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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숙의 행복한 시읽기] 싱싱 냉장고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18.07.23 10:35

[여성소비자신문]구명숙의 행복한 시읽기 '싱싱 냉장고'

       구이람

1           
마음 칸칸이 넣어둔 맛깔스런 음식들
가끔은 냉장고를 비워두자
야채 칸 김치 칸 계란, 생선 칸
칸칸이 가득 찬 반찬 밑반찬들

부지런한 주부들은 넣어둘 요리가 없다는데

2          
마음엔 상한 음식을 담아두지 말자
오래된 음식처럼 칸칸이
쌓아두기만 한 내 생의 해묵은 상처들

미움도 그리움도 아픔도 추억까지도
오래 오래 담아두지 말자
마음칸칸을 싱싱씽 비워두자

-시평-

오늘도 몹시 덥다. 장마가 걷히자 기다렸다는 듯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린다. 책을 손에 잡아보지만 집중이 어렵다. 구이람의 시집 ‘산다는 일은’에서 ‘싱싱냉장고’라는 제목을 발견하고 냉장고처럼 시원함을 느낄 수 있을까 하여 읽어본다.

때마다 신선한 음식을 장만해 가족들의 건강을 챙겨주는 주부들은 냉장고에 넣어둘 남는 음식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바쁘게 살아가는 직업여성들이 매일 요리를 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물론 시간이 날 때면 몇 가지 요리를 만들어서 맛있게 먹고 일부 냉장고에 남겨두었다가 재생해 먹기도 한다. 또한 시간 절약을 위해 반찬거리를 잔뜩 사다가 냉장고에 쟁여두기도 한다. 결국 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말이다.

위 시는 무엇보다도 마음을 쌓아 두지 말자고 한다.

“미움도 그리움도 아픔도 추억까지도/오래 오래 담아두지 말자/마음칸칸을 싱싱씽 비워두자”
음식물 뿐 아니라 우리들 마음도 해묵은 감정이나 아픔, 추억까지도 자주 비우고 갈아 넣어 신선하고 쾌적하게 살아갈 일이라고, 상한 것들, 불필요한 것들은 바로바로 정리해 버리고 마음 칸칸을 시원하게 비워두는 일상이 되자고 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부지런히 빈 칸들을 만들어 둔다면 마음도 바다처럼 청량하고 시원해지지 않을는지.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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