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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고 행복한 아기와 엄마, 저출산 대책의 기본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18.09.21 21:23

[여성소비자신문] 출산율의 급속한 감소는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현안 문제로서 자칫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야당의 김성태 원내대표가 국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아기 한 명당 성년까지 1억을 주자는 출산 장려대책을 이야기 했을까.

1980년대 중반 들어 2.0명 아래로 내려간 출산율이 2017년에는 1.05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기록을 보였고 올해는 1.0명 이하로 낮아지는 위기상황을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출산율 감소현상이 지속된다면 우리나라는 인구절벽 현상으로 인한 온갖 사회 경제적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기에 역대 정부가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백화점식 대책으로 지금까지 200조원(청와대 발표)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 되었으나 그 결과는 참담하였다. 우리나라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은 문제 진단과 실효성 없는 부분에 예산이 투입된 결과이리라.

‘헬코리아(Hell Korea), 헬조선(Hell 朝鮮), 망할민국’이라며 우리나라를 비하하고 일본을 찬양하는 일본인들의 말투로 저주를 퍼붓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다른 나라처럼 아기 낳을 때 몇 푼으로 주는 상여금으로 출산율을 높이려는 것은 어이없는 정책설계이며 이를 계속하는 것은 부실한 공사시행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으로 희망을 상실한 3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 5포세대(3포세대에 내 집과 인간관계 포기)라고 하지만 과연 이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아니 과거 기성세대에 비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할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가?

그렇다면 출산율이 높은 나라에서는 젊은이들에게 주어진 모든 조건이 우리나라에 비해 월등하다는 말인가? 내가 가보고 만나 이야기 들어본 나라들의 경제적 여건은 우리나라 보다 더 힘들고 어려웠지만 출산율이 우리나라처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

1980년대 초 미국에서 내가 겪었던 문화적 충격에서 우리나라 저출산 대책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대학원생 가운데 늦깍이로 30세에 대학원 공부를 시작한 여학생이 자기 손주의 돌잔치에 친구들을 초대했다.

자신이 15세 여고생 때 딸을 낳아 잘 키웠고 그 딸이 다시 15세에 낳은 아들의 첫 번째 생일이라며 대견스러워했다. 그 여학생 가족과 친구들 모두 나이 어린 아기엄마를 축하해주었고 15세의 아기엄마는 출산한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서 너무도 행복하다며 훌륭한 아들로 키우겠다고 의젓한 답사까지 하고 있었다.

아기를 안고 돌 사진을 찍는 남학생은 아기의 생부가 아닌 아기 엄마의 남자친구라는 소개 인사도 했다. 요즈음 유행어로 멍 때리는 문화충격을 받은 나로서는 말을 잃은 채 돌아왔다. 여고생이 생부가 명확치도 않는 아기를 낳아 당당한 모습으로 축하인사를 받는 것 까지도 이해하겠는데 가난한 대학원생 외할머니와 함께 살아야하는 주제에 어떻게 그 어린 것이 아들을 건강하고 훌륭하게 키우겠다는 것인가?

그 후 그 대학원 여학생을 만나 이야기 하는 중에 그들이 가진 생명존중 문화와 정부는 물론 사회단체로부터 제도적 지원이 아기와 산모로 하여금 건강과 행복을 느끼게 하고 있음에 감동을 받았다.

당장 경제적으로 조금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해서 자신들을 3포, 5포세대라고 이름 짓고 망할민국(?)에서 태어난 것만을 탓하며 100세 시대를 살아가야할 우리 젊은이들을 생각할 때 저출산 그 자체 이상으로 마음이 상하고 가슴이 아프다.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여성가족부의 무능함이나 달콤한 상여금으로 표를 얻기에 급급한 삼류 정치인들을 탓하기 보다는 이제라도 어린 아기와 산모의 행복을 어디에서 침해당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출산의 근본 즉, 아기와 임산부의 건강과 행복을 저해하는 사회적 문화적 장벽을 제거해야한다. 막대한 예산이 효과 없이 투입되는 정책 설계와 집행을 수정해야 한다.

