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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소비총파업운동의 올바른 방향
연기영 동국대 법대 명예교수 | 승인 2018.06.26 16:14

[여성소비자신문]여성소비총파업은 그 동안 일부 기업의 여성 혐오적 마케팅과 코르셋이 만연했던 점을 문제 삼고, 여성소비자로서의 영향력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자 시작됐다. 여성 차별적인 문구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공공연히 소비되는 것은 건강한 사회발전을 저해할 뿐만이 아니라 여성인권을 짓밟는 비민주적인 행태라고 볼 수 있다.

이제 7월 1일부터는 여성 소비자들이 본격적으로 ‘소비 없는 하루운동’을 시작하기로 선언하면서 최근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각종 SNS에는 ‘#여성소비총파업’이라는 문구의 사진들이 잇따라 게재되고 있다.

이 운동의 액션 플랜 중에는 여성 소비자들이 매달 첫째 주 일요일 하루 동안 금전적인 소비를 자제 하는 운동부터 실천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 날은 일단 문화생활, 외식, 쇼핑 등 모든 소비와 지출을 중단하고, 대신 그 전날인 토요일에는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38적금’을 시작하자는 것이다.

특히,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을 기념해 3800원, 3만8000원 등 적금을 붓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우선 여성 임원이나 여성 근로자가 많은 직능분야에서 보다 적극적인 동참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비자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기업의 횡포에 대항하며 시정을 촉구하는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여성 소비자 운동은 여러 차례 전개된 바 있다. 대표적으로는 지난 2016년 가습기 살균제 ‘옥시 보이콧 운동’, 지난 2013년 ‘갑질’ 논란 ‘남양유업 보이콧’ 등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보이콧(boycott) 뿐만 아니라 바이콧(buycott)을 비롯한 소비생활 전반을 감시하고 여성소비자의 권익을 무한히 확장하는 실천적 운동으로써의 의미를 가지게 되길 기대해 본다.

 여성소비자파업운동의 몇 가지 사례
 
세계역사에서 여성소비자파업운동의 모델로 영원히 살아있는 대표적인 사건은 아무래도 ‘아이슬란드 여성소비자 총파업사건’일 것이다. 이 사건의 결과 이듬해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되었고, 1980년 유럽 최초로 여성대통령이 탄생되었던 것이다.

이 사건의 개요를 간단히 정리해 본다. 1975년 10월 24일 유엔의 날을 기해 아이슬란드 여성들은 하루 동안 직장 일과 가사노동을 전면 거부했다. 대부분의 교사가 여성이었기 때문에 보육원과 학교가 휴교했고, 슈퍼마켓과 공장들은 휴업해야 했다.

가정주부는 육아와 가사를 쉬었다. 여배우들이 출연을 거부해 공연이 취소됐고, 승무원들이 출근하지 않아 항공 운항도 대거 취소됐다. 은행에는 남성 임원들이 나와 창구업무를 봐야 했다.

당시 아이슬란드 여성의 90%가 총파업에 참여했고, 레이캬비크 스퀘어에서 열린 집회에는 2만5000여 명의 여성이 참가했다. 당시 그 나라 전체 인구가 22만여명에 불과했다.

사건은 아이슬란드 경제와 사회에 여성이 공헌하는 바가 얼마나 큰지 남성들에게 체감시켰다. 아이를 가진 아버지들은 직장을 쉬거나 애들을 데리고 출근할 수밖에 없었다.

퇴근 후에도 아이를 돌보는 일까지 모두 남성들의 몫이었다. 총파업은 그 날 밤 자정까지 이어져서 그나라 남성들은 그 날을 ‘길었던 금요일(Long Friday)’이라고 기억하고 있다. 2009년부터 아이슬란드가 세계 성별차 보고서(The Global Gender Gap Report)에서 꾸준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사례는 “우리가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올해 세계여성의 날인 3월 8일 스페인에서 있었던 파업운동이다. 스페인 양대 노동단체 조합원들이 남녀 차별 철폐와 여성권익 향상을 내걸고 동맹파업을 했다. 미디어, 운송, 의료업 등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물론, 뜻을 함께 하는 남성들도 파업에 가세했다. 이날 2시간의 부분 파업에는 전국에서 노동자 530만 명이 동참했다. 일부 노조들은 이날 24시간 파업을 강행했다.

이 운동의 영향으로 3개월 후인 지난 6월 스페인의 정치지도가 바뀌었다. 우파 정당 국민당 소속 총리 마리아노 라호이가 사퇴하고 중도좌파 사회당 정부가 들어선 것이다. 물론 정권교체의 원인으로는 전임 우파 정부의 부패와 긴축 정책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많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아무튼 페드로 산체스 신임총리는 장관직 17자리 중 과반이 넘는 11자리에 여성장관을 임명했다. 게다가 양성평등부 장관에는 동성애자 여성이 임명되어 또 한 번 우리를 놀라게 했다. 학생들도 이 운동에 대거 참가했고, 여러 사회단체에 속한 남성이 참가해 성차별에 반대하고 여성의 권리 향상을 외쳤다. 그 당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스페인 국민의 82퍼센트가 이날 파업시위운동을 지지했다고 한다.

그 밖에도 ‘2018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기념하여 한국, 미국, 브라질 등등 전 세계에서 성평등을 요구하는 많은 집회가 열렸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맥도날드 매장 100곳이 사상 처음으로 로고 ‘M’을 뒤집어, 여성을 상징하는 'W'로 내걸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사회운동과 연대해야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을 보면서 앞으로 여성소비자파업운동의 올바른 길을 어떤 것인가?

첫째, 소비자 주권을 보장받기 위해 다양한 사회운동과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 이전에는 제품의 생산, 유통, 소비과정에서 품질과 안전성, 가격의 적정성에 중점을 두어 정부나 기업을 상대로 운동을 전개하였지만, 이제는 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환경파괴의 방지, 성평등 등의 사회운동 분야와 긴밀한 연대운동이 절실하다.

인류의 항구적인 소비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지구환경의 보호가 필요하며, 남녀노소 구별 없이 동반자적 참여가 전제되어야 이 운동이 성공할 수 있다. 사업자와 남성들을 적대적 관계로 보지 말고 연대와 협력자로 동참을 유도하는 리더십이 요망된다. 성 평등을 실현하여 일과 육아를 양립하면서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저렴하고 질 높은 육아지원 정책과 환경조성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국제화, 세계화의 추세를 따라가야 한다. 소비자의 지구촌화, 시민단체의 세계화가 이루어져서 소비자단체의 국제기구인 국제소비자기구(Consumers International·CI)의 전략도 크게 바뀌고 있다. 고도의 정보지능사회가 형성되어 지구촌이 일일 생활권이 되어 소비문화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 수단의 발달로 인하여 실시간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사이에 동시에 소통이 이루어지는 CPS(Cyber-Physical System)이 구축되어 있다. 전자상거래가 급속히 발전하여 소비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셋째, 이러한 여성소비자파업운동을 보장하고 지원하는 정책적, 법률적 제도적 뒷받침도 마련되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소비자의식구조의 개혁운동이 함께 이루어져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 소비생활에서 차지하는 여성들의 비중이 남성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가정과 사회에서 성평등의 중요성을 모든 구성원들이 올바르게 인식하고 여성의 지위를 올바르게 찾아주는 개혁 운동을 기대해 본다.

연기영 동국대 법대 명예교수  yeunk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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