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기자]매년 8월 1일부터 7일은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가 지정한 세계모유수유주간이다. 특히 올해는 한국모유수유넷이 출범한지 10년째를 맞이한다. 지난 8월 1일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는 ‘2018 세계모유수유주간 기념식 및 토론회’가 ‘모유수유:생명의 기초’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이번 기념식은 권미혁 의원실과 한국모유수유넷이 주최하고 세계모유수유연맹(WABA), 국제유아식품행동망(IBFAN), 대한민국헌정회가 후원했다. 이번 행사에는 세계모유수유연맹(WABA)의 각국 회원단체들과 ‘WHO의 모유 대체품 국제규약을 법으로 제정해야 하는가’란 주제의 토론회도 열렸다.

토론회를 통해 한국모유수유넷은 WHO 모유 대체품 국제규약의 이행수준 평가결과를 제시하고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한국모유수유넷은 육아방송, 의료인 전문단체, 시민단체 등 모유 수유 증진을 추구하는 17개 단체의 연대기구다.

조애진 한국모유수유넷 회장은 “모유를 먹이면 면역력이 강한 아이로 자라서 전염병에 걸리는 확률이 아주 적다. 또 모유를 먹이면 정서적으로 안정감이 강한 성인으로 자란다. 엄마의 경우는 모유를 먹임으로 인해 유방암과 난소암의 발병률이 획기적으로 떨어지고 산후 신체 정상화가 빨라진다”라고 모유수유 안에 숨겨진 놀라운 비밀을 설명했다.

조 회장은 또 “1979년대에 100만명에 달하는 출생아는 작년에 약 36만8천명이었다. 이런 가운데 태어난 아기에게는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최고로 안전하고 최상의 영향을 가진 모유를 먹이자는 운동이 절실해졌다”며 “덴마크의 경우는 모유수유가 출산엄마의 99%에 달한다. 우리는 이러한 그들의 사회적 시스템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미혁 의원은 “모유가 아이와 엄마 모두에게 이롭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이미 입증된 바 있다. 때문에 세계보건기구도 최소 생후 2년간 모유수유를 권고하고 있고 이에 각국의 정부도 모유수유를 위한 인프라 조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우리나라도 ‘WHO 모유대체품 국젝규약’에 따라 조제분유 등과 같은 모유대체품의 광고 금지, 할인판매, 샘플 제공과 같은 부적절한 판매촉진행위를 중단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국제 규약에 비해 국내의 법률적 조치는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모유수유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지만 여성에게 집중된 아이 양육과 가사일 등 여러 여건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는 엄마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며 “결국 사회의 모유수유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갈등과 부담은 여성에게만 전가된다. 그런 의미에서 올바를 모유수유 인프라 조성을 위한 법 개정 방향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많은 부모들이 모유수유의 장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외국과 비교할 때 여전히 모유수유 비율이 낮은 편이다. 이는 법과 제도의 개선이나 시설 지원이 부족하고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지 못한 것이 주된 이유일 것이다”며 “앞으로 공공장소에서도 모유수유가 가능하도록 수유실 등 시설을 확대하고 환경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수유문제로 직장을 다니기 어려운 일이 없도록 직장 내 여건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울러 공공장소에서의 모유수유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 높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고 말했다.

모유수유 권장 결의안 채택

지난 5월에 개최된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모유가 아기 건강에 가장 좋으며 각국 정부는 모유수유를 저해하는 부정하거나 오도된 판촉을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의 모유수유 권장 결의안 채택을 둘러싸고 미국이 자국 분유산업을 위해 펼친 조직적인 저지 시도가 화제가 되면서 오히려 2018년 세계모유수유주간은 모유수유의 중요성이 주목받은 세계적인 이벤트가 되었다.

2018년 채택된 모유수유 권장 결의안에는 세계모유수유주간 행사에 대해 모유수유 증진을 위한 가치 있는 유용한 방법으로 환영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모든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생명의 기초가 되는 모유를 누구나 공평하게 먹을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여 영유아와 여성이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김재옥 국제유아식품행동망(IBFAN) EA 대표는 “2018년 8월 1일부터 7일까지 전 세계적으로 국제유아식품행동망(IBFAN)과 세계모유수유연맹(WABA) 회원단체들은 정부, 의료기관, 모유수유 운동 단체들과 함께 ‘모유수유: 생명의 기초’라는 주제로 모유수유 증진을 이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WHO 국제규약을 법으로 제정한 브라질 연방정부는 올해 8월 한달을 ‘Golden 8월’로 정하고 15개 연방정부마다 모유수유 권장을 적극 시행하겠다는 서명과 함께 약 1500명의 의료인이 참여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영국은 지난 7월 영양에 관한 과학자문위원회의가 ‘생애 첫 1년간 모유수유’ 보고서를 발표하고 “6개월간의 모유수유를 넘어 1년간 모유수유는 아기의 건강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는 건의문을 제안하며 적극적인 모유수유를 촉구하고 있다.

WHO 코드를 법으로 제정한 인도는 국무총리 산하에 모유권장위원회를 두고 우수한 영유아를 키우기 위해 적극적인 모유수유를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 중국, 홍콩, 몽고, 태국, 필리핀 등은 WHO 코드 보다 더 강력한 법을 제정하여 모유대체품의 판촉 위반 제재를 강화하고 모유수유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김재옥 대표는 “한국은 1983년부터 모유수유운동을 시작하여 국제규약 중 몇 조항이 법에 들어가는 성과는 있었으나 국제규약이 법으로 제정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일부 법으로 제정되었어도 모유수유넷의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이 법 조항 조차 관련 기업들은 위반하고 있고 정부는 이에 대한 제재를 게을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모유대체품 회사를 위해 갓 태어난 아기들이 평생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우유를 못 먹게 한다면 이것은 어른들의 잘못이다. 아기가 태어나도록 할 뿐 아니라 태어난 아기에게 다른 어떤 것이 아닌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가장 좋은 모유를 먹을 수 있는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 ‘WHO 모유대체품 규제 규약을 법으로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경혜 이화여자대학교 간호대학 명예교수는 ‘모유수유 운동의 역사와 비전’에 대해 설명했다. 또 김선희 대구카톨릭대학교 교수는 ‘모유대체품 국제규약 준수 실태’에 대해, 신한미 인천가정법원 부장판사는 ‘국제규약의 법제화’에 대해 토론을 했다.

김선희 교수는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유아식품, 인공젖병, 인공젖꼭지의 판매를 판촉하기 위해 특별한 형태의 진열하거나 제품 진열대 제품 용기 한쪽 측면에 이유식을 제공하는 판촉기법, 조제분유 제품에 모유수유와 비슷하다는 내용을 삽입하거나 분유가 이상적이라는 건강 관련, 영양 관련 표시함으로써 분유의 우수성을 피력해 모유수유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한미 판사는 “건강한 삶과 인류의 존속을 위해 모유수유 관련 법제정이 필요하다”며 “영유아의 모유를 먹을 권리를 명시화하고 모유수유 증진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성과를 반영한 내용을 담은 모유권장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모유수유 관련 정부기관, 비정부 기구 및 보건의료 전문가단체 등의 협의체인 국가 모유위원회를 설립하고 성공적인 엄마 젖먹이기 10단계를 모자의료기관에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판사는 또 “모유대체식품 판매에 관한 국제규약 등을 온전히 실현시키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도록 하고 직장 여성의 모유수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제화 및 이의 집행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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