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 2018.12.13 목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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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소비자주권 확립과 법제정비 시급하다최근 발생한 어린이 학대와 방임, 그리고 성폭력과 시험지유출사고를 보며
연기영 동국대 법대 명예교수 | 승인 2018.07.23 15:36

[여성소비자신문]최근 들어 교육현장에서 벌어진 어린이 학대와 방임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잇따라 일어났다. 폭염 속에서 4살 아이가 어린이집 통원버스에 7시간이나 방치돼 숨진 사고가 발생하여 학부모들을 애타게 했다.

이 사건이 발생한 이틀 후에 어린이집 교사가 11개월 된 남자아이를 재우던 중 이불을 덥고 자신의 몸으로 누르는 등 학대해 숨지게 했다. 이러한 아동학대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밝힌 최근 5년간의 통계를 보면 2013년 6796건, 2014년 1만27건, 2015년 1만1715건, 2016년 1만8700건, 2017년 2만2157건으로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외국에서는 부모가 잠깐 차에 어린아이를 혼자 놔두는 행위, 놀이터에 혼자 놀게 하는 행위, 등굣길에 어린이 혼자 보내는 행위 등 어린이 방임행위를 아동학대로 규정해 철저히 관리하면서 법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방임도 학대라는 인식이 부족하고 방임에 대한 매뉴얼이나 규정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그리고 매년 어린이 88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지난 10년간 교통사고로 어린이가 887명이 숨지고 15만7천명이 다쳤다. 인구절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어린이의 사고에 대한 안전 불감증으로 인하여 아까운 생명이죽어가고 인구가 줄어들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또한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에 이르기 까지 교사나 교수들의 성폭력, 성희롱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가?

성폭행, 성희롱 가해행위를 한 교사나 교수들의 징계절차와 징계결과가 공개되지 않아서 교육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공급자의 권력형 성폭력이 미투 운동을 통해 고발이 이루어져도 합당한 처벌을 받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징계위원회의 구성이나 징계절차에 피해자인 교육소비자들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징계의 신속성‧투명성‧적정성에 의문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가 하면 최근 광주, 부산, 서울 등의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시험문제지 유출사고는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수시비중이 70%로 높은 현행 대학입학시험 제도에서는 내신 성적을 올리기 위한 시험지 유출가능성이 상존한다.

따라서 시험지관리 시스템의 철저한 점검과 인쇄실 등의 보안 강화는 필수적인데 이를 방치한 교육당국자들의 보안 불감증과 무책임한 태도가 큰 화를 불러 왔다. 물론 일부 몰지각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여 시험 문제지를 빼낸 범법행위도 엄벌에 처할 일이지만, 허술한 시험지관리와 보안장치 미비로 사고예방을 하지 못한 학교당국의 교장과 교직원 등 교육공급자들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할 수 있다.

교육소비자에게 안전할 권리 보장해야

모든 소비자는  물품이나 용역으로 인한 생명, 신체 및 재산상의 위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보장된다.

소비자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국가는 법령으로 안전기준을 제정하고 위해상품을 수거·파기하거나 안전시설을 갖추어 사고를 예방할 의무가 있다. 우리나라는 약 14개 단행법에서 소비자안전과 관련된 각종 기준을 규정하고 있으나 본래의 입법목적이 행정관리에 있었기 때문에 소비자보호 측면에서는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교육소비자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이나 법제가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못한 편이다. 폭염 속 4살 아이가 어린이집 통원버스에 방치돼 숨진 사고 이면에는 국회의 입법과정에 문제가 존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른바 ‘슬리핑 차일드 체크 시스템(Sleeping Child Check System, 잠자는 어린이 확인 경보 장치)’ 설치 의무화 법안을 국회에서 2년간 방치하여 생긴 비극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2016년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린이 통학버스 승하차 때 운전자나 동승 보호인이 잠든 어린이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내용과 통학차량에 경보장치를 설치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당시 소관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원회(현 행정안전위원회)는 이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어린이 확인 경보장치 설치는 도로교통법보다 자동차 개정 등에 관한 자동차 관리 법령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른 상임위로 떠넘겼다.

그 후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에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여 “자동차 제조사가 제작·판매 시 뒷좌석에 어린이나 노인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남아있는 경우 알릴 수 있는 경보 장치를 설치하고 위반하면 과태로 1000만원을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이 법안은 1년째 국토교통위원회에 책상 위에 잠들어있다. 결국 국회의 법안 졸속 심사와 부처·상임위원회간 떠넘기기 등으로 국회가 제대로 일하지 않은 결과 교육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의 안전이 위협받게 된 셈이다. 하루속히 관련법령이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소비자의 정보 제공받을 권리 보장해야

교육소비자에게도 당연히 필요한 지식 및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당국이나 교육공급자들의 고의나 부주의로 일어난 사건의 처리과정과 결과는 즉시 공개되어야하고 처리과정에 피해자인 교육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강의평가제도 등을 통해 교육의 질과 양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은 활용되고 있으나,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사후 사고처리와 사전 예방시스템에 학생이나 학부모가 참여하는 제도는 미흡한 편이다.

마치 시장에서 상품을 구매하기 전에는 각종 상품정보나 상품표시(Labeling)등을 통해 사용목적에의 부합여부를 정확히 판단해야 하고, 사용과정에서는 올바른 사용(취급)방법, 주의사항을 통해 최대의 효용수준을 충족해야 하는 것처럼 교육 분야에도 정보제공이 좀 더 광범위하고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기타 교육소비자의 주권 확립해야

영국의 대학 담당 장관은 대학교육의 수준과 교육소비자인 학생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법적 효력을 갖는 대학과 학생간의 계약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대학교육도 강의의 수준이나, 강의시간등 약속과 다를 경우, 계약의무에 대한 소송을 할 수 있고, 이에 대한 배상 또는 보상을 청구할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 같은 방침은 영국대학이 제대로 역할을 못했다기 보다는 앞으로 학생들의 소비자 권리를 보장하고, 더 나아가 대학 교육의 질을 발전시키고 유지해 나기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제 시급한 교육소비자들을 위한 안전권, 정보권의 확립을 비롯하여 학생과 학부모들의 선택할 권리, 의사를 반영시킬 권리, 보상받을 권리, 단체를 조직‧활동할 권리, 쾌적한 환경을 누릴 권리 등 교육소비자주권을 확립해 나가야 한다.

이를 실행하기 위한 법제의 정비와 각종 가이드라인의 제정 및 관련자들의 윤리의식을 제고할 수 있는 교육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할 때임을  강조하고 싶다.

 

연기영 동국대 법대 명예교수  yeunky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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