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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명 건강칼럼] '감기' 라는 가면을 쓴 내과적 위급질환
은명 대한통합암학회 학술이사 | 승인 2018.11.29 15:16

[여성소비자신문]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침이 나고, 콧물 나고, 목 아프고, 몸이 쑤시고…와 같은 증상들이 나타나면 일단 ‘감기’라는 단어로 표현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이런 증상이 있을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병원에 와서 “감기가 안 나아요”라고 말하면서 감기약을 처방해 달라고 하거나, 약국에 가서 “감기약 주세요”라고 말하기를 좋아한다.

그렇다면 ‘감기’라는 병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의학적으로 이야기 하려면 수 시간의 장문으로 설명을 해도 다 못할 것이고, 이 단어를 공부한다고 해서 “아~~ 그렇구나”라고 단숨에 이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야기를 시작함에 앞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감기 증상이 있으면 이제부터는 ‘감기’라고 말하기 이전에 ‘감기증상’이 있다고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이 글의 마지막 즈음에 가서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

위에서 말한 감기증상은 내과의 주요 질환에서 대부분 함께 동반되는 증상일수도 있어서, 수많은 내과질환은 모두 감기와 같은 증상이 있을 수 있고, 어떤 경우는 단순 감기라고 일반적으로 복용하는 감기약을 아무 생각 없이 복용했다가 다른 주요 질환이 악화가 되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역사속의 예를 들어보면, 수두를 앓고 있는 어린 아이에게 부모가 볼 때 단순 감기로 판단해서 열을 내리겠다는 생각으로 아스피린을 복용시켰다가 간의 지방 변성과 뇌의 급성 부종이 특징인 ‘라이증후군’이라는 아주 무서운 질환으로 진행한 경우가 있다. 또한 간염이 악화되면서 동반된 감기 유사증상에 대해 단순 감기라고 판단하여 일반 감기약을 복용했다가 생명에 위협을 주는 전격성 간염까지 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간염에서 유발된 기침, 목 아픔, 몸살 등의 감기 유사 증상이 있을 경우, 일반적으로 병원 밖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감기약을 열심히 복용하는 동안, 간염은 상당한 속도로 악화가 된다.

필자가 수도권의 한 종합병원 내과과장으로 있으면서 직접 경험한 실례를 들어 설명해 보자면, 약 15일 이상 단순 감기인줄 알고 감기약만 열심히 복용하다가 호전이 전혀 보이지 않아서 진료실로 찾아오신 분이 있었다. 환자분이 필자의 진료실로 들어오시면서 시작한 이야기는 “다른 병원에서 15일이나 약도 먹고 주사도 맞고 영양제도 맞았는데… 감기가 잘 안 떨어져요, 약을 먹으면 먹을수록 몸살이 더 심해지네요”였다.

필자는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구나. 환자분에게 큰 일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하루 빨리 방향을 잡아주지 않으면, 생명에 지장을 주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겠구나. 이와 같은 생각은 필자로 하여금 바로 환자에게 피검사와 몇 가지 검사를 하도록 권유하였고, 그 분의 간세포 파괴수치가 한개는 20000이상으로, 또 다른 한개는 30000 이상으로 올라간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환자분의 경우 약간 탄 듯한 살색을 하고 있어서 전형적으로 보여 져야 할 황달도 유심히 관찰하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경우의 환자였기 때문에, 피검사 결과가 환자분의 상태 확진에 매우 중요한 증거가 되었다.

피검사에서 일반인들이 가지는 정상 간세포 파괴 수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35전후여야 하는데 간염이 진행하는 경우, 간세포 파괴 수치는 하루만에 2배에서 3배 이상 뛰면서 악화되기도 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하루 만에 100배 이상 증가한 경우도 있었다.

필자는 이 환자분에게 입원치료를 권유하였고, 다행히 2주 이내에 건강하게 회복해서 퇴원하고 일상 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 환자분이 더 기억에 남는 이유는 환자분은 외국인 노동자였기 때문이다.

만일 그 날 환자분이 필자의 진료실 또는 다른 진료실이라도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자칫 타국에 와서 소리 소문 없이 객사를 할 수도 있는 경우였다는 점이 필자의 가슴을 더 아프게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해 보면, 가슴 뭉클했던 순간순간들이 나도 모르게 한 명의 환자를 위해 여러 책들을 뒤적이며 몇 날 몇 일을 늦은 밤이 되어야 병원 밖으로 발걸음을 향할 수 있었음이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또 다른 예로는 식도염 유발성 기침을 단순 감기로 오인하여 지속적으로 감기약만 복용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오히려 위벽이 더 상하게 되면서 출혈을 동반 위궤양으로 진행되어 오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어떤 특정 질환에 동반 증상으로 나타난 감기 유사증상을 의심하지 않고, 단순 감기로만 보고 지속적으로 약을 복용하다가 수많은 위급 상황들을 맞게 되는 상황을 자주 보게 된다.

