 입천장이나 혀 밑에서도 그리고 목넘김에서도 각각 다른 맛과 촉감을 느낀다. 그래서 오감만족이라고 할 수 있나 보다.

불교에서는 안이비설신 즉 눈, 귀, 코, 입, 몸, 뜻의 여섯가지 뿌리[六根]이 작용을 해서 인식한 색성향미촉법 즉 색깔, 소리, 냄새, 맛, 촉감, 법 등의 여섯 가지 경계를 갖게 된다고 어려운 말로 쉽게 설명한다.

차나 차탕 그리고 차호의 색깔을 보고, 찻물을 기르고 차호에 넣고 물도 끓이는 과정에서 나오는 소리, 보이차의 향과 우린 차의 향 그리고 끓인 차의 향, 그리고 맛의 경계는 마시기 전에 정해진다. 차를 받아들이고 나서는 몸이 반응을 한다. 체온이 올라가고 결국 마음도 편해진다. 그러다 보면 차를 마시기 전부터 왠지 몸과 마음은 편해지니 이 모든 과정이 하나의 법을 이룬다. 그래서 다도(茶道)라고 하나보다.

하도겸 나마스떼코리아 대표  dogyeom.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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