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뉴 LG'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6월 말 취임 이후 LG그룹 구광모 회장 행보의 키워드는 ‘구광모 체제 안착’과 ‘미래먹거리 탐색’이었다. 최근 단행된 인사 및 투자에 재계에서는 "취임 후 안정을 다지던 단계가 지나고 '구광모 호'의 색깔이 드러날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구광모 회장 LG 최대주주 등극...지분율 6.2%에서 15.0%로

구 회장은 최근 故 구본무 회장의 ㈜LG 지분 상속에 따른 상속세 일부를 최근 과세 당국에 납부했다. 앞서 취임 당시 이목이 쏠렸던 부분이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 체제 돌입에 따른 정리가 마무리 되어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2일 ㈜LG는 故 구본무 회장이 보유했던 ㈜LG 주식 11.3%(1945만8169주)에 대해 장남 구광모 대표 8.8%(1512만2169주), 장녀 구연경씨 2.0%(346만4000주), 차녀 구연수씨 0.5%(87만2000주)로 각각 분할 상속받았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후 지난달 30일 LG그룹은 구 회장이 상속받은 지분에 대한 상속세 7200억원을 과세 당국에 신고했다고 발표했다. 구 회장을 포함한 상속인들의 총 상속세는 9215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전체 금액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1차 상속세액을 29일 납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최대 5년간 남은 상속세를 나눠 납부한다는 계획이다.

현행법상 증여나 상속 규모가 30억원 이상일 경우 과세율은 50%에 달한다.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을 상속할 때는 ‘할증’ 세율이 적용된다. LG그룹의 경우 구 회장 등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LG 지분율이 50% 미만이어서 할증률은 20%다.

구 회장의 상속세는 그간 재계에서 납부된 상속세 중 가장 높은 액수다. 지금까지는 2003년 암 투병 중 타계한 故 신용호 교보 그룹 명예회장 유족의 상속세가 1830억원대로 가장 높았다.

이번 상속에 따라 구 대표의 ㈜LG 지분율은 기존 6.2%에서 15.0%로 늘어 최대 주주가 됐다.

외부수혈•혁신•미래 준비 ‘2019 인사 키워드’

구 회장 체제의 인사 코드는 단연 ‘외부 수혈’과 ‘혁신’이다. 구 회장은 최근 외부 인사를 대거 영입하는 동시에 신임 상무 134명을 발탁하는 등 지난 2004년 계열 분리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신규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그룹의 미래 성장을 위한 파격적 인사라는게 재계 관계자들의 평이다.

㈜LG는 지난달 2019년도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경영전략팀장과 자동차부품팀장, 인재육성 담당 상무를 외부에서 영입했다고 밝혔다.

경영전략팀장을 맡게 된 홍범식 사장은 베인&컴퍼니에서 다양한 산업분야의 포트폴리오 전략, 성장 전략, 인수합병, 혁신 전략 프로젝트 등을 맡았던 인물이다.

자동차부품팀장 김형남 부사장은 기아차 연구소, 르노삼성자동차 샤시설계팀장·중대형 차량 엔지니어·구매본부장(전무)을 맡은 바 있다. 지난 2013년 한국타이어로 옮겨 글로벌구매부문장·연구개발본부장을 지냈다.

인재육성 담당 상무로 영입된 김이경 상무는 액센츄어, PwC 등 글로벌 기업에서 인재개발과 인사, 조직 컨설팅 업무를 수행했다. 제약회사 MSD 아태지역 인사담당 상무를 거치고 지난 2016년 이베이코리아로 옮겨 인사총괄 부문장을 맡아왔다.

LG전자도 VS사업본부 전무에 은석현 보쉬코리아 영업총괄상무를 영입했다. 그는 지난 17년간 보쉬 독일 본사 및 한국•일본 지사에서 기술 영업마케팅 업무를 맡은 인물이다.

구 회장은 앞서 LG화학 대표이사 자리에도 사상 첫 외부인사인 신학철 3M 수석부회장을 내정한 바 있다. 신 신임 부회장은 1984년 3M 한국지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필리핀 지사장, 3M 미국 본사 비즈니스 그룹 부사장을 거쳐 한국인 최초로 수석부회장까지 올랐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세계적인 혁신 기업인 3M에서 수석부회장까지 오르며 글로벌 사업 운영 역량과 경험은 물론 소재•부품 사업 전반에 대한 통찰력을 보유했다“면서 "급변하는 사업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조직문화와 체질의 변화,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편 서브원 대표이사는 이동열 서브원 MRO사업부장 사장이 맡았다. LG경영개발원에도 LG경제연구원장으로 김영민 부사장이 선임됐고 SBS 논설위원 출신의 박진원 전무가 영입됐다. 지투알 대표이사에는 정성수 부사장이 선임됐고 LG스포츠 대표이사는 이규홍 사장이 선임됐다.

또 그룹 내 여성 임원은 7명을 신규 선임하며 총 29명으로 증가했다. 2014년 14명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

‘미래먹거리’ 과제 해결해야...전장부품•로봇 등에 투자

LG화학은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폴란드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증설을 위해 현지 자회사에 6513억원의 현금 출자와 1조3026억원 규모 채무보증을 결정했다. 그룹 미래먹거리에 대한 투자다.

LG그룹은 그간 자동차부품과 로봇 등 분야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 구 회장은 취임 후 첫 현장 방문으로 지난 9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전장부품과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품 등을 살펴보고 경영진과 R&D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LG사이언스파크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담당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융복합 연구개발(R&D) 단지다.

당시 구 회장은 "사이언스파크는 LG의 미래를 책임질 R&D 메카로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그 중요성이 계속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4차 산업혁명 공통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 빅데이터, 가상·증강현실(VR·AR) 분야에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에는 LG전자가 국내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스타(Robostar)의 지분 30%를 취득하고 경영권을 인수했다. 로보스타는 디스플레이, 반도체, 자동차 등의 생산공정에서 주로 사용되는 스카라로봇, 원통좌표로봇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앞서 5월에는 미국 로봇개발 업체 '보사노바 로보틱스(BossaNova Robotics)'에 3백만 달러(약 34억원)를 투자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보사노바 로보틱스는 로봇, 컴퓨터 비전(로봇에 시각 능력을 부여하는 기술),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실시간 매장관리 로봇 및 솔루션을 개발한 업체다.

재계 관계자는 “취임 후 약 6개월 동안 구 회장 체제가 안정되어 온 만큼 이제는 새로운 LG그룹의 색깔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사, 투자 등은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라고 설명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daum.net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