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많은 사람들은 ‘어떤 음식이 어디에 어떻게 좋다’라고 하는 글을 보면 대부분 ‘아~~ 그래…?? 그런가 보네…’라고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그 이유는 어느 누구도 정확하게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좋다’라는 단어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무어라고 부정할 만한 지식이 없고, 동시에 이거저거 고려해서 비판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특정 외래어 ‘리놀레익산’이라는 단어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것이 무엇인지, 어떤 성분인지, 용량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꼭 음식으로 흡수해야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게다가 이 성분이 많다고 하며 판매하는 음식 사업자들조차도 전문 외래어로 표기된 단어의 내적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20세기 중반 한국에는 시골 여기저기서 떠돌며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자…자…이 약 한번 잡숴봐. 이 약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치악산 뱀사골….” 이 소리에 동네 주민들이 여기 저기서 몰려와서 구경을 하고, 이 사람 저 사람 자기도 모르게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어 건네주고, 무심코 사먹던 시절이었다. 이 시절 그 들을 속칭 ‘약장수’라고 하였고, 이 약장수들의 방백은 마치 현대의 인터넷속 떠도는 불확실한 의료정보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선풍기 한 대의 구조를 아는 것보다, 약 한 알의 ‘성분이 어떠하다’라고 말하는 것이 100만배 더 어려운 이야기이다. 그런데 ‘어떤 음식물이 어디에 어떻게 좋다더라’ 하는 식의 이야기들을 여러 매체들을 통해 너무 쉽게 들을 수 있는데 정작 영양의학 관련 전문학자들과 성분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일반 의사들도 아예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간단하게 말해 일단 영양의학과 영양학에 대한 개념적 접근은 전혀 다르고 영양상식과 의학상식은 더더욱 다르다. 게다가 사람의 생명에 영향을 주는 ‘의학’이라는 단어에 ‘상식’이라는 글자가 붙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일수 있듯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어떻게 주는지도 잘 모르는 특정 성분들에 대해 너무 쉽게 말하는 것 또한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무지함’이란 ‘무식함’이라는 단어와는 다른 단어이다.

무지함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고 모르면 배워서 알아가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무지함은 결코 부끄러울 일도 아닌데, 무지함이 마치 대단한 수치심인양 느끼는 잘못된 의식을 파고 들어 일반인들을 현혹시키는 단어들이 세상 천지에 널리고 널려 있다.

특히 가장 많이 쓰이는 표현이 ‘항암에 좋다더라’, ‘항노화에 좋다더라’, ‘불임에 좋다더라’와 같이 인간의 가장 약하고 불안한 부분들을 파고들어 오는 문구들이다.

일단 자연계 어디에도 만병통치라는 효과는 없으며, 강력한 항암이라는 것 또한 아직까지 의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암의 종류만도 수십가지가 넘는데 대체 ‘어느 암에 어떻게’ 라는 구체적 설명도 없이 그냥 강력한 항암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과학적 근거도 없이 현혹하는 말이다.

이런 표현들이 일반인들이 경계해야 할 가장 무서운 상업적 언어들이다. 적어도 인체에 직접 영향을 주는 건강 보조 음식과 관련한 의학적 표현을 쓰고 싶다면, 그 표현 각각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분명하게 명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다.

물론 ‘항암’이라는 단어가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전체적인 암이 가지는 공통성에 대한 저항으로서의 의미일 뿐, 의학적으로 항암이라 함은 각 질환별 특화된 항암을 말한다.

이럴 때 혹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 그냥 좋으면 좋다고 하면 되지. 뭔 말이 그리 많아…. 아무튼 좋은 성분들이 들어있는 것은 맞네…’라는 식으로 말하는 분들이 많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대응일수 있다. 무슨 말을 할 수도 없고, 언제 그 지식들을 다 알고 구입할 수도 없다.

하지만 여기서 일반인들이 경계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자면 적어도 타인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자신의 추측성 생각이나 자신에게만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는 스스로에게만 강요하는 것이 맞고 남들에게 말할 때는 오직 자신의 사견일 뿐임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지역특산물들 중에는 건강과 관련한 ‘특효가 있다’라는 식의 표현을 자주 보게 되는데, 이런 표현들은 자국민으로서는 아무 저항 없이 수용하고 유통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해외의 다른 나라 국민들에게는 쉽게 수용될 수 없는 부분이다.

따라서 어떠한 다른 나라보다도 한국에 풍부한 건강 특산물들이 명성을 가지고, 국제 무역상 수출증대가 되기를 원한다면 그에 맞는 조건을 충족하고 있어야 한다. 또 필요하다면 의학적 도움을 받아 임상적 연구를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논문들이 많이 있어야 한다.

