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여성 파워인터뷰
이강호 라벨라오페라단 단장 “믿고 보는 오페라, 감동이 있는 공연 만들 것”
김성민 기자 | 승인 2018.06.22 14:46
<사진=여성소비자신문>

[여성소비자신문 김성민 기자] 올해로 창단 11주년을 맞은 라벨라오페라단을 이끌고 있는 이강호 단장.

아름답고 청아한 소리를 소유한 테너였던 이강호 단장은 상업화로 인해 클래식 문화의 의미가 퇴색돼 가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지난 2007년 오페라와 성악음악이 가지고 있는 순수한 아름다움을 지키며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공연을 하고자 라벨라오페라단을 창단했다.

이 단장은 한양대학교 음대 성악과를 졸업한 후 이태리 G.Nicolini 국립음악원과 M.Magia 시립 음악원을 졸업했다.

이탈리아 피아첸짜 Teatro Munucipare에서 모짜르트 오페라 Cosi fan tutte로 데뷔하며 성악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벨칸토 창법의 아름다움을 보여줬고, 한국에서 초연된 베를리오즈 레퀴엠 등 오라토리오 테너 독창자로도 출연하며 국내외에서 정상급 테너로서의 위상을 떨쳤다.

7회의 독창회와 300여회 이상의 가곡의 밤, 그리고 오페라 갈라 콘서트 등의 음악회도 출현하며 클래식 문화의 저변 확대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양대와 한세대, 국민대, 백석대, 영남대 등에서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기도 했던 이 단장은 서울 그랜드 오페라단 예술 총감독을 역임하며 그가 가지고 있던 클래식 문화에 대한 의지를 더욱 확고히 했고, 지난 2007년 순수 민간 오페라 단체인 라벨라오페라단을 창단했다.

이에 <여성소비자신문>은 이강호 라벨라오페라단 단장을 만나 한국 오페라의 현주소와 라벨라오페라단의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 세계에서 1년에 3000여명이 넘는 클래식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곳은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최근 전 세계 콩쿠르에서 우리나라 우승자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수한 인적 자원을 보유하고도 국내에서는 키울 무대가 없으니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 단장은 한국 오페라계의 발전을 위해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봤다.

“국내에 우수한 인재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오페라가 그것에 맞게 발전하지 못한 데는 우선 정부의 책임이 일부분 있습니다. 현재 정부에서 오페라 부문에 예산지원 해주는 것은 국립오페라단의 1년 예산,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대구 오페라 페스티벌 등이 전부입니다.

지원 규모가 작은 것도 문제이지만 상업예술과 순수예술을 구분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적어도 순수예술에 대한 일정한 쿼터제를 통한 장기적인 지원체계를 만들어야 우수한 예술 단체를 양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현재 민간오페라단이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밖에 없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 국가나 지자체에서 오페라단을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에는 오페라단이 재단법인화되어 있기도 합니다.

특히 국내에서 민간오페라단은 개별적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통해 지원을 받도록 돼 있는데, 이것은 모순이 있다고 봅니다. 현재 우리나라 오페라의 경우 국립오페라단보다는 민간오페라단이 훨씬 많기 때문에 민간오페라단을 위한 재정과 지원이 별도로 필요합니다. 우선적으로 우수한 민간오페라단의 경우 안정적으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차원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오페라 부문 종사자들의 책임도 강조했다.

“모든 것을 정부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습니다. 오페라 부문 종사자들이 그동안 이런 부분을 요청하지 않은 책임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재 한국 오페라인 협회를 구상 중입니다. 오페라 가수, 오케스트라, 합창, 연출, 스텝, 작곡가들이 모여 우리의 권익을 지킬 수 있도록 말입니다.

한국 오페라의 역사가 올해로 70년인데 오페라계의 입장을 대변할 단체도 하나 없다는 사실이 항상 아쉬웠습니다.”

<사진=여성소비자신문>

동북아 오페라 중심지를 꿈꾸다 

실제로 70년 역사의 한국 오페라에서 민간오페라단은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한국 오페라는 민간오페라단이 선두에서 이끌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 1948년 1월 16일 창단된 대한민국 최초의 오페라단 조선오페라단 역시 민간오페라단이었습니다. 당시 국내 최초의 이탈리아 유학파 테너였던 이인선 선생님이 결성했습니다. 세브란스의전 출신의 의사였던 이인선 선생님은 한국 오페라의 발판을 마련해주셨습니다.”

“저도 서울 그랜드 오페라단의 예술 총감독으로 1년간 일할 때쯤 오페라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오페라가 대중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난 2007년 5월 1일 순수 민간 오페라단인 라벨라오페라단을 창단하게 됐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그랜드 오페라를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소극장 오페라로 디테일한 작업을 하고 싶었고 다양한 도전을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서는 그랜드 오페라를 선호하는 현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2012년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의 오페라 돈지오반니 공연을 시작으로 오페라 일트로바토레, 오페라 안나 볼레나, 오페라 라보헴 등 그랜드 오페라를 하게 됐습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결국 오페라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예술적 가치 즉 오페라의 본질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오페라의 대중성에도 도움이 된다는 신념이 생겼습니다. 우리 오페라단의 모토 역시 믿고 보는 오페라, 감동이 있는 공연입니다.”

