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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숙의 행복한 시읽기]불가마 세상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18.05.21 13:32

[여성소비자신문]구명숙의 행복한 시읽기

불가마 세상

            구이람

불가마 숨통을 꼭꼭 발라 막고
눈, 귀, 입 다 틀어막아
흙, 바람, 불로 구워낸 옹기 세상

이 세상도 해마다 불가마 속에 집어넣어
한 달 서른 날을 굽고 구워내면  
속살 내장까지 새로 태어나는
새 질그릇세상이 되려나
오래오래 제 맛을 잃지 않는 물두멍이 되려나

옹기 속 요지경이 곰삭은 맛
술독 속에 사람도 어우렁더우렁 발효시켜내면
장독대 봉선화 새 세상이 되려나

-시평-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삭막하고 몰인정하게 변해버렸나?” 웬만큼 친한 사람들과의 모임에서 꼭 삐져나오는 한 꼭지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저런 주변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한탄조의 공통 주제인 것이지요.

가난했어도 정을 주고받으며 인간답게 살아왔던 옛날이 그립다는 말들도 덧붙입니다. 세상을 바꿔보고 싶고 새롭게 살아보려는 도전이야 어느 시대든 존재했겠지만, 변화로 요동치는 요즘 우리 사회의 면모는 마치 인간 희로애락의 소용돌이 속을 방불케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 중 부패 문제 척결에 대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다른 나라가 알까 부끄럽지만,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다고 여겨집니다.

사회 부조리 문제, 양극화 문제, 불평등, 저출산, 고령화 사회, 미투운동, 갑질문화 등등 날마다 터져 나오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극단적 이기주의와 세대 갈등문제가 가장 답답하고 막막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는 상호 소통이 막혀버리는 지경에 이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위의 시 ‘불가마 세상’은 사회 문제들을 낳는 것도 사람들이며 그것을 해결하는 일도 사람들의 몫이라 보고 있는 것이지요.

2연을 보면 “이 세상도 해마다 불가마 속에 집어넣어/한 달 서른 날을 굽고 구워내면/속살 내장까지 새로 태어나는/새 질그릇세상이 되려나/오래오래 제 맛을 잃지 않는 물두멍이 되려나”라고 노래합니다.

사람들도 순박한 본성이 변치 않는 질그릇처럼 스스로를 구워낼 수 있다면, 그렇게 자신을 연마하며 남을 보듬는다면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돈과 권력지향의 욕망을 줄이고, 서로 곱고 따듯하게 대하며 이타적 삶을 살아가는 사회 문화 형성을 상징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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