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 2018.11.16 금 10:30
HOME 오피니언 칼럼
[구명숙의 행복한 시 읽기]사막의 나라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18.08.24 13:43

[여성소비자신문]사막의 나라
        구이람

1
메마른 땅
야자수 그늘 하나 보이지 않고
가시가 가시를 껴안으며
선인장 뒤엉켜 꽃 피우고 숲을 이룬다

구름마저 비켜가는 사막의 나라
목마르게 빗방울만 기다리진 않는다
이웃을 향해 샘솟는 마음
푸르게푸르게 내를 이루고 강을 이룬다

2
풍요의 나라 금수강산에 가시만 자라나고
사람들 입에선 가시가 돋아난다
가시 박힌 말을 향해 더 큰 가시를 뽑아든다

가시는 무기가 되어 다시 목구멍으로 들어가고
아무도 모르게 마음에 키우는 미움의 독가시만 깊어져

가진 게 많아 힘든 이 세상은 온통
만족을 모르는 힘센 가시 숲이다

-시평-

한 낮에 사막을 10리만 걷게 한다면 사람들은 제각각 무슨 생각을 하려나? 연전 여행 중에 숨 막히는 모래사막을 걷게 되었다. 타오르는 불볕 아래서도 푸르게 돋아 오르는 작은 가시나무들, 몸과 몸을 서로 떠받치며 기둥을 이루고 서 있는 선인장 앞에서 저절로 걸음이 멈추어졌다. 예서 대체 무슨 힘으로 이토록 푸른 생명을 키우며 지켜 가는 것일까? 너무 안쓰러웠지만 목이라도 축이라고 들고 있던 물 한 병 쏟아부어주고 떠나온 것이 전부다.

그들은 “구름마저 비켜가는 사막의 나라/목마르게 빗방울만 기다리진 않는다/이웃을 향해 샘솟는 마음/ 푸르게푸르게 내를 이루고 강을 이룬다.”

이웃의 생명을 먼저 지키려는 마음, 바로 그 마음이 사막에 강이 흐르고 푸르른 숲도 생겨나게 하지 않던가.

그 열악한 땅에서도 그러할진대 금수강산에서 풍요롭게 살아가는 우리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점점 사나워지고 서로를 힘들어 하는 것일까.

“풍요의 나라 금수강산에 가시만 자라나고/…가시는 무기가 되어 다시 목구멍으로 들어가고/아무도 모르게 마음에 키우는 미움의 독가시만 깊어져” 갈등, 불신, 경쟁, 욕망의 가시들로 가득차서 불행의 늪으로 빠져드는 사회 현실이 보이지 않는가?

가진 게 너무 많아 만족을 모르고 이웃을 찌르는 가시가 되어가지는 않는지. 이 시를 읽으며, 불모의 땅 사막에서도 물방울을 나누며 상생하는 푸른 생명들을 다시 떠올려본다.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