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

[여성소비자신문 김성민 기자] “글로벌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초격차 역량을 확보해 세계가 인정하는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이 됩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 6월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진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이 회장의 의지는 최근 이뤄지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 등을 통해서 구체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CJ그룹의 핵심계열사인 CJ제일제당은 지난 11월 15일 이사회를 열고 종속회사인 CJ푸드가 미국 냉동식품 전문기업 ‘쉬완스 컴퍼니(Schwan’s Company)’의 주식 693만6385주를 총액 18억4000만 달러(약 2조원)에 인수키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CJ푸드는 현지법인 인수를 위해 설립된 미국 현지 특수목적법인으로, 이번 주식 취득 후 쉬완스에 대한 CJ그룹의 지분 비율은 99.98%가 된다.

이번 인수는 지난 2011년 CJ대한통운을 인수할 당시 인수가격 1조98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로, 그룹 사상 최대 인수합병(M&A)이다. 당초 IB 업계에선 쉬완스의 매각 가격이 2조원 중반에서 최대 3조원까지로 거론됐지만, 적자 사업부인 ‘홈 서비스(Schwan’s Home Service)’를 인수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재무 부담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대금 가운데 13억4000만 달러(약 1조5000억원)는 CJ헬스케어 매각대금 등 자체 보유자금을 활용하고, 나머지 5억 달러(약 5500억원)는 쉬완스 컴퍼니의 자체 차입을 통해 조달할 방침이다.

인수 이후 사업의 안정적 운영 및 확장을 위해 기존 대주주로부터 지분 20% 재투자를 유치했다. 양사는 기업결합 신고 등 관련 절차를 거쳐 내년 초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쉬완스 컴퍼니 인수로 미국 전역에 걸친 식품 생산·유통 인프라 및 연구·개발(R&D) 역량을 갖추며 ‘케이푸드(K-Food) 확산 플랫폼’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다.

1952년 미국 미네소타주에 설립된 쉬완스 컴퍼니는 냉동식품 전문업체로 전국 단위 냉동식품 제조 인프라와 영업 네트워크 역량을 갖추고 있다. 미국 내에 17개 생산공장과 10개의 물류센터, 5개의 R&D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냉동피자 시장점유율에서는 2위, 파이·에피타이저 시장에서는 1위를 차지해 네슬레 등 글로벌 식품기업과 수위를 다투고 있는 업체라는 게 CJ제일제당의 설명이다.

주요 브랜드로는 레드 바론(Red Baron), 에드워즈(Edwards), 파고다(PAGODA), 마마 로사(MaMa Rosa’s)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밖에 학교·병원·레스토랑 체인 등에 식품을 공급하는 푸드 서비스 분야와 함께 PB제품 제조분야 등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홈서비스 사업을 제외한 올해 매출은 2조3000억원, 상각전이익(EBITDA)은 2460억원으로 예상되며, 약 1만2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미국시장 전역을 아우르는 쉬완스를 인수함으로써 세계 최대 가공식품 시장인 북미를 본격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추진력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CJ제일제당은 지난 2005년 미국 식품기업인 애니천, 2009년 옴니, 2013년 TMI, 2018년 카히키 등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미국시장을 공략해왔다.

이번 인수를 통해 CJ제일제당은 기존 캘리포니아와 뉴욕, 뉴저지, 오하이오 등 5곳에 보유한 생산기지가 4배 이상인 22개로 대폭 확대된다. 미국 전역을 아우르는 물류·유통·영업망도 동시에 확보된다.

이에 따라 코스트코 등 일부 대형 유통채널에 집중돼온 ‘비비고’ 등 기존 CJ제일제당 브랜드 제품들이 북미시장에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 등으로 올해 미국시장에서만 4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기존 만두, 면 중심의 간편식 품목도 피자, 파이, 에피타이저 등 현지에서 대량 소비되는 카테고리로 확대되면서 향후 한식을 접목한 다양한 신제품 개발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식의 맛으로 차별화한 다양한 아시안 푸드로 식품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캐나다, 멕시코 등 인근 국가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단순한 물리적 통합을 넘어서 각 사의 차별화된 R&D, 생산, 마케팅, 영업 등 모든 역량을 집결해 최적의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며 “쉬완스 컴퍼니의 브랜드 경쟁력과 인프라에 자사 식품사업 R&D 역량과 한국 식문화 우수성을 앞세워 2025년까지 ‘아시안 HMR 대표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강신호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는 “글로벌 식품산업의 최대 마켓인 북미 공략을 통해 이재현 회장의 식품사업 철학인 ‘한국 식문화 세계화’를 가속화하는 한편 그룹의 비전인 월드 베스트(World Best) CJ에 한층 다가서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사업재편 박차

CJ가 이처럼 과감한 투자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는 것은 ‘월드베스트 CJ’를 이루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4년여 만에 경영일선으로 복귀하며 “2020년 매출 100조원을 실현하는 그레이트 CJ 달성을 넘어 2030년에는 세 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업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월드베스트 CJ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CJ그룹은 2020년까지 물류, 바이오, 문화콘텐츠 등의 분야에 M&A를 포함해 총 36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

CJ는 지난 2013년 이 회장이 구속된 후부터 사실상 사업 확장을 중단했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단 한 건의 M&A도 진행하지 못했다. 이 회장의 복귀와 동시에 투자와 M&A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9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식물성 고단백 소재인 농축대두단백(SPC) 부문 세계 1위 기업인 브라질 셀렉타(Selecta)사를 3600억원에 인수했다. 셀렉타는 37개국 글로벌 영업망을 보유하고 주원료인 대두 주산지에 위치해 물류 경쟁력을 갖췄다.

아울러 CJ그룹은 제약계열사였던 CJ헬스케어를 1조3000억원에 매각하고 추가 인수합병을 위한 실탄을 확보했다.

사업구조 개편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기존 식품·생물자원·바이오·소재 등 4개 부문을 식품과 바이오로 통합했으며, CJ대한통운의 추가지분을 확보해 단독 자회사로 전환했다.

또한 CJ푸드빌은 투썸플레이스 브랜드를 분리 독립시키고 투자를 유치하면서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마련했다. 특히 지난 7월 1일 CJ오쇼핑과 CJ E&M 두 계열사 합병을 통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도전할 국내 최초 융복합 콘텐츠 커머스 기업 CJ ENM 출범시켰다.

CJ 관계자는 “지난 1년간 사업구조 재편 및 각 계열사들의 글로벌 도전이 활발하게 이어지면서 그룹 내부에서 미래성장에 대한 기대감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베스트 사업사례를 시상하고 의미를 확산하는 온리원컨퍼런스를 계기로 이 같은 분위기가 더욱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성민 기자  smk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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