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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경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 "미투 넘어 일상의 민주화로 실질적 성평등 실현할 것"
김희정 기자 | 승인 2018.07.26 09:36

[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기자]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원장 나윤경, 이하 양평원)은 7월 1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양평원 나윤경 원장의 특별강연으로 2018년 제1차 포럼 본(forum BORN, 제46회)을 개최했다.

지난 6월 25일 제8대 양평원장으로 취임한 나 원장은 #Me Too운동에 대한 사회 전반의 지지와 연대를 위해 사회지도급 여성리더 및 남성 서포터즈들을 대상으로 ‘#미투에 응답하는 공동체의 목소리’라는 주제로 직접 강연에 나섰다.

나 원장은 “최근 한국 사회에 양극화, 청년실업, 남북통일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있지만 그 중 여성들에게 가장 의미있는 변화는 단연 #미투”라고 말했다.

그는 “이 국면을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의 일상 속에 민주화가 자리잡는 근본적 변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 원장은 이어 “성폭력 범죄에 대한 한국적 상황은 피해자를 ‘꽃뱀’으로 치부하는 보편적 불신과 성별에 따른 차별,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인식 부재에 기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사회에서는 미투운동을 한 사람들이 유명인사들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평범한 여성이 미투운동을 했다. 심지어 서지현 검사 등 미투를 외치는 사람들은 ‘꽃뱀’으로 불리거나 여성의 말을 믿지 않으려 한다. 이것은 가부장적인 체제가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나 원장은 또 “여성의 경우 어머니 얘기는 진실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남성을 꼬드기는 빌미를 여성이 제공했다는 얘기를 너무나 쉽게 한다. 심지어 변호사들 조차 ‘그 시간에 왜 거기에 그 여성이 있었나요’ ‘여성이 너무 짧은 치마를 입은 것 아닌가요’ ‘증거 불충입니다’라는 식으로 여성의 피해사실을 알리는 순간 ‘꽃뱀’으로 둔갑시키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안희정 사태의) 경우도 아직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피해 여성들은 자신들을 드러내는 순간 이미 사회적으로 모든 것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지적했다.

나 원장은 “미투 자체가 여성 자체를 곤란하게 했다기 보다는 언론이 피해자를 대하는 방식에 있어 성인지적 감수성이 부족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나 원장은 또 성폭력 범죄를 피해주 중심주의에 근거해 다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폭력은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기가 어렵거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많은 성폭력의 경우 가해자의 권력과 피해자의 권력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 균형을 찾기가 어렵다.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자신이 곧 증거’인 셈이지만 한국적 상황에서는 성폭력 피해자 여성에 대한 보편적 불신이 존재하고 범죄자의 성별에 따른 차별도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 십년간 몰카 범죄를 해온 남성 범죄자들과 홍대 몰카 범인 사이에도 성별에 따른 차별이 존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피해자가 경험한 시간에 대해 “언제 때 일을 지금?” 하는 식의 시간적 인식에 대한 문제점도 존재한다.

이밖에도 성폭력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판단할 때 갑질인지 합의에 의한 관계인지를 결정할 때에도 여전히 판단의 균형을 잡기 어렵기 때문에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해야 한다는 것이 나 원장의 설명이다.

현재 법은 피해자 중심이 아닌 반 피해자 중심으로 치우친 경향이 있다.

남성중심의 데이트 각본과 문화, 정황적 증거 해석의 남성 중심성, 위계에서의 합의 불가능 등이 반 피해자 중심의 법 해석을 야기시킨다. 이밖에도 성폭력은 피해자가 인지를 늦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범죄 자체가 모호성을 띠고 있다.

또한 성범죄는 주로 지인들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성범죄를 폭로할 경우 발생할 파장을 우려해 피해자가 일반적으로 침묵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나 원장은 말했다.         
 

여성과 남성의 소소한 성평등 의식 확산 필요해

나 원장은 미투운동을 계기로 이후 양평원의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그는 “역대 원장들께서 많은 일을 하셨다. 양적인 측면의 민주화는 이뤄냈다. 이제 평등의식 확산과 여성, 그리고 남성의 관계에 대해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질을 담보해야겠다”며 “양평원은 일상에서의 소소한 성평등에 기반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성폭력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회 공동체 구성원들이 젠더 감수성과 민감성을 갖고 '적극적 행위자'로 나서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제도적 양성평등은 안정 단계vs일상에서의 성평등이 관건
 
나 원장은 “이른바 87 체제 이후 여성주의자가 제도권에 많이 들어오면서 제도적으로는 양성평등이 안정화를 이뤘다. 코이카를 통해 한국의 양성평등 제도를 배우러 오는 나라가 줄을 이을 정도로 제도적 발전은 어느 정도 이뤘다고 본다. 그러나 아직 일상적인 수준의 민주화가 이뤄졌는지는 반문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이 영화 ‘1987’을 보고 던진 질문을 떠올렸다.

나 원장은 “학생들이 영화 ‘1987’을 보고 저희 또래 남자들이 1987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것을 이해하겠다면서도 ‘저렇게 국가적인 차원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던 사람들이 왜 일상에서는 젊은 여성에게 커피를 타오게 하고 자기들이 입장할 때 사람들이 도열해 인사를 하도록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되묻는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80년대 민주화 인사들이 일상적인 수준에서는 ‘꼰대’에 머물고 있는 것을 ‘1987’을 보니까 이해된다고 한다”며 “자기들이 국가를 구했다는 자의식은 있지만 일상에서의 민주화는 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라며 소개했다.

그는 “정확한 판단이고 지적이다. 미투 국면은 바로 이런 것에 대한 요구다. 국가적 차원의 민주주의가 아닌 제도가 포섭할 수 있는 일상 관계 속의 민주화를 이루라는 것이다. 개인 수준의 민주화를 이뤄보자는 게 미투운동의 의미다”고 강조했다.

나윤경 원장은 페미니스트이자 여성학 전문가다.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 소장, 성평등센터 소장, 청년문화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최근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협의회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나 원장은 “앞으로 제도적 민주화를 넘어 성평등에 기반한 일상과 관계의 민주화를 향한 양평원의 노력에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며 “미투는 이처럼 피해자가 불리한 점이 많으므로 공동체가 응답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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