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산후조리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여성의 평생 건강이 좌우된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 서양 여성에 비해 체형적으로 골반이 작은 편이다. 그만큼 분만시 몸에 가해지는 충격 또한 크다. 따라서 분만 이후 회복을 위한 산후 조리가 중요하며, 그래서인지 우리나라는 산후 조리 문화가 잘 발달돼 있는 나라다. 올바른, 나의 몸에 맞는 산후 조리 방법을 실천함으로써 산후 몸 회복과 이후의 건강까지 챙기는 방법을 살펴봤다.

원칙 1 – 찬바람을 조심하자

임상을 하면서 많은 산모들을 상담하다 보면 가장 흔한 증상은 냉감과 통증이다. 산후 더워서 고생하는 것은 잠깐이지만 냉감과 통증은 오랜 기간 산모들을 괴롭히는 증상이다. 장기화될 경우 무기력감, 우울증으로도 이어질 수도 있는 무서운 증상이다.

산후에는 땀이 많아진다. 땀이 많아지는 것은 체질과는 크게 관계가 없다. 임신기간 동안 증가된 체내 수분이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때 체온유지를 위해 옷을 자주 갈아입어야 하고, 특히 찬바람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땀이 날 때 피부의 땀구멍이 열리는데 한의학에서는 땀구멍을 주리(腠理)라고 한다. 주리가 열리면 외부의 한기가 쉽게 체내로 침투할 수 있다. 산후 산모들의 관절이 약해지고, 면역력이 떨어져 있을 때 한기가 침투하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고 통증과 냉감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요즘같이 가을 겨울철에는 찬바람을 조심해야 하며, 실내온도는 약간 더운 듯이 유지해 주는 것이 좋다. 방에 외풍이 없는지도 살펴야 하며, 침대생활을 하는 경우 온수매트 같은 제품을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원칙 2 – 찬음식을 조심하자

음식의 경우 체질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위장활동을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따뜻한 음식이다. 일부러 성질이 더운 음식을 찾아 섭취할 필요는 없으나, 전반적인 몸의 기능이 약화돼 있는 산후에는 기본적으로 위장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찬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분만 후 21일까지 산욕기 때는 수유나 땀 등으로 갈증이 많이 날 수 있다.

그러나 갈증이 난다고 찬물을 한 번에 많이 마시는 것은 좋지 않으며, 상온 정도의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밀가루 음식이나 생과일, 녹차 등도 가급적 적게 먹는 것이 좋다. 맵고 짠 음식의 경우 붓기완화에 방해가 되며, 수유를 통해 아이에게 전해지면 위장 및 피부 증상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음식은 최대한 담백하고 따뜻한 음식 위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요즘 산후 붓기를 빼기 위해 호박을 챙겨 섭취하는 산모들이 꽤 있다. 호박은 한자로는 남과(南瓜)라고 하는 식품으로 호박의 효능은 영양보충이다. 섬유질과 무기질도 풍부해 예전에는 구황식품으로도 많이 쓰였다.

그러나 본초강목(本草綱目)이라는 한의학 서적에는 남과를 많이 먹을 경우 체내 습한 기운이 생겨 기의 순환을 방해해 오히려 붓기를 조장하거나 소화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그러면 호박이 붓기를 뺀다고 하는 말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동의보감(東醫寶鑑)에 보면 호박이 산후 나쁜 피를 제거하고 체내 기운을 순환시켜 여러 증상을 예방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동의보감에 나온 호박은 채소 호박이 아닌, 소나무의 송진이 오랜 기간 굳어져 만들어진 호박(琥珀, 보석의 일종)이다. 이름이 같기 때문에 호박이 붓기를 뺀다라고 와전됐다는 설이 있다.

산후조리의 3단계 1 – 산후조리의 시작은 출산 전부터

충분한 식사를 하는 건강한 표준 체형의 임신부의 경우 임신 기간 동안 10-12kg 정도 체중 증가가 일어난다. 체중 증가는 임신 후기로 갈수록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임신 기간 동안 체중 증가가 과도하게 일어나면 산도 주변에 지방이 많이 축적돼 분만이 힘들어질 수 있다. 또한 평소 과체중인 임신부의 경우 체중 증가가 과도하면 임신중독증, 요로감염, 태반 질환의 발생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임신 기간 동안의 체중 증가는 태아의 성장으로 인한 것도 있지만 임신 기간 동안 음식 섭취량이 늘고, 활동량이 감소하는 것도 큰 원인이다. 따라서 임신 초기 약 3개월 정도가 지난 후 안정기에 접어들게 되면 꾸준한 운동으로 체중 증가를 방지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골반 및 하체 근육이 강화되면 분만시 힘을 잘 줄 수 있어 분만이 쉬워지고, 순산을 하게 되는 만큼 산후 회복에 필요한 에너지를 비축하는 것이기 때문에 잘 기억해 두자.

산후조리의 3단계 2 – 산욕기

출산 직후 태반이 배출된 자궁은 즉시 수축되기 시작한다. 자궁이 원래 크기로 돌아오는 데는 6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자궁은 불규칙한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통증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오로도 배출된다. 오로 배출은 개인차가 있지만 산후 2일 정도까지는 혈색 오로가 나오고 그 이후 색이 옅어지면서 갈색으로 변하며 10일 정도가 지나면 백색의 오로로 바뀌게 된다. 오로 배출은 4~6주 정도 지속되며 색이나 양은 바뀔 수 있으나 오로에서 악취가 나는 경우 감염의 가능성이 높아 산부인과 검진이 필요하다.

