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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 해소에서 여성노동정책의 답을 구하다
한지안 기자 | 승인 2018.07.10 18:20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여성계에서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 구조와 관행을 해소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6일 오후 국제회의장에서 “성차별 해소에서 여성노동정책의 답을 구하다”를 주제로 제113차 양성평등정책포럼을 개최했다.

권인숙 원장은 “그동안 여성의 돌봄 부담 완화와 여성인력 개발에 중심을 두었던 여성노동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법ㆍ제도 개선과 정책 실행 노력이 절실하다”며 “남녀고용평등법 제정 이후 지난 30년간 여성의 경제활동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되어 왔지만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지위는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권 원장은 또 “성별임금격차와 유리천장 등 노동시장의 고착화된 성불평등구조와 채용과 승진 등에서 성차별 고용 관행이 견고한 상태로 지속되고 있다”며 “성차별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 및 정책 실행 노력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이날 포럼은 2018년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 현실을 진단하고, 성차별 구조와 관행 해소를 중심에 둔 여성노동정책의 재구성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노동연구센터장은 “지속되는 저성장으로 인해 여성고용률은 미미하게 증가했으며 남녀고용률 격차는 여전히 20%가 넘는 수준이고, 특히 임신·출산·육아기 여성의 경력 단절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며“향후 여성 일자리 정책방향은 노동시장 내 잔존하는 성차별 해소 및 여성이 집중된 일자리의 질 제고, 모두의 일과 생활 균형 지원을 통해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에 초점을 맞추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센터장은 이날 “현 정부의 여성 일자리 대책이 근본적 문제를 담고있느냐”고 지적했다. 정부는 성별 연령별 맞춤형 일자리 지원강화를 국정과제로 내걸고 청년고용촉진방안과 여성일자리대책을 정책과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강 센터장에 따르면 ‘청년 여성에 대한 정책적 관심은 여전히 저조’하다. 그는 “청년 추가고용 장려금, 청년내일채움공채, 청년구직활동지원금 등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대한 성별 수혜율과 고용효과가 검토되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미투 운동, 금융권 채용 성차별 등을 중심으로 오랫 동안 축적되어 온 노동시장 성차별 문제가 가시화되면서 성차별 해소를 위한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성차별 해소에 대한 요구는 저성장 기조 속에 고용상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역차별 논란, 여성 혐오 등으로 왜곡되고 저항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력양성에서부터 노동시장 진입과 이동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성차별의 심감성에 대한 공감과 해결하고자 하는 정책적 의지는 여전히 낮다고 판단된다”며 국정과제에 포함되어 있는 성평금 임금공시제 도입을 위한 검토는 ‘성평금 임금 가이드 마련’ 등 소극적 정책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강 센터장에 이어 주제 발표를 맡은 박귀천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차별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법ㆍ제도 개선과 성인지적 노동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대응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박 교수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고평법’)이 올해로 시행 30주년을 맞게 되었고, ‘남녀고용평등법’의 제정과 시행은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겪어야 하는 고용 상 성차별, 성희롱, 모성보호 문제 등의 개선과 관련해 상당 정도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최근 공기업과 은행에서 적발된 노골적・직접적인 채용 상 성차별 사건, 15년째 OECD 회원국 중 남녀 간 임금격차가 가장 큰 국가라는 국제적 기록, 노동현장에서 지속적으로 발생 하고 있는 성희롱・성폭력 사건 등은 노동 영역에서 여성근로자들이 처한 차별적 현실이 여전히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고용 상 성차별에 대한 시정 제도를 구제기관 중심으로 구분하면 크게는 사내에서의 자율적 고충처리, 비사법기관을 통한 사건처리, 사법기관을 통한 사건 처리로 나눌 수 있다는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자율적 고충처리와 관련하여 2001년 이후 개정된 고평법 개정 내용으로는 민간단체에 의한 상담지원, 명예고용평등감독관제도 등이 있고, 이는 현재 제대로 활성화되고 있지 못하는 형편”이라며 “2001년 개정안은 사업장에 노사협의회가 있을 경우 고충처리기관을 대체할 수 있도록 했고 2006년 개정에서는 고충의 처리를 노사협의회에 위임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에 따르면 노사협의회에 대해서는 제도 자체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실제 근로자의 이해를 제대로 대변하는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많이 가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 교수는 고용 상 성차별 시정 강화를 위한 개선 방안으로 “노동위원회 내에 성차별시정 담당 전문위원회를 설치하고 구제명령제도를 도입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현재 국가인권위원회는 고용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 각 영역에서의 광범위한 차별과 모든 차별 사유에 대해 담당하고 있어 고용상 차별을 노동법에 근거하여 다루는 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특히 국가인권위원회는 권고와 조정만 할 수 있고, 금지되는 차별 행위를 한 사업주에 대해 차별 시정을 강제하는 구제명령을 내릴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날 “노동위원회의 전문위원회 설치는 이미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에서 차별적 처우의 시정을 위한 업무를 부여하고 있으므로 이 제도와 유사한 노동위원회 내의 성차별시정 담당 전문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위원회 내에 ‘성차별 전문위원회’를 설치하여 성차별 시정 업무를 전담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물론 형식상의 기구 설치 만이 아니라 ‘성인지 감수성’을 가지고 성차별 사건을 판단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진 차별시정 담당 위원의 충원 등 인적 조직의 질적 제고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는 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진행으로 김효순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장, 윤남이 여성가족부 여성인력개발과장, 정초원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활동가, 정형옥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진협 한국여성민우회 사무처장이 참여했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토론에 참석한 김효순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 과장은 “채용 성차별 해소 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는 했지만 그것을 어떻게 시행할지에 대한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인 것 같다”며 “발표안 중 고용노동부가 핵심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은 첫째로 ‘체험상 성차별을 어떻게 인지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기관의 경우 최종 합격자의 성비를 공개하고 있다”며 “몇 년 전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면서 채용시에 개인정보를 전혀 요구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성별·나이·학벌 등의 차별이 상당히 해소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과장은 “채용상 성차별의 문제가 생기다 보니 블라인드 채용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블라인드 채용은) 성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 우리사회에 만연한 학벌중심의 여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실행된 정책인데 이 때문에 면접 등의 채용 중간 단계를 들어다 볼 수 없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채용단계에서 성차별이 이루어지는지를 인지하는 게 핵심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또 “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 성희롱 대책으로 익명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나 이는 노동부로서는 굉장히 위험부담이 컸던 시도였다”며 “성희롱 사건은 대부분 사법경찰이 조사를 하게 되어 있으나 익명인 상태에서 조사하기도 어렵고 2차피해, 감독관들이 받을 압박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익명신고센터 운영이)사업주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차원에서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성희롱·성차별 등 여성과 관련된 정책을 수립할 때 사업주를 압박하고 처벌을 강화해서 실현하는 것보다는 전문가들이 노동관계법의 특성을 파악해서 전략적으로 접근해 설득하려는 시도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는 뜻을 밝혔다.

한지안 기자  hann923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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