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뉴시스

[여성소비자신문 김성민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경제팀이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경영진을 만났지만, 당초 전망과 다르게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 및 고용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중소기업벤처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함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 반도체 공장을 둘러보고 삼성 경영진 및 협력사와 현장소통 간담회를 진행했다.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필두로 윤부근 부회장,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 김현석 소비자가전(CE) 부문장(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부문장(사장), 노희찬 경영지원실장(사장), 진교영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사장) 등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진들이 총출동했다.

당초 이 부회장은 유럽의 인공지능(AI)과 전장 사업 현장을 돌아보는 출장에 나선 상황이라 간담회 참석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간담회 전날 유럽에서 돌아와 김 부총리와 만났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의 협력사인 김영대 대덕전자 대표, 김용한 원익 IPS 대표도 간담회에 참석했다.

김 부총리는 감담회에서 삼성을 우리경제의 대표주자로 언급한 뒤 "이런 평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경제에서의 삼성의 역할이다. 우리경제는 굉장히 중요한 전환기를 맞았고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기여서 대표주자로서의 삼성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삼성에 세 가지 당부를 전했다.

그는 먼저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고 발전시키는데 선도적인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정부는 산업의 인프라 기술에 해당하는 플랫폼 경제 활성화에 정책적 역량을 쏟을 계획이며 AI와 빅데이터, 수소경제, 블록체인, 공유경제 등에 대해 전략적인 지원과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동반성장의 모범을 만들고 확산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며 "협력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삼성이 가진 네트워크를 통한 판로개척, 인력양성, 기술개발에도 힘을 보탰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경제의 대표주자 역할은 국민적 지지와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한다. 그를 위해 투명한 지배구조 만들고 불공정거래관행을 개선하는데도 앞장서 달라"고 덧붙였다.

이어 삼성은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이 인사말을 전했다.

윤 부회장은 "오늘 둘러본 평택공장은 반도체 수출의 최전선이자 혁신과 성장의 산실이라고 감히 자부하고 있다"면서 "혁신성장에 열정을 쏟고있는 부총리와 간담회를 가져 매우 뜻깊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기업의 혁신노력과 전략적 투자와 결합하면 어떤 도전도 미래를 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앞으로 삼성은 미래 성장 기반 구축과 혁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삼성은 ▲미래 성장동력 발굴 ▲인재양성 ▲창업 활성화 등 혁신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겠다고 밝혔다.

우선 반도체 산업은 4차 산업혁명의 출발지라며, 철두철미한 기술 개발과 투자로 초격차를 유지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외에도 AI와 5G 등 미래 성장사업에 집중 투자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임을 전했다. 특히 바이오 산업이 '제2의 반도체'가 될 수 있도록 과감한 투자와 혁신을 지속하겠다고 공언했다.

삼성 직원이 아닌 일반 취업준비생에게 소프트웨어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등 자사가 보유한 경험과 노하우를 사회에 개방·공유할 계획도 밝혔다.

나아가 삼성은 동반성장과 상생 문화 확산에도 힘쓰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스마트 팩토리 보급사업 등을 통해 지방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을 돕고, 현재 1~2차 협력사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자금지원 프로그램을 3차 협력사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 측에 규제개선 등을 적극적으로 건의하기도 했다.

평택단지의 전력 확보 방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바이오, 5G 등 미래 성장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혁신 산업기술 보호를 위한 방안을 건의했다.

이에 정부도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바이오 분야 규제개선, 현장 전문인력 양성, 반도체 공장 신설에 따른 추가 전력공급 방안 마련에 적극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

사진제공=뉴시스

구걸 논란 속 대규모 투자 계획은 '아직'

김 부총리는 혁신성장을 독려하고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대기업을 방문 중이다.

지난해 12월 LG그룹을 시작으로 지난 1월에는 현대자동차그룹, 3월에는 SK그룹, 6월에는 신세계그룹을 방문했다.

김 부총리가 이 부회장과 회동을 가질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이 김 부총리와의 만남을 계기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앞서 김 부총리와 만난 4개의 대기업들이 간담회를 통해 신산업 투자와 고용 창출 계획을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LG그룹은 김 부총리는 만난 뒤 2018년에 19조원을 투자하고, 1만명을 신규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현대차그룹 역시 향후 5년간 신사업 분야에 23조원 투자와 함께 4만5000명을 채용할 계획을 내놨다.

SK그룹은 올해 27조5000억원 투자와 85000명을 고용하겠다고 했고, 신세계그룹도 향후 3년간 9조원 투자와 매년 1만명을 뽑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초 전망과 달리 간담회 당일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 및 고용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이는 김 부총리의 대기업 방문을 둘러싼 잡음이 일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부총리가 삼성을 방문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후 일각에서는 김 부총리가 현장 방문을 빌미로 기업에 투자와 고용을 강요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 매체는 지난 3일 단독보도를 통해 "청와대가 김 부총리에게 정부가 재벌에 투자·고용을 구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를 전달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김 부총리는 당일 해당 보도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대기업에 의지해 투자나 고용을 늘리려는 의도도, 계획도 전혀 없다"라고 즉각 반박했다.

김성민 기자  smkim@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