첫째는 임산부가 아기의 출산과 양육의 부담 때문에 직장을 그만 두거나 경력을 단절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육아부담이 큰 영유아 보육 시설과 인력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서양에 가보면 웬만큼 큰 회사나 정부기관 등에는 아기 돌봄 시설과 인력이 갖추어져 있어서 근무하는 동안은 아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야간 전담 교사를 둔 어린이집이 갖추어져 있는 세종시 정부청사 근무자들의 출산율이 국내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이 우연이 아니다.

두 번째는 여성의 육아부담을 남성과 나누어 갖는 패러다임(사고의 틀)의 변화를 유도하고 장려해야 한다. 육아는 여성이 담당하는 것이므로 아기 엄마의 육아부담이 어려우면 다음 차례는 아기의 외할머니이다. 오죽했으면 ‘불란서의 아기들은 정부에서 키우고, 한국의 아기들은 외할머니가 키운다’는 말이 생겨났을까.

아기의 아빠가 이유식을 어떻게 먹이는 줄도 모르는 것이 당연시 되어서는 안된다. 임신 후 발급되는 국민행복카드가 엄마 이름으로 만들어지고, 엄마교실이나 SNS에 엄마카페는 많은데 아빠교실이나 대화 공간이 없는 사회는 바뀌어져야 한다.

정부나 기업에서는 부모교실을 만들어 소정의 과정을 마친 젊은 부부라야 정책적 지원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해야 한다. 부모교실에서는 임산부의 건강 및 영양관리는 물론 아기의 영양과 식품 및 발달심리도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도 오래 전에 미국에서 대학원생일 때 미국 주정부에서 제공하는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산모와 아기를 위한 푸드스탬프(food stamp 식료품 구매권)을 받은 기억이 난다.

세 번째는 어려서부터 무료 외국어교육을 받도록 하여 훗날 국내는 물론 외국에 나가서도 직장을 구하거나 사업을 하는데 필요한 외국어의 장벽을 사전에 제거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공교육보다는 사교육비의 부담이 너무 크다. 부모가 자녀의 학교성적에 과잉 반응을 하는 것은 자기 자식이 좋은 직장을 구하는데 있다.

지금은 글로벌 경제시대이므로 외국어에 능통하면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직장 구하기가 용이하다. 내가 다국적 기업에서 같이 일하던 외국 동료들 중 2명의 네덜란드인이 있었다. 그 나라에서는 대학을 졸업하면 대체로 4개 국어를 구사한다고 한다.

그 동료는 자국어와 영어는 물론 말레이지아어까지 6개 국어의 소통이 가능하기에 직장에 대한 걱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떤 문화적인 충격도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다. 우리 젊은이들이 최소한 영어, 중국어, 일본어(또는 스페인어나 프랑스어)와 같은 3개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네 번째는 생명 자체에 대한 고귀함과 소중함을 사회적 체면이나 제도보다 우위에 두는 사회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지금도 어린 나이의 임신 또는 원치 않은 관계에서 얻어지는 태아가 사회적인 냉대나 비난 때문에 강제 유산되는데 이에 대한 자료나 통계 마저 없다.

체면 문화나 제도적 미비로 고귀한 생명이 사라져가고 이에 따른 트라우마로 결혼 후 출산 기피가 있는 한 출산 장려정책이나 재정적 투입이 효과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이 혼란한 정치상황과 어려워져가는 경제 속에서도 건강하고 행복한 아이와 임산부의 웃음이 있을 때 가정과 사회가 밝아지고 저출산의 재앙은 사라질 것이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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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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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몬헌터 2018-09-22 11:21:14

    변화에 대응하는건데....변화는 몰라라..하고...적응하라는 건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논리 아닐까염?
    아엠에프 이후 생겨난 비정규직. 외노자. 집값급등. 파견직 제도...요건 왜 나몰라라 하나여?헬조선 망할민국 이라구여? 그걸 인정하고 고쳐가야지...적응하라는 소리 같아서..비추 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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