사실, 알고 보면 ‘감기’라는 단어는 단순 바이러스(대표적으로 리노바이러스)에 의한 상기도 증상, 예를 들어 제체기, 목 아픔, 콧물 정도만 있을 때에 국한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단순 감기는 특별한 치료가 없이 휴식과 건강한 식이로도 몇 일만에 자연치유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단순 감기라고 생각한 증상이 5일 이상 지속되거나, 상기도 증상에 몸살이 동반된 경우는 간염, 방광염, 독감, 폐렴, 더 나아가 갑상선질환 등 수많은 다른 질환들일 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이런 경우는 단순 감기가 아닌 어떤 특정 질환의 관점에서 치료적 접근을 해야 하고, 만일 특정 질환을 단순 감기로 치부하여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예상치 못한 위급한 상황들을 초래할 수도 있다. 즉, 단순 감기라는 단어로 치부하기에는 위험한 경우가 언제든 상존할 수 있음을 일반인들도 알고 있어야 한다.

자,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런 위기를 최소화 시킬까? 정답을 내기가 매우 어려운 문제이지만, 의사가 아닌 일반인으로서의 국민들이 적어도 이 정도는…이라는 범위를, 그러면서도 필수적으로 알고 있어야만 하는 지식을 정리하려 한다.

만일, 감기증상이 있다고 생각하는 상황에 아래의 증상이 같이 있으면 약을 먹기 전에 의사선생님부터 먼저 만나는 것이 좋다.

1. 언제부터인가 쉬어도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경우

2. 운동이나 식이의 변화가 없었는 데도 체중의 변화가 급격한 경우. 여기서 말하는 급격한 체중변화란 1달 이내에 자기 체중의 10%이상 증가 또는 감소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3. 복통(하복부나 중복부 혹은 복부 전반의 통증)이 함께 동반되는 경우

4. 등쪽 중앙부로 통증이 있는 경우

5. 양 옆구리 아래쪽에서 허리의 중앙부에 가까운 위치에 통증이 동반된 경우

6. 목 앞의 갑상선부위가 열감이 있거나 예전보다 부어올라 보이는 경우

7. 지속적으로 고열이 지속되는 것 같은 경우

8. 약을 먹어도 몸살이 사라지지 않는 경우

9. 눈알이 빠질 것처럼 두통이 너무 심한 경우

위급한 경우에 대한 모든 경우를 보여줄 수는 없지만, 이 정도만 이라도 기억을 하고 있으면, 적어도 감기약으로 인한 위급한 상황을 맞게 되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만일 감기증상이 동반되었을 때, 위에 나열한 증례 중 한 개라도 함께 있으면 일단 내과 진료부터 받고, 자신의 증상에 대한 히스토리를 자세하게 말해주는 것이 좋다. 일반적인 내과 선생님들이라면, 위와 같은 증례를 듣고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며, 그에 대한 검사나 필요한 처치를 해줄 것이고, 적어도 감기증상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내과적 위급질환을 피해갈 수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마무리하며, 몇 가지를 덧붙이려 한다. 몸살이 너무 심하거나, 소변색이 투명하지 않거나, 예전에 없던 두드러기와 가려움이 어느 날부터 점점 심해진다면, 집안의 상비약이나 다른 일반 약들은 절대로 복용하면 안 된다.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상비약들 중에는 특정 질환을 더 악화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몸이 아플 때 무엇을 복용해야 할지 모를 경우 무엇보다 제일 먼저 할 일은 그냥 아무것도 복용하지 말고 병원으로 직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길이다.

또한 속이 아프다고 해서 진통 소염제를 복용하는 것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선택이다. 진통소염제는 위벽에 손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복통에 진통소염제를 복용하는 경우, 더 극심한 고통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겔형 제제만 증상완화를 위해 복용하는 것을 권하고, 일부 소화제나 특정 효과를 가지는 약들은 증상완화에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복용해서는 안 된다.

필자가 항상 환자분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의학은 절대로 상식이 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른다고 해서 부끄러운 일도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방식과는 달리, 인체에 영향을 주는 선택적 행위는 차라리 모르기 때문에 안하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입으로 복용하는 약에 관한한 절대로 스스로 판단해서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은 하면 안 됩니다. 무엇을 복용할까를 고민하는 그 시간에 빨리 가까운 병원에 가셔서 의사의 처치를 받으시기를 권유 드립니다”라고.

은명 대한통합암학회 학술이사  bryonsilv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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