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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모 오페라 전문 지휘자 “19세기 오페라 거장 베르디와 바그너를 한 무대에”
김성민 기자 | 승인 2018.10.04 17:20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여성소비자신문 김성민 기자] 국내 유일 오페라 전문 지휘자로 명성을 얻은 양진모 지휘자.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에서 지휘를 전공한 양진모 지휘자는 국내에서 학업을 마친 뒤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로 건너가 오페라의 정수를 배우며 오페라에 더욱 빠져들었다. 그는 세계적인 지휘자들을 배출해낸 시에나의 아카데미 키지아나와 밀라노 베르디 국립 음악원 및 동 음악원 포스트 디플로마 오케스트라 지휘과 과정을 졸업했다.

베르디 국립 음악원 재학 당시 부터 피에르 죠르지오 모란디의 부지휘자로 이탈리아에서 활동했고, 오르비에토의 만치넬리 극장에서 롯시니의 오페라 ‘일 시뇨르 부르스키노’로 데뷔했다.

한국에 귀국한 이후 국내 유일 오페라 전문 지휘자로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그는 국립 오페라단, 서울시 오페라단, 대구 오페라하우스, 성남 아트센터, 강동 아트센터 등 다양한 프로덕션을 통하여, ‘라보엠’ ‘나비부인’ ‘피가로의 결혼’ ‘리골레토’ ‘토스카’ ‘안나 볼레나’ 등 70여 편이 넘는 오페라를 지휘했다.

그의 레퍼토리는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에서 20세기 현대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 메노티에 이르기까지 전 시대의 오페라 작품을 아우르고 있다. <여성소비자신문>은 양진모 지휘자를 만나 오페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지휘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

“5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언론에 종사하셨던 부친께서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셔서 항상 집에서 음악을 들으셨고, 취미로 클래식 LP판을 모으시기도 했다. 이런 환경 덕분에 자연스럽게 음악 세계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합창부 활동을 했는데 당시 처음으로 지휘를 맡으면서 지휘라는 예술 분야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는 처음에 음악을 전공으로 하는 것을 많이 반대하셨다.

한양대학교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지휘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한양대학교에 진학한 이유 중 하나도 그 당시에는 지휘 전공이 다른 학부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한양대학교에만 작곡과에 지휘전공이라는 학과가 있었다. 대학교 졸업 후 잠시 교편생활을 하다가 이탈리아로 지휘 유학을 떠났다.”

- 국내에서는 오페라 전문 지휘자로 유명하시다. 오페라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은.

“어렸을 때부터 오페라를 좋아했다. 중학교 때부터 제가 좋아하는 오페라 작품을 찾아서 듣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유학 시절 유명한 음악 코치 선생님과 공부하면서 오페라의 기본을 공부할 수 있었던 것도 큰 행운이다. 보통 학교를 졸업하면 어시스턴트로 일하게 된다. 우연히 처음 어시스턴트로 같이 일을 하게 된 지휘자도 오페라 전문 지휘자였다. 한국에 귀국한 후 국립 오페라단과 처음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오페라 쪽에서 의뢰가 많이 들어왔다.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한 지 14년 정도 지났는데, 국내에서 지휘한 오페라만 70편 정도 된다. 다양한 작품 경험으로 오페라의 레퍼토리도 굉장히 넓다. 음악사상 최초(1607년 초연)의 본격적인 오페라로 알려진 ‘오르페오’부터 현대 오페라, 요즘 작곡되고 있는 창작 오페라까지 지휘했다.

돌이켜보면 운명이 오페라로 이끌어 준 것 같다. 오페라 전문 지휘자가 되려고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시점에 뒤를 돌아보니 오페라 전문 지휘자의 길을 걸어오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 지휘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지휘자는 어떻게 연습을 하나요?’, ‘거울 앞에 서서 연습하시나요?’라는 질문을 참 많이 받는다. 하지만 지휘자의 업무는 주로 책상 앞에서 이뤄진다. 악보를 철저히 연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곡가가 의도한 것이 무엇인지, 화성과 형식까지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오페라 같은 경우 대본 텍스트가 있기 때문에 텍스트의 내용과 음악을 어떻게 매칭시키는지에 따라 음악의 표현이 달라진다. 정확한 이해력이 있어야지만 제대로 된 음악을 표현할 수 있다고 본다.

또 지휘라는 행위는 내가 직접 연습을 해서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의도한 바를 다른 사람의 연주를 통해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 어떻게 보면 어려운 점이 많다. 그만큼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 오페라 지휘자를 해오시면서 보람이거나 아쉬운 점이 있으신지.

“만족스러운 공연을 할 때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오페라 지휘는 실시간으로 공연이 진행될 때 모든 것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오케스트라뿐만 아니라 성악가, 무대 진행까지 책임진다. 한 오페라 작품에 적게는 300명 많게는 500명 정도의 인원들이 동원된다. 모두 좋은 공연을 위해서 애쓰고 있다. 이 모든 요소를 하나로 묶어서 잘 이끈 결과 좋은 공연이 진행되면 가장 기쁘다.

