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여성의정 제공>

[여성소비자신문 이호 기자]6‧13 지방선거에서 시도지사 후보로 등록된 이 중 여성은 6명으로 8.5%에 불과했다. 구·시·군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여성후보는 35(4.7%)명 밖에 되지 않았다. 선거 결과, 시도지사 당선자 중 여성은 한명도 없다. 구·시·군의 장 당선인 중 여성은 8명(3.5%)이 고작이었다. 정치영역에서 여전히 여성들에게 유리천장이 존재하고 있었다.

여성의 투표 참여율은 증가하는 반면 여성 정치인의 유리천장, 유리절벽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6월 13일에 실시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각 정당들마다 청년, 신인 정치인과 함께 여성 정치인 참여 확대를 강조하고 나섰지만, 결과는 여전히 유리천장에 갇혀있는 현실이다. 유리천장이란 충분한 능력을 갖춘 여성이 다양한 이유의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인해 고위직을 맡지 못하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시도지사 후보로 등록된 이는 남성 65명, 여성 6명이다. 71명의 후보자 중 여성후보는 8.5%에 불과했다. 당선은 전원 남성이 됐다. 특히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여성 후보를 한명도 내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은 세종특별자치시에 한명, 정의당도 부산광역시만 한명만 공천했을 뿐이다. 이에 따라 각 정당들이 선거 때마다 여성 할당제, 여성 전략 공천 등 여성 정치 참여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구·시·군의 장 선거에는 총 749명의 후보가 공천됐다. 이 중 여성후보는 35(4.7%)명이었다. 선거 결과, 총 226명의 당선인 중 여성은 8명(3.5%)이 고작이었다. 시·도의회의원선거에는 737명의 당선인 중 여성은 98명(13.3%)이었다. 후보자로는 남성 1612명, 여성 274명으로 총 1886명이 등록했었다.

이는 4년 전에 실시됐던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와도 큰 차이가 없다. 당시 시도지사 선거에는 후보자 57명 중 여성은 1명 뿐이었다. 당선인은 전부 남성이었다. 구시군의 장 선거에도 후보자 694명 중 여성은 40명으로 5.7%에 불과했다. 당선인 226명 중 여성은 9명으로 약 3.5%의 당선률을 보였다. 시도의회의원선거에도 1719명 중 여성 후보자는 198명으로 705명의 당선인 중 여성은 58명이었다.

강한 보수성향, 선출직 공천 어려워

반면 여성의 투표율은 증가하고 있다. 2010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남성 55.1%, 여성 54.7%의 투표율을 기록해 남성에 뒤처져 있었지만,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는 남성과 여성 각각 57.2%로 동일한 투표율을 기록했다.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남성 58.8%, 여성 57.4%로 다시 뒤쳐졌지만 19대 국선과 비교해 보면 여성 53.1%서 4.3%포인트 증가해 남성의 3.1%포인트보다 증가 폭보다 훨씬 컸다. 이러한 여성의 투표율은 지난해 치러진 19대 대선에서 다시 남성 투표율을 앞섰다. 여성 77.3%, 남성 76.2%를 기록했다.

이처럼 여성의 투표율은 상승하는데 여성의 정치 입성이 어려운 점에 대해 남성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나 조직력, 자금 부분 등에서 열악하기 때문에 당 공천에서부터 쉽지 않다는게 중론이다.

선출직에서의 여성 진출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국제의회연맹도 가사 책무, 사회 내 여성 역할에 대한 문화적 태도, 가족의 지원 결핍, 자신감 및 재정 부족 등을 꼽았다. 여기에 여성할당제로 인해 자격없는 여성들이 선출될 수 있다는 젠더 정치의 우려도 더해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과 비슷해 보수적 성향이 짙다는 점도 여성 정치인의 진입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요소 중 하나다. 이를 반영하듯 영국 퀸메리대학과 버밍엄대학의 정치학자인 피터 앨런과 데이비드 커츠의 연구에 의하면 ‘남성이 여성보다 정치지도자로 더 적합하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비율이 우리나라의 경우 55%에 이른다. 동의하지 않는 비율은 45%에 불과해 연구 대상인 48개 민주주의 국가 중에서 37등이었다.

그렇다면 정말 여성 정치인이 남성보다 뒤떨어질까. 이에 대한 흥미로운 반론 연구 자료가 있다. 런던정경대학의 경제학자 티머시 베슬리 교수팀이 스웨덴의 여성할당제 효과 분석을 통한 결과다. 1993년 스웨덴 사민당은 자발적으로 남녀를 50%로 할당해 교호순번제로 공천하기로 결정하고 여성할당제를 도입했다.

이로 인해 지방의회에서 사민당 여성 의원들의 비율은 10%포인트 상승했다. 흥미로운 것은 여성할당제 도입 이후 의원들의 자질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와 반대로 의원들의 능력이 상승한 것이다.

이들의 분석에 의하면 여성할당제로 인해 여성 정치인의 비율이 평균 10%포인트 상승함에 따라 남성 의원들의 자질도 3%포인트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대체로 능력치가 낮은 남성 정치인들은 정치권에서 밀려난 것으로 조사됐다.

비례대표에 몰린 여성할당제

이에 따라 30% 이상 여성 후보 선정 규정 준수 등 기존 정치문화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여성정치할당제다. 여성할당제는 1970년대 북유럽에서 처음 도입된 후 확산돼 지금은 100여개국에 도입됐다.

우리나라는 2000년 정당법에 국회와 광역의회 비례대표 중 여성의 비율을 30% 이상으로 할 것을 권고하는 규정이 도입된 후, 지금은 비례대표 50%와 남녀 후보를 홀짝으로 교차시키는 제도(교호순번제), 여성후보추천 보조금 등으로 확대 발전돼 왔다. 이처럼 여성할당제는 직접적으로 여성의 정치 진출을 강제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 공직선거법 47조3항에 의하면 “정당이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 및 비례대표지방의회의원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그 후보자 중 100분의 5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되, 그 후보자명부의 순위의 매 홀수에는 여성을 추천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로 인해 선출직은 어려운 반면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여성 당선인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총 당선인 87명 중 여성은 62명으로 71%를 차지했다. 기초의원 비례대표 당선인 385명 중 여성이 374명으로 97%를 차지했다. 사실상 여성할당제인 비례대표에만 여성 당선인이 집중돼 있는 현실이다.

여기서 잠깐 현재 우리나라의 여성 의원 비율을 살펴보자. 2015년 1월 기준 국제의회연맹의 여성의원 비율을 분석한 결과 세계 190개국의 평균은 20.2%, OECD 국가의 평균은 27.8%다. 한국의 여성의원 비율은 16.3%로 OECD 평균보다 한참 떨어진다.

참고로 국제의회연맹(IPU)과 유엔 여성부(UN Women)가 지난해 발표한 ‘여성 정치인 지도 2017’(Women in Politics Map)에 따르면 세계 각국 의회에서 여성의원이 차지한 의석 비율은 지난 2015년 22.6%에서 2016년 23.3%로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번 선거를 통해 비례대표로 당선된 여성 정치인 관계자는 “주요 직책으로 갈수록 남성 중심의 사고방식이 아직도 팽배하다”라며 “정당 차원에서 여성 정치인에 대한 전략적 육성, 공천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호 기자  rombo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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