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여성소비자신문 김성민 기자] 우리나라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유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 새천년민주당 최초의 공채 여성국장으로 시작해 전국여성위원장, 가산점 없이 당선된 최초의 여성 최고위원을 역임하며 여성정치세력화에 힘써왔다.

‘싸움닭’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우리당 당헌당규에 당내 50% 여성대의원 의무화, 30% 여성공천할당을 명문화시켰고, 공직선거법에도 비례대표 여성 50% 할당제를 관철시켜 여성정치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여성소비자신문>은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그가 걸어온 발자취와 함께 현재 화두가 되는 사회적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1995년 지방의원으로 정치인생을 시작하셨다. 정계에 입문하시게 된 배경을 우선 듣고자 한다.

“엄혹했던 군부독재시절 학생운동을 하다가 대학 졸업 후 노동현장에 뛰어들었다. 구로공단의 산돌노동문화원에서 10년간 수출공단의 근로자들과 동고동락하며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일했다. 그러다 1995년 지방선거에서 시민단체의 추천으로 시의원 후보로 출마하게 되었다.

돈도 조직도 없었지만, 자원봉사자들이 반찬과 쌀을 가져와 함께 밥을 해먹으며 선거를 치렀고, 현역 시의원보다 두 배 넘는 압도적인 차이로 전국 최다득표 2위로 당선되었다. 그렇게 정치생활을 시작했는데, 벌써 20년이 훌쩍 넘어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17대부터 19·20대까지 10여 년간 현역 정치인으로 활발히 활동하며, 이건 잘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지 소개해 달라.

“3선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늘 약자와 서민의 편에 서려고 했다. 그 중에서도 스스로를 ‘여성계파’라 할 만큼 우리사회와 정치권 내의 가부장적 구조와 싸우고 성 불평등 해소를 위한 법제도 개선에 매진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의미 있는 성과로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형법’ 개정을 통한 ‘친고죄 폐지’를 들 수 있다. 친고죄 폐지로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와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가능해졌고,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본다.

또한 지난 10년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정부의 과학·기술정책 관련 여러 성과를 내 6년 연속 NGO모니터단 국정감사 우수의원으로 선정됐다. 그 중에서도 지난 2013년 국정감사에서 KT가 연구개발에만 3천억원이 투입된 전략물자인 무궁화위성 3호를 관련 법령을 어기고 홍콩 ABS사에 헐값으로 매각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던 것이 큰 성과로 기억된다. 또한 원자력 안전과 관련한 여러 법제도 개선에 나서 2년 연속 환경분야 우수의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대 국회 후반기부터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활동하고 계신데, 10년간 활동했던 과방위를 떠나 기재위에서 활동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제가 기획재정위원회로 상임위를 옮기게 된 것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양극화 문제가 매우 심각해지고 있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수십 년 동안 우리사회를 지배해왔던 선성장·후분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포용성장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이루어내는 것이 문재인정부와 우리 더불어민주당의 사명이라 생각한다.

우리 국민들께서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포용성장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계시다고 생각한다. 다만 속도나 강도에 있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여전히 야당에서는 각종 경제지표를 들어 과거의 경제정책으로 회귀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가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긴 호흡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재위원으로서 정부의 경제정책이 옳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파수꾼 역할을 할 것이다.”

-‘기본소득 도입’에 매진하고 계신다. 기본소득을 도입하게 된 배경과 기대효과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

“저는 기본소득이 우리사회의 소득 및 자산 불평등 구조를 해소하고 포용성장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엘론 머스크(테슬러 CEO),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CEO) 등 세계적 기업가들도 기본소득을 빈곤과 불평등을 해소할 획기적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기본소득은 간단히 말해 모든 사람에게 국가가 일정 수준의 소득을 매달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소득은 사람들에게 의무적인 노동 대신 좀 더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위험부담이 있지만 좋아하거나 잠재성이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준다는 의미가 있다.

