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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수 한국YWCA연합회 회장 "성평등ㆍ평화ㆍ청년운동에 앞장 설 터"YWCA 활동 96년의 발자취와 함께 해오다
한지안 기자 | 승인 2018.10.29 11:04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1922년 조선여자기독교청년연합회로 창립해 올해로 96주년을 맞은 한국YWCA는 현재 활동 중인 여성단체 중 가장 오래된 단체다.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여성이 바로서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여성인권운동, 소비자운동, 돌봄운동, 환경운동, 생명평화운동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YWCA연합회 한영수 회장은 “YWCA운동은 결국 소비자 운동이다. 결국 모든 것이 소비자 운동과 통해 있더라”라고 말했다.

1950년 10월 26일생인 그는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유전학 석사를 취득하고 서울벤처정보대학원대학교에서 뇌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8년부터 1972년 대학Y 회원으로 활동하며 회장직을 역임했다.

한 회장은 YWCA활동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당시에는 ‘학생운동이랄 것’이 많지 않았죠. 다만 이화여자대학교에서는 YWCA가 강했어요. 입학 후 오리엔테이션을 할 때 학교에서 아예 입회원서를 나눠주더군요. 덕분에 Y회원으로 가입을 했습니다”라고 YWCA와 처음 인연을 맺은 사연을 웃음지으며 설명했다.

당시 이화여대의 신입생 수가 2000명 정도였는데 그 중 10%가 가입했으니 200명 정도가 YWCA에 가입했던 셈이다. 그때는 총학생회에 YWCA가 한 부서로 있었고 사무실도 따로 있었다.

“저는 그때 Y회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Y가 약해지더니 사무실도 사라지더라구요”라고 회상했다. 다만 한 회장은 “YWCA는 사회에서 기독교 정신,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일을 하는 단체”라며 “제가 대학 Y회장으로 활동하던 시기부터 지금까지 단체의 정신이나 속성에는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한 회장과 여성소비자신문의 대화가 진행된 YWCA 회장실의 한쪽 벽면에는 서너줄의 인물 사진이 걸려 있다. YWCA의 역대 회장들의 사진으로 故김신실 선생, 故김애마 선생 등 여성 교육의 역사에 빠질 수 없는 이들의 얼굴이었다.

한 회장은 위쪽에 걸린 흑백 인물 사진들을 가리키며 “제가 사범대학을 다녔는데 김애마 선생님이 당시 사범대학 학장이셨어요”라고 추억했다. “김갑순 선생님, 김숙희 선생님도 학교에 계셨어요. 선배님이시면서 스승님이신 분들이 YWCA 활동을 많이 하셨습니다. 옛날에는 여성지도자로 활동하신 분들이 교수님이 많으셨고 학교에서도 주로 뵙던 분들이었지요. 김활란 선생님도 그때 뵈었지요.”

사진=여성소비자신문

한 회장은 YWCA내에서 다양한 보직과 업무를 맡아온 인물이다. 그는 한국YWCA연합회 위원 및 실행위원, 복지사업위원회 위원장, 제1회계 임원, 홍보출판위원장, 은학의집운영위원장, 제2부회장, 생명․평화위원회 위원장, YWCA복지사업단 이사 등을 거치며 26년을 YWCA에 몸 담았다.

그러나 당시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활동해온 그에게도 ‘공백기’는 있었다. 한 회장은 “1972년부터 1990년대까지 거의 20년을 쉬고 청소년 위원으로 다시 활동을 시작했어요”라고 말했다. 당시에도 ‘일‧가정 양립’이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미투(ME TOO)와 성평등 과제에 대해 “앞으로도 계속해야 할 일들이며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헌법 개정”이라고 강조했다.

유럽도 법이 고쳐지면서 여성이 힘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여성단체들이 헌법개정을 위해 단체를 만들고 집회를 했지만 개정자체가 불발된 상황이다.

“앞으로도 여성들이 성평등한 국가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여성들이 보호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벌을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무죄혐의를 받고 법의 보호를 받는 상황입니다.”

한 회장은 올해 미투운동이 우리 사회에 만연된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 성폭력의 실상을 고발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데 크게 일조했다고 평가했다.

