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환경부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환경부가 ‘2017년 어린이용품 유해물질 실태조사’ 보고서를 내놨다. 대형 유통업체 및 도소매점을 중심으로 법적 관리대상인 제품 및 관리 사각지대 제품 등 어린이용품 2002개 제품에 대한 현황 분석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어린이용품을 ▲안전관리대상 어린이용품 ▲관리사각지대 어린이용품 ▲추가사용 고시 어린이용품 ▲이슈 제품군 어린이용품 등 4개 카테고리로 나누어 분석했다.

안전관리대상 어린이용품은 ‘어린이 제품 안전특별법(이하 어린이제품법)’을 기준으로 위해성이 초과해 환경 유해인자의 기준이 강화될 필요가 있거나 확대가 필요한 품목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프탈레이트 가소 위해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7개 지우개 제품과 '어린이제품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기준을 초과한 필통, 지갑류, 시계, 신발류 55개 제품에 대해 위해성이 크다고 판단해 판매 중지나 회수를 권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우개에서의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검출은 대부분 위해성기준(HQ)‘1’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다. 환경 보건법상으로도 행정 처분되었던 품목 중 하나다.

어린이제품법상 지우개의 경우 기준이 DEHP, DBP, BBP, DINP, DIDP, DNOP의 총합이 0.1% 이내여야 한다. 고무 지우개를 제외하고 시중에 문구용품으로 제작되는 대부분 지우개는 플라스틱제품으로 분류된다. 플라스틱제품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가소제 성분을 이용하다 보니 가소제의 함량이 타 제품군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보고서는 “검출된 농도 수준도 DEHP가 12.94~33.68%로 확인되어 타 제품군에 비해 가소제의 검출농도가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지우개의 경우 어린이들이 사용과정 중에서 입으로 손을 가져갈 수 있고 지우개의 특성상 유해물질에 대한 용출이 쉬운 연질의 제품이므로 현재의 관리수준을 준수할 수 있는 제품이 유통될 수 있도록 시장모니터링이 지속해서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필통의 경우 어린이제품법에서 문구용품으로 분류되어 소재에 따라 유해 원소 기준을 적용받는다. 프탈레이트가소제 검출농도도 DEHP는 0.18~25.06%, DINP는 0.34~0.48 %, DBP는 0.04~0.06 % 범위에서 검출되었다.

그러나 시중에 유통되는 일부 제품은 안전기준을 적용받지 않기 위해 “14세 이상 사용 가능”, “어린이용품 아님” 등의 문구를 표기하여 판매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어린이들이 선호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제품이라도 이 경우에는 안전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어린이들이 착용하는 시계에서도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인 DEHP가 6.31 %에서 최대 25.06%가 검출됐다. 시계 본체보다 피부에 직접 닿는 면적이 넓은 시곗줄에서 높게 나타났다. 문제는 해당 제품들이 KC인증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현재 어린이용 손목시계는 어린이용 장신구로 분류 및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놀이 기능을 포함한 제품의 경우 완구로 포함하여 안전기준을 적용한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놀이 기능을 가지고 있는 완구로 분류되는 품목에서 검출된 것은 관리 주체의 보다 적극적인 기준준수를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완구가 아닌 액세서리로 분류되고 공급자 적합성 확인 대상 제품군으로 관리되는 제품의 경우 관련 사업자가 안전 여부를 스스로 확인하고 표시를 하는 만큼 관리가 소홀할 수밖에 없다”며“액세서리 제품의 관리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관리 사각지대 제품에서는 생활용품으로 분류되는 어린이 사용이 가능한 제품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의 검출이 확인됐다. ▲욕실화 ▲실내화 ▲여름 신발(고무 서재류) ▲유아 변기 ▲지갑류 ▲전산 소모품(마우스패드, 키보드전용 스티커) 등이 대상 제품군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또 관리사각지대 어린이용품으로 편집숍 용품(팬시용품) 및 생활용품에서 어린이가 사용할 가능성 있는 미끄럼방지 패드 및 안전용품, 유아용 변기 및 실내화 등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편집숍 용품의 경우 대다수 제품이 연령대 표기를 어린이사용 연령 13세 이상으로 표기하거나, 제품 중 어린이의 사용이 가능한 제품군이 다수 있어 제품군으로의 확대 관리보다는 판매처의 협약, 홍보 등을 통해 관리하여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미끄럼 방지 패드 등 생활용품에 대해서는 "제품군 확대 등을 통해 어린이용품으로의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슈 제품군에서는 여름용 신발 및 학생용 실내화 등을 중심으로 진단한 결과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0.01~38.95%의 높은 농도로 검출됐다.

특히 연필에서는 그간 목재에서의 TBT, 안료에서 중금속이 검토됐으나 안료에서의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의 사용이 확인되어 검토한 결과 가소제가 0.91~1.47% 수준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성분 포함으로 논란이 일었던 어린이용 물감의 경우 CMIT는21~80mg/kg, MIT는 12~77mg/kg 범위로 검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위해 우려 제품 및 화장품의 경우 CMIT/MIT 성분을 관리하고 있지만 어린이용 물감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물감은 화학제품으로 위해 우려 제품과 동일한 관리가 필요하므로 CMIT/MIT 혼합물(3:1)에서는 15㎎/㎏, MIT는 100㎎/㎏을 안전기준(안)으로 제안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한편 알러지 유발 착향성분을 기저귀와 완구 등의 사용제한 물질로 추가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유럽의 경우 현재 알레르기 유발 착향성분을 완구 내 함유 금지품목으로 관리하지만 국내에는 별다른 기준이 없다. 기저귀가 영유아의 피부에 오랜 시간 높은 빈도로 접촉되는 만큼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유아용 기저귀 제품에 유럽연합이 제시한 사용금지 및 사용제한 성분이 포함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일각에서는 환경부가 이번 보고서를 뒤늦게 공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플라스틱 제품에 들어가는 가소제가 위험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환경호르몬이 어느 제품에 어느 정도 함유되었는지가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정보”라며 “보고서가 일찍 공개되었으면 소비자들이 (해당제품을)더 일찍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daum.net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