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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유치원 지원비, 국민 세금 2조원...'비리 유치원' 대책 있나
한지안 기자 | 승인 2018.10.15 18:50
사진제공=뉴시스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감사 결과에 파문이 인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일부 사례를 들어 전체 유치원을 비리 집단으로 매도한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회계시스템 도입과 전국 유치원 및 어린이집에 대한 전수조사 등이 거론된다. 사립유치원에 지급되는 지원비가 ‘국민 세금’이라는 이유다. 사립유치원에는 매년 2조원 이상의 세금이 투입된다.

앞서 박 의원은 13일 "향후 감사결과 보고서와 리스트도 각 시도교육청별 2013년~2018년 자료까지 추가로 확보해 제공할 예정”이라며 “현재보다 감사 적발 유치원 수와 적발 건수, 금액이 커질 수 있다”고 2차 공개를 예고한 상태다.

박 의원은 지난 11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2013부터 2018년까지 감사를 벌인 결과 전국 1878개 사립유치원 중 1146곳에서 5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며 비위 행위가 적발된 유치원의 실명 명단을 공개했다. 명단은 감사결과를 수용한 유치원만 포함됐다.

이번 공개된 이른바 ‘비리 유치원 리스트’ 중 특히 경기도 화성의 H 유치원에 이목이 쏠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유치원의 설립자인 김 모 원장은 2년간 약 6억8000여만원을 부정하게 사용했다.

김 원장은 명품가방구입비와 숙박업소 및 노래방 이용료, 아파트 관리비, 차량 할부금, 차량 보험료 등을 유치원 체크카드로 결제하거나 유치원 계좌에서 납부했다. 김 원장이 타지역에서 물품을 구입하거나 음식점을 이용하는데 들어간 비용은 ‘연수비’ 명목으로 처리됐고 축·조의금 명목으로 사용한 돈도 수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원장은 또 본인과 자녀들을 유치원 직원으로 등록하고 부당 급여와 수당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발표에 파문이 이어지자 교육 당국은 H 유치원에 ‘지난 1월 감사 결과를 병합해 김 원장을 파면한다’며 부정 사용한 6억8천여만원을 보전하라는 처분을 내렸다.

한편 다른 유치원에서도 이와 유사한 행위가 일어났다. 원장 해임 및 1억 4222여만원 보전조치를 받은 안양 A 유치원의 경우 2015학년도 수익자부담경비(수업료 포함)를 원장 소유의 개인 통장에 입금되도록 한 후 일부 금액만 유치원 회계 통장에 입금 처리해 1억 3268여만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또 해당 유치원은 회계 통장에 현금 수납된 수익자부담경비 502만원을 회계 처리 없이 개인 용도로 사용했으며 현금과 개인 신용카드를 사용한 후 개인 계좌로 입금 처리하는 방법으로 2481만원을 지출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더해 유치원 원장이 본인 소유 차량의 유류비와 유치원 건물 관리인 차량의 수리비도 유치원 회계에서 출장비 명목으로 부정 지출했다가 적발됐다.

강사료의 소득세 등을 원천 징수치 않은 유치원도 있었다. 군포의 B 유치원은 2014~2017년 식자재 교재류 등을 구입하면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은데 더해 강사료 지급에 따른 소득세 등도 원천징수하지 않고 6억2700여만원을 부정하게 집행했다. 해당 유치원은 세금계산서 미발급으로 국세청에 통보된 상태다.

한편 이번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와 관련해 한유총은 박 의원이 지난 5일 개최할 예정이었던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 현장에서 배포한 자료를 통해 박 의원이 ‘일부 비리 사례를 들어 전체 사립 유치원을 비리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 한유총 회원은 현장에서 "사립 유치원은 사유 재산"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토론회는 발제까지만 진행하고 파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정인숙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은 “국고지원금은 사립유치원 연간 예산의 45.07%를 차지하고 있다”며 경기도교육청이 지난해 유아 학비, 방과후과정비, 처우 개선비, 단기 대체교사 인건비, 급식비 등으로 사립유치원 1101곳에 5237억 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유총은 “(시민감사단은) 원칙을 무시하고 감사 대상 유치원을 사실상 무작위로 선정했다”며 “1t 트럭 분량의 무리한 자료를 요구하고 한 달이 넘는 비정상적인 감사로 일선 유치원 교육 현장을 마비시켰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이르면 이번 주 내로 각 시도 교육청과 협의해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에 대한 시정조치 여부 등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사립유치원의 재정·회계 시스템 개선안을 담은 종합대책을 이달 말 내놓을 방침이다.

15일 오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 내 긴급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의 정서에 반하는 일"이라며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설세훈 교육복지정책국장은 "시도교육청과의 협의를 통해 사립유치원 비리에 대한 감사 원칙과 기준은 물론 사립유치원 전반적으로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해 담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종합대책에 누리과정 지원금과 관련된 내용은 빠질 전망이다. 설 국장은 "이번 대책에 누리과정 전환까지 미치지는 않았다. 다만 정보공시 개선이나 평가 등 공공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일련의 사항을 살펴보고 시도교육청과 함께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누리과정 지원금은 아동 한 명당 수업료 22만원에 방과 후 수업비용 7만원이 지급된다. 이번 ‘비리 유치원 목록’ 공개 이후 일각에서는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명목 변경해 횡령죄를 적용할 수 있게 하자는 의견이 제기된 상태다. 현행법상으로는 유치원이 지원금을 부정 사용하더라도 법적인 처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교육부 국감장에서 “법적 한계로 회계부정을 저지른 사립유치원에 대한 처분이 어려운 것을 알고 있다”며 “국회에서 개정을 추진 하겠다”고 말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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