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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모두에게 이익 주는 농업의 공익적 기능 헌법에 반영해야도농협동칼럼➀
권갑하 도농협동연수원장 | 승인 2018.05.21 15:14

[여성소비자신문]알프스 3대 절경이라 불리는 융프라우 관광 길에 만난 스위스의 농촌 풍경은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병풍처럼 둘러친 해발 2000m이상 되는 산봉우리를 배경으로 경사진 언덕에 자리한 집들은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리는 디자인과 창문마다 내건 아름다운 꽃들로 나그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자연과 어우러진 농촌마을의 풍경만으로도 멋진 볼거리였고 사진 촬영의 배경이 되었다. 무계획적인 건축물들이 오히려 자연 경관을 훼손하는 우리나라 농촌 풍경이 떠올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농민들이 아니면 누가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산꼭대기까지 정원과도 같은 스위스 특유의 경관을 관리할 수 있겠는가?”

스위스 농촌이 관광객들에게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국민적 인식과 지지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여기에 국가의 정책적 지원과 농민들의 적극적인 동참도 뒷받침되었다. 무엇보다 1996년 연방헌법에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반영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1990년대 전 세계를 휩쓴 시장 개방의 회오리에 스위스도 자유롭지 못했다. 국토가 황폐화될 위기에 처하자 스위스 국민들은 농업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정부는 농업보호정책을 시행했다.

그 결과 지금은 식량의 60%를 책임지는 농업강국이 되었다. 국토의 31.3%가 산악지역이고 빙하가 25.3%를 차지하는 데다 농가 당 경지면적도 유럽에서 가장 낮았지만 헌법에 힘입어 농업예산의 80% 이상을 공익형 직불금에 사용할 수 있었고 농민들은 소득안전망을 확보할 수 있었다.

스위스의 농업보호정책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시장 개방에 대응한 우리나라의 농업대책은 그동안 갈팡질팡 해왔다. 농산물 수출국과 경쟁해야 한다며 도입한 규모화 정책은 농가부채만 증가시켰다. 식량의 안정적 공급, 천연자원 보존, 농촌경관 유지, 인구 분산을 헌법에 규정하고 이에 근거해 직불제로 농민에게 정당한 보상을 한 스위스의 농업정책은 우리에겐 더없이 좋은 사례다.

농협은 지난해 ‘농업 가치 헌법 반영 천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해 한 달 만에 천백만 여명이 동참하는 국민적 성원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 지난 3월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에 농업의 공익적 기능이 담겨졌고 각 정당들의 안에도 반영되었다.

정치권의 사정으로 6월 개헌은 불가능해졌지만 여야 모두 개헌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만큼 농업계의 염원인 ‘농업 가치 헌법 반영’은 조만간 이뤄지리라 믿는다.

플라톤은 식량 생산문제는 다른 나라에 맡길 수 없다고 했고,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자연자원이 파괴되면 국가가 성립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농업은 생명산업이고 농촌은 건강한 삶의 터전이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헌법에 반영해 우리나라도 안정적인 식량 공급과 함께 농촌을 경관이 아름다운 세계적인 명소로 가꿔가야 할 것이다.
 

권갑하 도농협동연수원장  sitop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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