라벨라오페라단은 한국 오페라의 발전을 위해 전문인재 양성, 자체 프로덕션 개발 등의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라벨라오페라단은 민간오페라단으로서 한국 오페라의 자존심과 실력으로 세계 오페라 시장을 주도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라벨라 오페라 스튜디오, 라벨라 성악 콩쿠르 등 오페라와 클래식 문화 전반에 관한 사회공헌 사업과 문화 창조사업을 비롯해 관객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준 높은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는 문화사대주의 행태를 꼬집었다.

“아직도 국내에서는 실력보다 외국에서 학교를 나오면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문화사대주의입니다. 실제로 국립오페라단의 연출자와 지휘자는 한국인인 적이 없었던 것이 현실입니다.

언제나 완성된 성악가만을 선호하는 우리 음악계의 병폐를 과감히 고치기 위해 라벨라 오페라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페라 스튜디오는 외국 개념으로 보자면 오픈 스튜디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라벨라 오페라 스튜디오는 신인 오디션과 교육을 통해 새로운 성악가를 발굴하고 무대로 보내며 성악 음악교육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자 합니다.

우선 외국으로 유학을 하러 갔던지 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했든지 여부에 상관없이 오디션을 통해 1년에 10여명을 뽑아 전부 무료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매년 11월에 오디션을 진행하고, 지금도 13명 정도가 있습니다.

나중에 이 단원들이 모두 우리 그랜드 오페라 무대에 서는 날을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10회째를 맞고 있는 라벨르 콩쿠르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말 외국에 가서 성악을 배우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봅니다.

또한 라벨라오페라단은 2020년 자체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국내 3대 오페라단인 국립오페라단의 경우에도 단체만 있고 오페라하우스가 없습니다.

당연히 우리나라 최고의 극장인 예술의 전당이 대관사업만 한다는 것도 참 슬픈 현실입니다. 오페라의 경우 상업예술이 아니다 보니 뮤지컬 등과 비교했을 때 대관료가 상대적으로 적어 대관조차 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는 국가에서 정책 평가를 할 때 ‘어떤 정책이 잘 운용이 돼서 우수기관으로 지정한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수입이 얼마인지, 자립도는 어느 정도인지’가 기준이 되는데 문화의 영역에도 이런 잣대를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나라에는 정말 유능한 성악 인재들이 많이 있습니다. 만약 한국에서 오페라하우스를 한다면 중국과 일본을 전부 아우르는 동북아의 오페라 허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연출 돋보여

라벨라오페라단은 자체 프로덕션 개발을 통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무대를 추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사실 자체 오페라 프로덕션을 개발하는 오페라단이 별로 없습니다. 라벨라오페라단은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을 만들어낸다고 자부합니다.

특히 오페라는 음악과 텍스트가 정형화돼 있어 변형이 어렵지만, 연출적인 기법을 통해 얼마든지 일반 대중들에게 쉽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업화를 배제하고서도 오페라와 성악음악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예술적 가치를 잘 표현한다면 분명 그 감동이 관객들에게도 전해질 것입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최근 젊은 층의 유입도 늘어났다.

“올해 4월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주세페 베르디의 가면무도회 공연을 하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20대 관객의 비중이 높았다는 점입니다. 보통 오페라는 30~40대의 비중이 높습니다.

이런 변화는 새로운 브랜딩과 마케팅 방식을 적용한 것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오페라하면 막연하게 고루하고 클래식하다는 관념이 있는데, 이를 바꾸기 위해 라벨라오페라단에서는 에코백, 엽서 등 다양한 굿즈를 만들어 오페라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 오페라 전체의 위상이 높아지는 그 날까지 예술성 높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4차 산업혁명이 유행어처럼 화두가 되고 있는 이 시기에 순수예술의 살아남을 길은 더욱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더욱더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더 고전으로 돌아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감동과 아름다움을 전파하는 오페라, 클래식을 지켜나가고자 합니다.

물론 관객이 중요하지만, 오페라를 예술로 바라볼 것인가 돈벌이의 수단으로 볼 것인가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우리 오페라단은 앞으로도 예술의 본질적인 부분을 지키면서 관객과 소통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파격을 시도한다는 명목하에 본질을 잃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본질을 잃어버린 시대에 본질을 지켜나가는,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며 오페라의 자리를 계속해서 지켜내고 만들어나가면 언젠가 사람들이 이 장르를 알아주고 더 감동하지 할 것이라고 봅니다.”

김성민 기자  smkim@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성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