보통 분만 후 임신 전 체형을 잘 회복하고 붓기가 잘 빠지기 위해 중요한 것이 자궁 수축과 오로 배출이다. 그런데 자궁 수축과 오로 배출이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있어 중요한 것이 바로 모유 수유이다.

모유 수유시 분비되는 옥시토신이 자궁을 수축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 모유 수유가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산후 초반 수유 습관이 매우 중요하다. 산후 초반 아이가 엄마 젖을 빠는 자극에 의해 프로락틴이 분비되고, 이 호르몬이 유선에 작용해 유선을 발달시킨다.

이 과정은 산후 초반, 약 7일까지 활발히 이루어지고 이후에는 유선 발달이 약해지므로 되도록 산후 일찍, 자주 젖을 물리는 것이 좋고, 모유량을 늘리고 싶은 산모들은 힘들더라도 밤중 수유를 1회 이상 해 주는 것이 좋다.

산후 복용하는 한약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산후 조리약과 산후 보약인데, 각각의 역할이 다르다. 산후 조리약은 산후 초기 자궁 회복과 오로배출, 붓기 완화에 작용하는데 보통 산후 바로 복용할 수 있으며, 약 10일 정도 복용하면 된다. 산후 보약의 경우 임신과 출산으로 손실된 기혈을 보강하며 피로감, 관절 통증 등 산후 나타나는 증상 조절과 산후풍 예방에 작용한다.

산후 보약은 보통 1개월 정도 복용하면 좋다. 산후 바로 한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설이 있는데 이는 산후 보약을 가리켜 말하는 것이며, 실제로 산후 보약의 경우 산후 2-3주 이후 복용하는 것이 좋다. 나이도 젊고 순산한 산모의 경우 굳이 산후 보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산후 회복이 잘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산후 초기 자궁 회복과 오로 배출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전반적인 산후 조리 과정과 이후 산모의 건강에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산후 조리약은 늦지 않게 복용하는 것이 좋다.

산후조리의 3단계 – 산후조리는 100일까지

임신기간 동안 여성의 몸에서는 릴랙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릴랙신은 골반 및 전신 관절에 작용하여 관절의 인대를 느슨하게 만들어 줌으로써 여성의 몸을 분만에 알맞은 상태로 바꾼다. 하지만 그만큼 관절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약해지게 된다. 자궁은 6주 정도면 원래 상태로 회복하지만 벌어져 있던 골반 및 관절이 원래 상태로 회복되기까지는 100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 기간 동안 무리하게 몸을 쓰거나, 충격을 준다면 당연히 통증이 심하게 발생할 수 있고, 관절이 제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비틀어져 버리게 되면 통증이 반복되고 체형이 무너질 수 있다. 따라서 산후 100일 정도는 관절 사용 및 자세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아이를 안고 오래 서있거나 아이를 안아 올릴 때 허리 및 손목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 수유시 엄마의 머리가 굽어지는 자세, 한쪽으로 기댄 자세 등도 좋지 않다.

산후 골반이 비틀어져 통증이 반복되는 경우 도수치료나 추나치료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산후 초기에는 받지 않는 것이 좋으며, 산후 1-2개월 정도가 지난 후 치료받는 것이 좋다.

생활속에서 할 수 있는 산후관리

산후에는 몸이 온도 변화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실내 온도는 26도 정도의 약간 더운 듯한 온도가 좋으며, 산후에는 땀이 많이 나기 때문에 통풍과 땀 흡수가 잘 되는 면 소재의 옷이 좋다.

땀이 났을 때는 방치하지 말고 옷을 갈아입거나 수건을 사용해 그때그때 땀을 제거해 주는 것이 좋다. 산후 붓기를 빼기 위해 억지로 사우나 같은 곳에서 땀을 빼는 것은 과도한 수분손실을 유발할 수 있어 좋지 않다. 가벼운 운동이나 스트레칭, 10분정도의 족욕, 반신욕 등으로 자연스럽게 땀이 배출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산후 가장 좋은 음식으로는 단연 미역을 꼽는다. 미역에는 칼슘 및 무기질과 함께 옥시토신과 비슷하게 작용해 자궁수축을 돕는 물질이 함유되어 있으며, 갑상선 호르몬의 재료인 요오드도 풍부하여 모유 분비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섬유질도 많아 배변에도 좋다.

최근 한국에서 산후 미역을 먹는 풍습에 대해 요오드 과잉 섭취라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으나 미역 속에 들어있는 요오드는 몸이 필요한 만큼만 흡수하고 나머지는 배설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고 먹어도 된다.

이외에 필수아미노산 및 오메가-3가 풍부한 고등어, 유선염 예방과 자궁회복에 좋은 곤드레나물, 위장운동 및 변비예방에 좋은 시래기, 모유분비에 좋은 돼지족발(소화력이 약한 사람은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피로회복과 변비예방에 작용하는 들깨죽 등도 산후에 좋은 음식으로 꼽는다.

산후에 가장 좋은 운동으로는 걷기가 있다. 올바르게 걷기만 해도 골반과 척추 상태가 바르게 교정되며, 소변 배출과 변비 예방, 산후 초기 자궁수축 및 오로배출, 산후 비만 예방에도 역할을 한다. 산후 하루 정도만 지나도 방 안에서 가볍게 걷는 정도의 운동이 가능하므로 산후 장시간 누워있기 보다는 체력이 되는 대로 방안에서 조금씩 걷기부터 실천해 보는 것이 좋다.

 

 

한재환 숨쉬는한의원 천안점 대표원장  apolo32@sso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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