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여성소비자신문 김성민 기자] 우리나라 여성의 절반 이상은 사회 안전에 대해 “불안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8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전반적인 사회 안전에 대한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여성의 50.9%가 ‘불안하다’고 답했다. ‘안전하다’고 답한 사람은 10.6%에 그쳤다.

범죄발생과 관련해 불안을 느끼는 여성들이 많았다. 실제로 절도, 살인, 강도, 성폭력 등 형법범 주요 범죄 중 여성 피해자는 사기, 절도, 폭행 순으로 분석됐다. 성폭력 피해자는 여성이 2만6116건으로 남성 1478건보다 약 17배 높았다. 다른 범죄는 남성이 많았다.

특히 최근에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피해자가 전 남편에 의해 사망한 사건이 알려지며 가정폭력이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지난 10월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가정폭력으로 인해 보호를 요청하는 사건이 2011년 3087명에서 지난해 1만8971명으로 6배 가량 늘었다.

이에 국내에는 지난 2011년 성폭력방지법을 제정한 이래 매년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를 성폭력·가정폭력 추방 주간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성폭력·가정폭력 추방주간을 맞아 여성인권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도 ‘무관심으로 키우는 폭력, 관심으로 지키는 안전’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기념행사를 실시했다.

우선 여성가족부와 법무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는 지난 11월 27일 가정폭력 방지대책 합동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10월 강서구 등촌동에서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피해자가 전 남편에 의해 사망한 사건이 알려진 이후 가정폭력 피해자의 안전과 인권보호, 가해자 처벌 강화 등에 대한 논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논의를 통해 가정폭력 방지를 위해 시급히 보완·개선해야 할 영역으로 피해자 안전 및 인권보호, 가해자 처벌 및 재범방지, 피해자 자립지원, 예방 및 인식개선 등을 꼽고 영역별 주요 과제를 수립했다.

이 밖에도 여성가족부는 11월 2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에 위치한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2018 성폭력·가정폭력 추방주간 기념식과 함께 ‘평등을 향한 외침, 스쿨 미투에 응답한다’를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열었다.

기념식에서는 아동·여성폭력 방지를 위해 현장에서 헌신한 유공자를 시상했다. 올해 대통령표창은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경기장 주변에 성폭력상담센터를 운영한 김성숙 ‘여성긴급전화 1366’ 강원센터장이 받았다. 국무총리표창은 장애인 성폭력피해자 지원과 인권 향상에 헌신해 온 홍정련 울산장애인성폭력상담센터장과 여성폭력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없던 1991년부터 가정폭력 피해자를 보호해온 단체 ‘따뜻한쉼자리’가 수상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올해, 대한민국은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여성들의 외침이 그 어느 때보다 큰 한 해였다”면서 “여성가족부가 여성폭력 방지정책의 ‘컨트롤타워’(지휘탑)로서, 이러한 여성들의 열망을 국가정책으로 실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누구나 작은 관심으로 여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그 힘을 믿고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노력에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성평등한 학교 모색 세미나 열려

올해 1월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폭로로 촉발된 국내 ‘미투 운동’은 이후 정치계, 예술계에 이어 교육계까지 확산되며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불렀다. 특히 학생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해야할 학교 내 성범죄와 성차별을 폭로하는 ‘스쿨 미투(School Me Too)’는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스쿨 미투 신고 및 조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학생·교사·교직원의 스쿨 미투는 총 36건이었다.

학교 유형별로는 고등학교가 30건, 중학교가 5건, 초등학교가 1건이었다. 고등학교 중에서는 여고에서 발생한 스쿨미투가 13건으로 가장 많았다.

신고 유형별로 보면 학교에서 신고한 건이 21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경찰 신고 7건, 교육청 신고 7건, 기타 신고 1건 순이었다.

전체 36건 중 경징계는 6건이었으며 중징계는 23건, 징계가 없는 건은 7건이었다. 경징계 6건은 모두 학생이 학교에 신고했지만, 모두 경찰에 수사의뢰없이 자체 종결됐다. 반면 경찰에 신고한 7건의 경우 모두 중징계 처리됐다. 6건이 해임 및 파면됐으며, 1건만 정직 3월 처리됐다.