물론, 정부의 지원을 통한 산학 협력 연구를 활성화 하는 것이 결국은 지역 산업 발전과 더불어 국가 경제 발전의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조건들이 충족되었을 때 그 특산물은 한국이 대표하는 건강식품으로서 해외 인기 수출 품목으로 발전할 수도 있고 실제로 그 특산물을 통해 임상적으로 활용할수 있는 명약이 탄생할 수도 있다.

혹자는 말한다. 한국에는 ‘인삼’과 ‘홍삼’ 등 몇몇 걸출한 영웅들이 있어서 이들의 수출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바가 매우 클 것이라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한민국에는 ‘인삼’ 이외에도 건강 관련으로 특화될 수 있는 수많은 음식 특산물들이 존재하고 아직까지 해외로 걸음마도 떼지 못한 상태로 침전해 있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필자도 수십년간 한국에서 살면서 처음 들어본 음식 특산물들이 있다. 그 한 예가 전남 신안의 특산물 중 하나인 ‘함초’이다.

필자인 저를 포함하여 대한민국 국민들 중에 ‘함초’라는 특산물을 알고 있는 국민들이 얼마나 있을까? 제가 이것을 알게 된 과정은 진료실에서 한 환자분께서 저에게 ‘함초가 어디에 좋다는데 처방약이랑 같이 먹어도 되나요?’라고 질문한 것이 시작이었다.

‘함초’에 대한 의학적, 임상적 논문들을 찾아보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SCI급 논문들이 다수 있음을 알 수 있고 해외의 다른 국가들에서도 이미 ‘함초’ 관련 산업증진 노력을 진행 중에 있다.

그런데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함초가 어디에 좋다’라는 것보다는 ‘함초와 관련한 의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어떻게 좋다’라는 근거제시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함초’라는 식물이 특산물로서의 존재범위가 너무 협소하고 말 그대로 지역 특산물로만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적용은 비단 ‘함초’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한국의 양파, 마늘, 엉겅퀴 등등은 모두 약용으로 사용될 수도 있는 과학적 근거를 충분히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한국산의 이름으로 세계에 내어놓을 수 있는 산물들이다.

미국에서는 수백만명의 성인과 아이들이 처방약과 함께 특정 식물들을 약용으로 치료에 병용하기도 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암센터로 알려진 엠디엔더슨(MD ANDERSON) 암센터에서는 항암을 위해 수많은 약용식물들을 직접 치료에 병용하기도 한다. 한번만 고개를 돌려 세계를 보면 국내 모든 음식 특산물들이 다리를 뻗을 수 있는 마당들이 너무나 많고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 여기서 중요한 것은 건강 관련 특산물들에는 ‘근거제시’라는 승인표가 꼭 있어야 한다. 즉, 어떤 음식 특산물이라도 의학적, 임상적 연구 결과를 제시하지 않고 ‘한국에서 좋다고 하니까 믿고 드셔보세요’라는 식의 설명은 아무런 의미도, 어떠한 신뢰도 줄 수 없다.

그런데, 만약 연구를 바탕으로 검증이 된 추출물에서 신약개발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면 자연 그대로의 음식으로 섭취하기 원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매우 좋은 건강기능 특산물로 탈바꿈될 수 있다. 실제 국내 사례연구를 통해 ‘양적으로 보면 한약제 형태로의 복용 보다 건강기능보조 식물로의 복용이 월등히 많다’(2018. 대한통합암학회 약용식물 강의)고 보고하고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교육받고 자란 국민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자원이 없는 나라이지만, 노력과 끈기로 한강의 기적을 만든 민족’이라고. 21세기 세계 경제 흐름에서 가장 큰 특징으로는 중국의 급속한 성장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 정책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금까지의 한국은 전기 전자 분야의 혁명적 성공과 자동차, 건설 부분에서 세계적인 두각을 나타내며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물론 이런 분야의 산업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중국이나 타 국가들에서 얼마든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공통성을 가지는 분야이다.

그러나 천연 특산물을 바탕으로 한 산업은 이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 한국이 가지는 인삼이 중국의 인삼이 될 수도 없고, 한국이 가지는 함초를 미국의 기술개발로 만들 수도 없다. 한국의 특산물은 오직 한국산만이 특산물로서 의미를 가지며, 이 특산물 연구를 통해 파생되는 산업은 오로지 한국의 전유물이다.

한국의 건강 관련 특산물은 국가와 국민의 노력 여하에 따라 그리스의 피라미드와 같은 원천적인 수익창출의 보고가 될 수도 있고, 한반도의 향토 음식으로만 남을 수도 있다. 어쩌면 아직까지도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건강 특산물들이 한반도 어딘가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 보석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필자는 말하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이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원천은 자연에서 왔지만, 연구하고 개발하기에 따라 신약으로 발전할 수 있는 최고의 특산물이 될 수도 있다. 이제부터라도 한국의 특산물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은명 대한통합암학회 학술이사  bryonsilver@gmail.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