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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 몫을 주주가 독식하는 배당구조 바꾸어야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 | 승인 2018.05.28 10:24

[여성소비자신문] 이종걸 의원과 박용진 의원이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이 법안의 발의만으로도 삼성이 발칵 뒤집혔다. 삼성은 창업주가 애지중지하던 삼성생명 본사건물과 그룹 본사까지 법이 통과 되기 전에 서둘러 팔아버렸다.

법안의 내용은 장기보유자산을 일반회계원칙과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보험업에서만 유일하게 적용하는 원가기준를 시가로 평가하자는 단순한 내용이었음에도 그렇다. 법안이 개정되게 되면, 취득 당시의 유무배당계약자 비율대로 몫이 정해지게 되고, 그러면 현재 기준대로 90%이상을 주주가 가져 갈 수 있는 몫이 10% 이내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삼성은 매각시기를 늦추면 늦출수록 주주몫은 더 커져 결국 90%를 다 차지하게 되지만, 법안이 개정된다면 이야기가 취득 시점 기준으로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주식도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면 팔지 말라고 해도 통과 전에 알아서 팔아 버릴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팔 것 권유했다. 최 위원장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에 너무 많은 자산이 편중되어 있다고 위험하다며 이를 문제 삼았다. 삼성전자 지분이 삼성생명의 자본 적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삼성생명의 전자주식 문제를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또 최 위원장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지금은 괜찮지만 언제 충격이 가해질지 모른다”며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 문제는 자산편중 리스크가 핵심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1분기 말 삼성생명의 운용자산 가운데 주식비중은 14.1%(32조469억원)에 이르고 있다. 한화생명(2.7%), 동양생명(2.2%), ING생명(3.4%) 등 여타 상장 생보사에 비해 상당히 높아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핵심을 비켜가는 지엽적인 문제일 뿐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나섰지만 내세운 이유는 약간 다르다. 삼성생명을 금융지주사로, 삼성전자를 일반지주사로 각각 전환하고 두 지주사를 하나로 연결하는 방안이다. 이 문제 역시 소비자들의 관심이 별로 없는 지배구조 개편 내용일 뿐이다.

두 수장 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문제의 포커스는 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이유와 처분해야 할 경우 지배구조 문제를 논의했지만, 이의 근본적인 문제는 그 주식의 구입 자금의 원천과 그 차익의 배분에 있다.

삼성생명의 자본금은 2000억원이다. 총자산은 282조원으로 주주몫은 거의 없고 대부분 계약자 자산이다. 삼성전자의 주식을 살 때도, 전국 요지에 부동산을 살 때도 모두 계약자 돈으로 매입한 것이다. 그것도 이익의 90%를 계약자에게 그대로 돌려줘야 하는 유배당 계약자 자산으로 구입한 것이다.

삼성생명이 계약자 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사 순환출자 방식으로 재벌의 지배력을 갖는 것은 사회정의 차원에서는 부당하다고 볼 수 있으나, 삼성생명이 수익성이 좋은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해서 갖고 있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계열사 자산을 3% 이내로 가져야 한다는 법을 지켜야 하지만, 보험사의 자산 평가를 취득원가로 계산하도록 한 보험업 감독규정이 잘못된 것(아니, 삼성 입장에서는 공무원들과 합작으로 기막히게 잘 만들어 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계약자 돈으로 사서 남은 이익을 계약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주주가 독식하는 것이다. 이것이 핵심문제다. 돈을 훔쳐간 행위는 문제 삼지 않고, 어떻게 처분할 것인가를 두고 ‘갑논을박’하는 모양새가 이상하다.

삼성생명 상장 시 유배당계약자들이 상장 전에 자산을 재평가해서 계약자 몫과 주주 몫을 나누어 놓자고 했다. 이 문제 때문에 18년간 고민을 했으나 문제를 풀지 못했다. 그러나 용감한 윤증현 위원장은 ‘생명보험사도 주식회사다’라는 논리를 들어 ‘계약자 배당 없는 생보사 상장’을 허용해 버렸다. 삼성은 계약자 주장을 들어 주지 않고, ‘팔면 주겠다’고 소송을 하면서까지 계약자 배당 없이 상장을 강행했다. 그 결과 이재용 대주주는 수십조원의 상장차익을 챙겼다. 상장차익은 계약자 돈으로 마련한 자산의 시가 평가액이 주식이 반영되어 결과적으로 주주가 다 가져가게 된 것이었으나, 이명박 청와대가 묵인하고 윤증현 금융위원장도 계약자들과 전혀 상관없는 ‘생명보험공익재단’에 출연하겠다는 명분 하나 만들어서 계약자 배당 없는 상장을 밀어 부쳤다.

결국 유배당 계약자들이 낸 보험료로 엄청난 자산 재평가 차익을 남겼으나 계약자에게는 한푼도 돌려 주지 않고 모두 재벌주주가 독식하여 재벌 지배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는 자금으로 쓰였다.

그러니 현재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삼성생명이 편중된 자산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전자주식을 팔아야 한다”느니,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서 전자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것은 재벌의 지배구조, 재벌 경영권 이야기 일 뿐, 서민·소비자들과는 상관없는 것이다.

서민·소비자들은 “내가 낸 돈으로 발생한 이익은 정당하게 돌려 달라는 것이다. 그러고서 재벌 경영권을 강화하던 지배구조를 개편하던지 상관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계약자 몫을 주주몫으로 돌려 놓고 그 돈으로 재벌경영권을 강화 운운 하는 것은. 마치 ”훔친 돈이든, 번 돈이든 자산의 형성과정은 따지지 않고,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만 관심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처분의 근본적인 문제는 계약자 배당이다. 계약자 몫을 주주가 가로채 독식하는 현재의 잘못된 배당구조는 ‘공급자와 정부가 짬짜미’해서 짜놓은 대표적 금융적폐 시스템이다. 이것을 우선적으로 청산해야 문재인 정부의 제대로 된 금융개혁의 시작이 될 것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  kicf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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