“성폭력은 일부 남성의 일탈적 행동이나 관심이 아니라 명백한 성범죄입니다. 교정과 교육, 처벌을 넘어 성폭력 관행이 한국사회에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우리 사회의 인식과 국민들의 행동변화를 가져오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성평등 문화 확산과 이를 뒷받침할 법제도 정비가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YWCA는 성평등 정신을 헌법에 명문화해 명시할 수 있는 성평등한 헌법 개정이 가장 우선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YWCA는 이를 위해 지방선거,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 주요 선거마다 성평등 과제가 공약화될 수 있도록 유권자운동을 전국에서 펼쳤고 올해 국회에서 무산되었지만 성평등 헌법 개정운동에 앞장섰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탈핵생명, 성평등, 평화통일, 청소년청년운동에 매진

YWCA는 2년마다 중점과제를 운동목표로 세워 활동하고 있는데 2018~2019년 운동과제는 탈핵생명, 성평등, 평화통일, 청소년청년운동이다. 특히 젠더관점과 지역성을 강화한 탈핵생명운동과 성평등운동으로 지역 여성운동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탈핵운동의 경우 그동안 핵발전의 위험성을 알리면서 핵발전을 벗어나자는 캠페인에 주력했다면 올해부터는 핵발전을 대신할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과 에너지자립’ 실현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성평등운동은 YWCA가 일제강점기 암울한 시절 여성들을 계몽하고 권리를 찾기 위해 창립된 바와 같이 YWCA의 가장 중요한 운동이다. 초기에는 주로 계몽, 교육, 여권신장. 민족운동에 집중했고 이후 산업화 속에서 여성근로자들의 권익보호, 직업에서 기회의 평등, 남녀성별의 벽을 허무는데 앞장섰고 가족법 개정 등 사회의 여성 관련 부조리를 없애오는데 매진했다.

“성평등운동은 여성폭력 근절, 여성경제역량 강화, 여성대표성 확대를 통해 성평등한 사회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올해 3월 8일 여성의 날 ‘미투운동’ 지지와 성폭력 근절을 위한 행진을 벌였으며, 매년 전국에서 펼쳐온 ‘동일노동 동일임금’ 캠페인을 ‘페이미투’ 운동으로 이어가 여성노동 가치를 동등하게 인정받도록 하겠습니다. 성평등 정신을 헌법에 조문화하기 위한 성평등헌법 개정운동도 열심히 벌이고 있습니다.”

YWCA는 우리나라 최초로 돌봄노동을 사회서비스로 정착시키고 돌봄 종사자들이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50년 넘게 노력해오고 있다. 이런 역사 속에서 여성직종 개발과 직업교육도 일찌감치 시작했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캠페인’과 ‘동일 임금의 날 제정’ 등을 비롯해 여성의 노동의 가치가 동동하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관련 운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YWCA연합회

평화, 통일운동도 YWCA에서는 중요한 과제다.

“올해는 남북간 대화가 재개되면서 한반도에 봄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YWCA는 1997년부터 북한 어린이, 여성, 노인 등 취약계층을 위해 분유, 국수, 감귤, 내복, 의약품, 학용품 등 다양한 물품을 지원해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라산에서 시작한 ‘YWCA 평화순례 한라에서 백두까지’를 올해는 지리산에서 해외동포까지 참여한 ‘한민족 여성평화순례’로 진행했습니다. 전쟁 없는 한반도를 만들자는 국내외 여성들의 ‘여성평화걷기’도 2015년부터 열심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른 여성단체들과 힘을 합쳐 남북민간교류 활성화, 평화교육 확산에도 주력할 예정입니다.”

YWCA ,일제강점기부터 소비자운동 전개

소비자운동은 YWCA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소비자상담 기구를 설치하면서 개척한 운동으로 한국 소비자운동에서 YWCA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 역사는 1920년대 일제강점기 국산애용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1964년 서울YWCA에서 소비자위원회를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소비자운동을 전개해 왔다.