기본소득의 또 다른 측면은 시장이 보상해주지 못하지만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는 일, 예를 들어 가사노동, 사회참여 등을 국가가 보상한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세계는 이미 기본소득과 관련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지자체별로 청년배당, 기본소득형 농업직불제 등을 도입해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아직은 실험단계이고 평가도 분분하지만 추후 정부차원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검토하는 데 귀중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세계경제포럼의 성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평등 순위는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러있다. 과거 여성할당제 도입에도 앞장서셨다.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노력하시게 된 이유가 있다면, 또 앞으로 이를 위해 어떤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보시는가.

“정치에 입문할 당시 여성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을 함께 하며 여성을 대변할 여성정치인이 절실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고, 자연히 여성정치세력화는 제 정치인생의 큰 화두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20대 국회 여성의원 비율은 17%(51명)에 불과하고, 6.13 지방선거에서도 여성광역단체장은 단 한명도 배출하지 못하는 등 여성정치세력화를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이에 지역구 30%를 여성추천으로 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상의 권고조항을 강제조항으로 개정하는 등 실효성 있는 법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며, 공천과정에서 정당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여성할당 권고조항을 지키도록 촉구해야 한다.”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다. 지난해 불법 영상물 피해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웹하드업체는 불법정보를 즉시 삭제·차단조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성폭력처벌특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셨다. 당시 이 법을 개정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최근 3-4년 사이에 웹하드 업체를 통해 불법 성범죄 영상물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 지난해 9월 피해자가 신고하면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이를 삭제·차단하도록 하는 법안(성폭렴범죄처벌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현행법은 방심위의 감독 하에 웹하드업체들이 불법 영상물에 대해 자발적으로 삭제·차단하고 있는데, 무차별적으로 유포되는 불법 영상물을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웹하드업체가 필터링 및 삭제업체를 자회사로 운영하면서 불법 영상물을 더 확산시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최근에 문제가 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회장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가 ‘음란물 유통’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난해 발의했던 이 법안이 다시 화제가 되었다.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불법 영상물은 피해자들에게 경제적 정신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게 하며, 성행위 동영상을 무의식 중에 다운받아 공유하는 수많은 남성들 역시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 불법 영상물을 유통시키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웹하드업체)에게 영업정지 혹은 폐쇄조치 등의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개정안이 통과되어 웹하드업체들의 카르텔을 끊어내는 기반이 마련되길 바란다.”

-의원님은 일과 가정 양립에 어려움은 없으셨나.

“일과 가정의 양립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성들에게 어려운 과제다. 최근에야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이 사회 전반의 화두가 되고 있어 워라벨을 위한 다양한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성 정치인이자 한 가정의 엄마·아내로서 살아가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바깥에서 다른 여성들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뛰어다니면서도 정작 내 아이와 내 가정은 제대로 돌보지 못할 때가 많았다. 다행히 남편의 든든한 역할 덕분에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적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 여성과 남성의 균등한 가사노동 배분, 출산·육아휴가의 제도적 보장 등 법제도 개선과 사회 전반의 의식구조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도 일과 가정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을 생각하며,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서려고 한다.”

-정치인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 국민에게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

“저는 한 번도 정치인이 되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다만 ‘나보다 어려운 이웃이 있다면, 그것이 나의 존재 이유’라는 마음으로 노동운동과 정치인생을 시작했고, 그 초심을 마음에 품고 정치인의 길을 걸어왔다.

어르신, 여성, 청년 등 사회적 약자들의 편에 서는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을(乙)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인, 을(乙)을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살아갈 것이다.

경제정책을 다루는 기획재정위원회에 들어온 것도 그 때문이다. 계층의 사다리마저 사라지고 있는 불평등·양극화 구조 해소를 위해 일할 것이다. 기본소득 도입 역시 그 일환이다. 정치인으로서 살아가는 동안 수고하고 짐 진 약자들에게 힘이 되는 정치,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하겠다.”

김성민 기자  smk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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