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모 방송사의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도시와 사람을 떠나 산속에서의 자연적인 삶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현실적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 하는 현대인들의 잠재의식을 자극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문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담고 있는 루소의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메시지야 다소 정치 철학이 개입되어 있지만,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월든’에서 보여준 자연적인 삶은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가 추구하는 지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소로우도 “부질없는 근심과 과도한 노동에 몸과 마음을 빼앗기고 돈의 노예가 되는 삶”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 출발했지만, 그보다는 “계절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계절의 음료를 마시고, 계절의 과일을 맛보고, 각 계절에 자신을 순순히 내맡겨라. 계절을 당신의 유일한 음식, 음료, 약초로 삼으라.”는 자연에 의존하는 청빈과 순수, 잘제와 간소한 삶이 훨씬 숭고하고 가치 있게 느껴진다.

인간의 잠재의식이 구속받지 않는 자유롭고 자연적인 삶을 동경한다 할지라도 현대인들이 방송에 나오는 ‘자연인’과 같은 삶을 살기란 쉽지가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연에서 멀어져 문명의 편리와 사치에 매몰되어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소중하고 크다 할 것이다.

오죽하연 루소가 학문과 예술의 간계에 넘어가는 문명의 악덕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제시한 문명 이전의 세계가 ‘자연’이었겠는가. 소로우도 정결하고 싶으면 절제해야 하고 몸을 부지런히 놀리는 데서 지혜와 순결이 온다고 일갈했다. 그만큼 자연이 갖는 가치가 소중하고 어쩌면 그러한 삶이 인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 들어 귀농·귀촌 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 한 해 50만 명 정도가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이주했다고 하니 가히 폭발적이라 할 수 있다. 은퇴자들의 귀농·귀촌도 많지만 청년층의 농촌 이주도 상당하다.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가 농부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유망직업으로 꼽기도 했지만 농업·농촌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 증가는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법정 스님에게 ‘무소유’의 영감을 준 소로우의 ‘간소한 삶’이야말로 농촌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축복이다. 정원을 가꾸고 목공예를 하며 자급자족의 삶, 느림의 미학을 실천할 수 있으며, 산과 계곡 등 주변 경관을 자신의 정원으로 끌어안는 풍요도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

반드시 귀농·귀촌을 하지 않더라도 오늘날에는 교통이 편리해진 만큼 4도3촌, 5도2촌의 라이프스타일로 자연적인 삶, 자연과 함께 하는 농촌 생활의 멋과 맛, 재미와 가치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
 

권갑하 도농협동연수원장  sitop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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