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때로는 아이를 칭찬하고 사랑을 표현할 때 과녁을 잘못 겨냥할 때가 있다. 아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행동을 사랑하는 말을 할 때가 그런 경우이다.

“한 개도 안 틀리고 다 맞았네, 우리 아들 사랑해.”

엄마는 아이가 백점 맞은 행동을 잘했다고 칭찬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말할 때 아이가 사랑받은 이유는 백점을 맞았기 때문이 된다. 아이는 그렇게 느낀다. 무엇인가를 잘해야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왜 이렇게 많이 틀렸어, 너는 덜렁대는 게 문제야.”

아이의 낮은 점수가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가 되었다. 덜렁대는 문제아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엄마의 표현 때문에 아이는 자신이 사랑스러운 아이라는 걸 느끼지 못한다. 침착하지 못해서 실수로 한 번의 시험을 망쳤을 뿐이다. 그러나 엄마의 말을 통해 아이는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없다고 느낀다.

엄마의 기대 만큼 잘하지 못할 때 아이는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존감이 낮아진다. 점점 못하는 아이가 된다.

아마 대부분의 부모들이 무심코 그렇게 말하고 있을 것이다. 사랑할 때는 아이가 무언가를 잘하거나 칭찬을 들을 만한 행동을 했을 때 사랑한다. 공부를 잘하거나, 엄마 말을 잘 따르거나, 뭔가 부모의 기대에 맞는 행동을 했을 때 칭찬하고 사랑을 표현한다. 그러나 이것은 아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행동을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에 조건을 붙이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적인 사랑을 받은 아이는 자유롭지 못하다.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 위해 집착하고 매달린다. 경쟁에서 무조건 이기려고 든다. 사랑과 인정을 받기 위해 부당한 방법도 마다하지 않는다.

반대로 아이를 혼낼 때 아이의 행동을 혼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 자체를 혼내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또 엎질렀어. 너는 조심할 줄 모르는 바보로구나.”

이것은 아이의 실수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 자체를 멸시하는 것이다. 실수한 행동 때문에 아이는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어떤 행위도 한 사람의 가치를 손상시킬 수는 없다.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스스로 개선할 책임이 있지만, 사람은 개선할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그 자체로 완벽하고 고유하다.”

미국의 임상학자 토니 험프리스는 ‘가족의 심리학’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랑할 때는 아이의 행동을 사랑하지 말고 아이 자체를 사랑하라.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을 때는 아이를 비난하지 말고 아이의 행동을 지적하라.

“숙제를 뒤로 미루는 건 좋지 않은 습관이야. 고쳤으면 좋겠다. 그래도 엄마는 아들을 사랑해.”

“우리 딸은 너무나 사랑스러워. 그런데 지금처럼 고집 부릴 때는 엄마가 힘들어.”

이렇게 아이 자체와 행동을 분리해서 말하라. 그러면 아이는 엄마에게 혼이 나도 사랑 받지 못할까봐 불안해하지 않는다. 잘못한 행동 때문에 나쁜 아이가 된 듯한 수치심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아이들은 날마다 실수한다. 엄마 말을 거스르고 말썽을 부린다. 잘못한 행동을 지적할 뿐 아이 자체를 비난하거나 멸시하는 말을 하지 말라. 그러면 말썽꾸러기 아이들도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아이로 자랄 수 있다.

김진미 빅픽처가족연구소 소장  bigpicturefami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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