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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조정제도,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정운영 금융과 행복 네트워크 의장 | 승인 2018.06.18 14:11

[여성소비자신문]리차드 디인스트(2015)는 그의 저서 ‘빚의 마법’에서 최근의 위기는 국가, 기업, 가계의 부채 등 모든 종류의 빚 위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화폐가 모든 관계성을 지배하는 세계에서 빚은 분명 속박이고 억압’이라고 말했다.

빚이 속박과 억압의 의미를 가지고 있음에도 왜 사람들은 빚을 지는 것일까? 개인의 욕망과 행복을 위해서 빚을 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갑작스런 실직, 질병, 사업실패 등 빚을 질 수 밖에 없는 경제적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빚을 갚지 못하고 오랜 기간 동안 고통스럽게 살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을 사회가 방관해서는 안 된다. 이 사람들에게 채무를 조정하는 일은 삶의 생존의 문제이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 불가피한 일이다.

우리나라 채무조정제도는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과 프리워크아웃, 법원에 의해 운영되는 개인회생과 개인파산이 있다. 2017년 기준 신복위 채무조정 이용자는 10만명 정도이고, 법원의 개인회생, 파산 이용자 수는 12만5천명 수준이다.

개인회생의 경우 올 6월 13일부터 채무자회생법 개정으로 최장 변제 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됨에 따라 개인회생 대상자의 경제활동 복귀가 빨라진다고 한다.

이는 채무자는 갚아야 할 원금을 더 적게 갚아도 되는 상황이고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채권회수율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어 개인 신용대출 심사를 강화되면 저신용, 저소득자들은 자금을 융통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소득이 적은 사람들이 돈을 빌릴 때 더 나쁜 조건으로 돈을 빌리는 것은 ‘고위험-고수익’의 경제원리를 생각하면 당연하고 합리적인 현상일까?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는 합리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으나 지속가능한 사회, 다 같이 잘사는 사회를 위해서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방관하지 않고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채무조정제도는 빚을 질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갚지 못했을 때 다시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어느 사이 채권자, 채무자 모두 도덕적 해이라는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금융이 ‘약탈적’ 영역으로 불신받게 되는 시대에 채무자도 신뢰를 잘 지켰는지 살펴봐야 한다. 금융소비자도 살인적 소비를 위해, 투기를 위해 대출을 받고 채무조정제도를 이용하여 빌린 돈을 갚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논란은 이미 여러 번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거론되고 있지만 이제는 금융소비자의 윤리의식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의 금융윤리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정의된 바도 없고 구체적인 논의도 부족한 상태이다. 윤리란 어떤 행위를 할 때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이다. 금융윤리란  금융소비자가 금융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할 때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을 고려해 보는 것이다.

내가 돈을 빌릴 때 이에 대한  당사자의 권리는 무엇이고, 나의 이러한 행위가 사회전반 또는 일부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지 등에 관해 생각하고 판단을 내려 보는 것이다.

돈을 빌리려는 금융소비자는 나의 빚이 무슨 용도였는지 고려해보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여 부적합한 이유로 돈을 갚지 못하고 채무조정제도를 이용하여 감면을 받는 것이 나의 주변에 어떠한 영항을 주는 것인지 판단해 보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금융과 관련된 윤리 감수성도 낮고 다양한 금융의사결정에서 윤리적 기준을 고려하도록 훈련받지 못했다. 채무조정제도는 사회 전반의 도덕 수준이 높고 사회 구성원에게 확실한 공동체 의식이 있는 경우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채무조정을 통해 혜택을 받은 금융소비자들은 그러한 혜택이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제도를 통해 심정적, 경제적으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모두 다 잘사는  사회,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채무조정제도가 국민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상태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빚을 왜, 누가, 얼마나, 자주 지는지, 잘 못갚는 이유는 무엇인지, 채무조정 정책이 구제와 재기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그렇지 못했다면 무슨 이유인지 등에 대한 실태를 면밀히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로서는 이를 파악할 수 있는 정확한 빅데이터 구축이 미비하기에 실제 빚을 진 사람들 중에 빚을 전부 조정해야 하는지, 일부 조정해 주어야 하는 대상인지, 사전에 상담이 필요한 대상인지를 명확하게 판별할 수 없다. 현재 빚에 대한 국민의 고통수준과 원인을 아는 것이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현재 채무조정은 법과 제도로 시행되고 있고 기술적 방식에 의해 양적인 해소를 하기에 급급했지만 채무조정제도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문화, 심리, 윤리적 관점의 접근을 통해 채무자들의 특성에 따른 질적 해결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채권 자체의 문제 즉 상각채권, 미상각채권이냐에 따라서 원금감면의 대상이냐 아니냐 하는 것으로만 판단하기보다는 그 사람이 현재 어떤 상황이냐를 판단하는 안목과 기준을 가지는 ‘사람중심’의 조정방안이 필요한 때이다.

채무조정제도는 마음을 놓고 자신의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하면서 땅만 보고 걷던 사람들이 하늘을 보고 걸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긴 어두운 터널을 뚫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의 종으로 울려 퍼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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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영 금융과 행복 네트워크 의장  wyjung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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