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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BMW화재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내년 1월 부터 본격 시행되는 ‘한국형 레몬법’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31일 입법예고 했다. 레몬법이란에서 새로 산 자동차에 결함이 있을 시 교환이나 환불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법이다.

국토부의 개정안에는 교환·환불의 요건과 중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 구성안, 그리고 운영 관련 세부 사항 등이 포함됐다. 다만 현재 EGR(배기가스 재순환 장치) 부품 문제로 화재가 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BMW520d 차량은 해당 법의 적용을 피해가게 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법이 적용되는 시점은 내년 1월1일부터다. 신차 구입 후 1년 이내에 중대한 하자가 2회, 일반 하자가 3회 발생하고 수리한 이후에도 동일한 하자가 계속되거나 누적 수리 기간이 30일을 초과한 경우에 자동차 회사측에서 신차 교환이나 환불을 해줘야 한다.

중대한 하자 범위에는 원동기, 동력전달장치, 조향 및 제동장치를 비롯해 주행, 조종, 완충, 연료공급 장치, 주행관련 전기 및 전자장치, 차대 등이 포함됐다.

환불을 받는 소비자에게 신차 금액의 전부를 환불해 주는 것은 아니다. 환불액은 판매가격에서 주행거리만큼의 사용 이익을 공제한 차액으로 책정됐다.

차량의 총 주행거리를 10만km로 가정했을때 환불할 차량이 5만km를 달렸다면 신차 가격의 1/2을 환불해 주는 식이다. 환불액에는 신차 취득세 및 번호판대 등 필수 비용도 더해진다.

한국형 레몬법은 앞서 2년 전에도 도입이 발표된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6년 10월 발표한 ‘자동차 교환 및 환급 요건을 완화하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안’은 자동차를 구매한 뒤 12개월 안에 중대 결함이 3회 이상(기존 4회), 일반 고장이 4번 이상 나타나면 신차로 교환받거나 환불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실효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개정안에 강제력이 없어 소비자가 교환이나 환불 조건을 충족해도 자동차회사의 합의가 없으면 보상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자동차안전·하자 심의위원회에 중재 신청을 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심의위는 교환·환불 여부 판단 및 제작결함 심의를 맡게 된다. 중재 판결이 나오면 자동차 회사는 소비자에게 해당 차량을 반드시 교환·환불 해줘야 하고, 교환 판정을 받았으나 ‘생산 중단 및 성능 개선 등으로 동일한 품질 또는 기능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에는 환불 조치를 받는다.

국토부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며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위원 구성시 자동차 관련 기술적 지식을 보유한 전문가가 1/2 이상이 되도록 최소 비율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화재처럼 회사측 설계나 부품의 결함 탓에 불거진 사안에 대해서는 레몬법도 실효성이 없다며 정부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일한 하자가 반복되면 보상을 받을 수 있겠지만 화재 등의 이유로 한 번에 차량 전체가 파손되거나 전소될 경우 원인 규명이 불가능하다’는 것. 제조사 측의 원인 조사에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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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는 지난 2016년 유럽에서 비슷한 화재가 발생한 이후 최근까지 원인 분석을 위한 테스트를 해왔다고 밝혔다. 원인 규명이 쉽지 않다는게 사측의 입장이지만 소비자들은 '늑장 리콜'로 의심하고 있다. 결국 이에 대한 제재가 가능하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게 소비자들의 주장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란 ‘가해자에 대한 징벌적 의미에서 피해자가 실제로 입은 손해보다 큰 액수로 배상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법 중에서는 지난 4월 개정된 제조물 책임법이 제조업자가 제품의 하자를 방치하거나 은폐함에 따라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은 경우에 보상을 받도록 규정한다는 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해당 제도를 도입하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은 제조물 책입법에 명시된 손해 배상의 한도가 낮다는 점, 또 재산상의 피해만 입은 경우 배상을 받을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제조물 책임법은 피해액의 3배를 넘는 배상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한다. 우리나라의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가볍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8일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을 방문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늑장 리콜 또는 고의로 결함 사실을 은폐·축소하는 제작사는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할 정도의 처벌을 받도록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여야 없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자유한국당 소속 박순자 국토위원장은 지난 6일 “국회 차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함에 대한 입증책임 전환을 적극 도입할 것”이라며 “현행 제조물책임법에서 손해의 3배를 배상하게 한 것보다 더 무거운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주행 중 화재 등 차량결함에 따른 사고 발생 시 운전자 또는 차량소유자가 사고 원인을 밝히기가 매우 어렵다”며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해 자동차제작사가 차량에 결함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하여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같은 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미국에선 차량 결함에 따른 사고에 대해 피해액의 8배를 배상하도록 하고 집단소송제를 통해 기업에 엄격한 배상책임을 묻고 있다”며 “제조물책임법의 징벌적 손해규정을 강화하고 집단소송제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또 13일 오전 국회에서 국토교통부와 BMW 관계자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안전과 생명에 직결된 심각한 품질 문제에 있어 (대책)이 제도적으로 부족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상도 대단히 미흡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며 "개선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국회의 이같은 발표에 관련 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9일 BMW 730Ld 차량과 BMW 320d 승용차에서 불이 난 데 이어 11일에 BMW 120d의 조수석에서도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올해 화재가 발생한 BMW 차량은 총 80대로 집계됐다. 화재가 발생한 차 종에는 528i, 428i, 미니쿠퍼 5도어, 740i, 745i 등 가솔린 차량 5대도 포함됐다.

화재는 국산 자동차에서도 발생했다. 국산차량 가운데에서는  9일 오전 에쿠스 승용차에 불이 나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당했다. 같은 날 오후 아반떼 승용차, SM5 승용차에서도 불이 났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소비자 과실보다는 부품 등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제조물 책입법은 미국이나 유럽 등에 비해 징벌의 무게가 가벼운 것이 사실”이라며 “징벌적 손해 배상제는 한국형 레몬법을 뒷받침 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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