“YWCA를 비롯한 많은 여성․시민단체들의 노력으로 1980년 소비자보호법이 제정되고 2006년 소비자기본법으로 개정되면서 소비자권리가 확대돼 왔죠. 그러나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는 여전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옥시가습기살균제 사건, 폭스바겐 연비조작 사건, 홈플러스 개인정보 유출, 달걀 살충제 사건, 여성생리대 유해물질 논란과 올해 큰 충격을 준 라돈침대 사건 등 대형 소비자피해 사건은 줄지 않고 있어요.

소비자피해 사건은 기업과 정부의 안전불감증, 책임의식 부재에서 비롯됩니다. YWCA는 집단소송제, 징벌적손해배상제 도입을 계속 촉구해왔는데, 소비자에게 피해 준 생산자나 공급자의 책임을 무겁게 물어 ‘망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생겨야 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에요.

기업은 징벌적손해배상제도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소비자보호를 제대로 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정부와 국회도 소비자피해 문제를 더 이상 손놓고 있어서는 안됩니다. 국민 기본권으로서 헌법의 소비자권리 보장,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 등 소비자피해 구제를 위한 법제도 정비가 적극 나서야 합니다.”

한 회장은 한달에 한번씩 소비자단체협의회에 갈 때 마다 “아, YWCA가 그동안 해온 운동이 모두 소비자 운동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여성이 바로 서는 세상 만들기 위해 힘써 와

YWCA는 기독교정신을 바탕으로 여성이 바로 서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써온 기독여성단체이다. 우리 사회에 기독교가 추구하는 정의, 생명, 평화의 가치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운동체이다.

한 회장은 “YWCA 회원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실천하는 신앙인으로서, 기독교 여성으로서 자발성과 헌신성을 바탕으로 시대와 이웃을 섬기고 그 믿음 안에서 여성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하는 운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YWCA 특유의 자발성과 헌신성은 한국YWCA가 100년을 이어올 수 있던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YWCA가 기독여성운동과 함께 갖고 있는 중요한 정신은 바로 청년정신입니다. YWCA의 Young(젊음)은 육체적인 젊은 뿐 아니라 정신의 젊음을 뜻합니다. 미래를 지향하는 젊은 사고와 청년성을 갖고 개방적이며 진취적으로 활동하는 운동체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제공=한국YWCA연합회

생명의 바람, 세상을 살리는 여성

이처럼 YWCA는 2006년부터 ‘생명의 바람, 세상을 살리는 여성’이란 슬로건을 내세우고 탈핵생명운동과 성평등운동에 주력하고 있다.

“탈핵운동은 제가 제2부회장을 맡은 때부터 주축이 되어 시작했던 운동이라 더욱 애착이 갑니다. 전국 YWCA 회원 10만 서명운동으로 고리원전 1호기 영구폐쇄를 이루는데 기여했고, 5년째 매주 화요일마다 12시에 ‘탈핵 불의날 캠페인’을 전국에서 열고 있습니다.”

앞으로 목표와 비전 등에 대해 묻는 질문에 한 회장은 “YWCA는 젊은 기독여성들의 시민공동체로서 정의, 생명,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1922년 창립부터 지금까지 활동해왔습니다. 100주년은 YWCA에게 새로운 100년을 여는 시작이자 100주년을 넘어 계속될 YWCA 역사 속에서 창립정신이 이어지도록 시대적 책임을 다시 한 번 결의하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청년성과 자발성에 근거한 기독여성운동으로서 YWCA 초기정신을 회복하고, 그 정신에 기반한 여성운동으로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YWCA 청년성을 지닌 젊은 리더십을 기르고, 회원들이 자발적 참여를 높이는 일에 주력하고자 합니다”라고 답했다.

이를 위해 YWCA는 현재 100주년을 향한 글로벌 청년리더십 양성을 위한 프로젝트,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YWCA 여성평화순례 한라에서 백두까지’, 다음 세대에 평화와 여성인권의 가치를 널리 확산하기 위한 ‘여성평화상징물 건립’, YWCA 창립정신을 이어가기 위한 청소년ㆍ청년회원 지원을 위한 ‘YWCA 1922장학금’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한 회장은 “이런 일들은 앞으로도 YWCA가 있는 한 끊임없이 진행될 것입니다”라고 말을 맺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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