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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숙의 행복한 시 읽기]수선집에서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18.09.21 21:26

[여성소비자신문] 수선집에서

구이람

1

새 옷에 나를 맞춰본다

다이어트로 줄어든 몸

 

시 한 송이 마중물 되어

뒤척이는 밤

희미한 등불로

헐렁해진 내 삶을 재단해본다

2

나도 수선이 가능할까

종종 길은 비어 있었지만

제대로 가보지를 못했다

갈 길도 미리 수선을 해 두어야 할까?

더 큰 일을 당하기 전에

-시평-

이 세상 수선하지 않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모든 물건은 오래 쓰면 닳고 헤져서 수선을 요합니다. 요즘 자신의 몸을 줄이기 위해 바쁜 일상에서도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해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식단조절과 운동, 절식 등등은 물론 심지어 수술까지 감행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다이어트로 성공한 몸을 자랑하며 새 옷에 자신을 맞춰보지만, 새 옷은 내 몸을 어떻게 받아주던가요? 몸과 하나가 될 때까지 그리 편안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희미한 등불로/헐렁해진 내 삶을 재단해본다” 헐렁해 진 옷 속을 파고드는 바람처럼 지나간 삶이 차갑게 흔들립니다. 텅 비어 있는 듯 허전해옵니다. 줄어든 몸만큼 빠져나간 삶의 자리가 느껴지는 까닭인가 봅니다.

“나도 수선이 가능할까//종종 길은 비어 있었지만/제대로 가보지를 못했다” 지금 내 삶도 새롭게 재단하여 수선을 한다면, 제대로 길을 찾아 가 볼 수 있을까요? 스스로에게 묻고 있습니다.

누군가 땀 흘려 닦아 놓은 길, 누군가 어둠을 밝혀 놓은 길, 그 길을 힘껏 따라가 보고 싶은 것입니다. 망설이다가 가보지 못한 길, 다른 길을 찾아 헤매느라 놓쳐버린 그 길을 뒤늦게나마 걸어가 보고 싶은 겁니다. 그것이 나를 새롭게 수선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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