아쉬운 점은 사실 오페라라는 장르가 아직은 대중적으로 보편화 되지 못한 것 같다. 그동안 국내에서 뮤지컬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고 성장한 반면, 오페라는 점차 대중과 멀어졌다. 사실 뮤지컬도 오페라에서 파생됐다. 결국 같은 ‘극음악’이다. 극음악에 관심 있는 뮤지컬 관객들도 자연스레 오페라로 옮겨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오페라는 진입장벽이 높다는 인식이 많다. 오페라를 더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오페라를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로 언어적 장벽을 꼽을 수 있다. 오페라는 우리가 다소 낯설게 느끼는 이탈리아어나, 독일어로 주로 공연이 되기 때문에 어렵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그럴 땐 미리 내용을 알고 보면 좀 더 쉽게 즐길 수 있다. 짧은 시간을 투자해 미리 줄거리를 찾아본다든지 만약 조금 더 시간이 된다면 대본을 읽어보시는 것도 추천해 드린다.

요즘은 공연장마다 자막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또 지금 공연을 즐기시는 관객들은 자막을 보는 문화에 굉장히 익숙해져 있다. 언어적 장벽은 쉽게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어렵다는 선입견을 잊어버리시고 편안하고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공연장을 오시면 더 쉽고 재밌게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오는 10월 12일 선보이는 ‘그랜드 오페라 갈라 II’는 어떤 작품인가.

“올해 라벨라오페라단과 갈라 콘서트 3개를 기획해서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월 2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을 시작으로 오는 10월 12일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12월 5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갈라 공연을 올린다. 첫 번째 공연은 격정을 주제로 람메르무어 루치아, 안나 볼레나, 나비부인의 여주인공 아리아를 들을 수 있었다.

다음 주에 공연되는 두 번째 공연은 ‘베르디 대 바그너’를 주제로 한다. 사실 이런 주제의 공연이 한국에서 열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베르디 오페라는 우리나라에서 많이 공연됐지만 바그너 작품들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많이 소개되지 않았다.

베르디와 바그너를 주제로 선정한 것이 흥미로운 점은 두 사람이 추구하는 스타일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1813년 동갑내기인 베르디와 바그너는 각각 이탈리아와 독일의 19세기 오페라를 대표하는 거장이다. 두 사람은 거의 같은 시대를 향유하면서 활동했지만, 죽을 때까지 한 번도 만나지는 못했다고 알려졌다.

베르디는 전통적인 이탈리아 오페라 안에서 자신의 색깔이나 자신의 개성을 표현했던 작곡가라면 바그너는 전통을 고수하기보다는 자기 스타일,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오페라를 추구했던 작곡가이다.

그렇기에 베르디 작품은 뛰어난 선율미와 휴머니즘적 주제로 한 가수 중심의 오페라로 노래를 중시했기에 즉각적인 호소력이 높아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 지금까지도 가장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3대 인기작 <리골레토>, <일 트로바토레>, <라 트라비아타>는 벨칸토 오페라를 넘어서 새로운 베르디의 오페라를 만들어냈다.

이에 반해 바그너는 대본까지 직접 쓸 정도로 카리스마가 넘쳤으며 장대한 음악 스타일이 주를 이뤘다. 독일 오페라답게 문학과 연극적인 전통이 강해 음악적인 면보다 연극적인 면을 중시했으며 이 때문에 드라마로서의 완성도와 노래못지 않게 기악파트도 신경썼다. 이번 갈라 공연에는 베르디와 바그너를 대표하는 오페라 곡들이 준비되어 있다.”

- ‘그랜드 오페라 갈라 II’의 감상 포인트와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께 해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베르디 작품은 성악, 성부가 중시되기 때문에 성악가들의 역량이나 기교적, 테크니컬한 면을 주로 감상하는 데 집중하시면 좋다. 바그너는 아리아가 2곡, 중창 1곡, 합창 1곡, 오케스트라 3곡으로 이뤄졌다. 바그너도 성악, 성부를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오케스트라를 통해 스토리나 대본에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기를 원했던 작곡가이다. 그 때문에 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이나 디테일한 부분을 표현하는 것에 방점을 뒀다. 작곡가의 이런 특징을 염두에 두고 보신다면 더 재밌게 감상하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오페라는 절대로 장벽이 높은 장르가 아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오셔서 즐기시면 된다. 조금 더 관심을 가지시고자 하시는 분들은 공연되는 콘서트의 프로그램이나 서적을 보시면 더욱더 재밌게 즐기실 수 있을 것이다.”

- 라벨라오페라단과 언제부터 함께 하시게 됐는지,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지.

“지난 2009년부터 함께 호흡을 맞추기 시작해 거의 10년 동안 라벨라오페라단의 주요 작품들의 지휘를 맡아왔다. 특히 이강호 라벨라오페라단 단장님은 좋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한 열정이 많은 분이시다. 그런 점이 저와 잘 맞아 라벨라오페라단과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었다.

지난 2015년 라벨라오페라단이 아시아 초연으로 공연하는 오페라 ‘안나 볼레나’의 지휘를 맡았던 게 가장 기억이 남는다. 안나 볼레나는 16세기 영국 왕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도니제티의 오페라다. 헨리 8세에게 버림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두 번째 왕비 앤 불린의 비극적인 삶을 그린다. 1830년 이탈리아 밀라노 카르카노 극장 초연에서 대성공을 거뒀지만, 그에 비해 전 세계적으로 공연이 자주 열리지 않은 편이다. 다채로운 레퍼토리와 오페라 애호가가 많기로 유명한 일본에서도 공연된 적이 없다. 이에 당시 안나 볼레나 공연 소식은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라벨라오페라단은 안나 볼레나 후속 작품으로 내년 11월 국내 초연인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를 준비 중이다.”

김성민 기자  smk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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