이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주관 열린 정책세미나에서는 ‘평등을 향한 외침, 스쿨미투에 응답한다’을 주제로, 올해 발생한 스쿨미투 운동의 의미를 되새기고 성평등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나윤경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은 “일상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는 학생들의 맥락을 더 깊이 이해함과 더불어 어떤 방식의 성찰을 통해 학교에서의 평등이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값진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발제에는 지난해 폭력추방공로 대통령표창을 수상한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와 윤명화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이 참석해 ‘스쿨 미투의 의미와 교내 성희롱·성폭력 발생 현황’, ‘피해자 관점에서 본 스쿨 미투 지원과 학교의 회복’에 대해 발표했다. 발제에 이어 학생과 교사, 관계기관 등이 참여하는 토론이 진행됐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는 ‘스쿨 미투의 의미와 교내 성희롱·성폭력 발생 현황’을 주제로 교내 성희롱·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했다.

이 상임대표는 교내 성희롱의 심각성에 대해 “올해 초 M여중 미투를 시작으로 중·고등학교에서도 성희롱·성폭력 피해 사실을 말하는 피해자가 나왔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연달아 일어났고 2학기에 들어서면서 9월 한달 동안에만 무려 19개 중·고등학교에서 미투가 일어났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하여 실시한 초중고 교사에 의한 학생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등학교 입학 이후 교사에 의해 성희롱 행위를 경험한 비율은 27.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희롱 유형별로는 신체적 성희롱을 경험한 비율이 23.4%로 가장 높았고, 이어 언어적 성희롱 9.9%, 시각적 성희롱 5.8%, 강제적 성희롱 1.2%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교사의 성희롱에 대한 학생들의 대응은 소극적이었다. 성희롱을 당한 37.9%는 대응 방법으로 ‘모르는 척하고 가만히 있었다’고 답했다. ‘부당하거나 옳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참았다’는 답도 19.8%에 달했다.

그 결과 올해 초 발생했던 스쿨미투는 주로 졸업생이 재학 중에 있었던 일을 폭로하고 이를 계기로 하여 재학생 피해가 추가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재학생들은 권력 관계에서 취약하고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어 두려움에 쉽게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학생들은 피해 사실을 말하려고 해도 "대학 입시에 영향을 줄까 이야기하지 못했다", "교육청 설문조사에서 실명이 드러날까봐 피해 사실이 없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고 응답했다.

또 중·고등교육기관에서 발생한 스쿨미투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중의 하나가 진행 사실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교 입장에서는 중립성을 지키고 절차대로 밟아야한다는 생각으로 일을 처리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학교에서 진행 상황에 대해 알려주지 않으면 오히려 학교가 가해자를 감싸는 것으로 생각하고 불안해 한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스쿨미투의 의미에 대해 “스쿨미투는 청소년들의 용기있는 행동으로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아이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통해 그동안 참고 견뎠거나 묵인해왔던 잘못된 문화를 바꾸고 좀 더 나은 세상으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어른들이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발표를 맡은 윤명화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은 ‘피해자 관점에서 본 스쿨미투 지원과 학교의 회복’이란 주제로 학교의 기능 회복을 위해서는 학생과 교사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치유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의 회복을 위해서 학생들과 교사의 불안을 해소하고, 의견들을 충분히 수렴해서 재발방지와 더불어 서로간의 간극을 최대한 좁힐 수 있는 치유프로그랩과 징계에 대한 사립학교 결정이 분명히 학교구성원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또한 학부모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단계별 진행사항을 공유하는 체계구축도 시급하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 등 성사안에 대해 강력히 대처하고자 전국 최초로 ‘성(性)인권 시민조사관’ 20명을 위촉하고, 교육감과 스쿨미투 관련 여성단체의 핫라인을(helpschool@sen.go.kr) 공동으로 운영 하는 등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성민 기자  smk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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