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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위해 대물림되는 부정정서를 청산하자
김진미 빅픽처가족연구소 대표 | 승인 2018.05.21 12:59

[여성소비자신문]주연씨는 위로 언니가 세 명 있다. 학창 시절 다들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뻐서 동네에서 딸 부잣집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언니들은 모두 가난한 결손 가정에서 자란 남자들과 결혼을 했다.

좋은 조건의 남자들과 결혼할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연애할 때는 능력있고, 가정환경도 좋은 남자들과 연애를 했는데 정작 배우자를 선택할 때는 뭔가 결함이 있는 남자를 선택했다.

주연씨도 그랬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남자를 만났었다. 집안 환경도 좋고, 외모도 준수했다. 그런데 만나면 뭔가 불편했다. 집안 이야기를 꺼내면 마음이 위축되었다. 상대방 가정과 비교되는 가난한 환경, 배우지 못한 부모님이 마음에 걸렸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 남자와 헤어지고 다른 남자를 만났다. 외모, 능력, 가정환경이 모두 함량 미달이었다. 그러나 낯설지 않고 익숙했다. 위축되지도 않았고 편안했다.

주연씨는 그와 결혼했다. 익숙함과 편안함에 이끌려 호감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주연씨는 결혼 후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가난과 무기력감에 시달려야 했다. 어린 시절부터 느껴왔던 답답했던 감정과 상황의 반복 속에서 지쳐가고 있었다.

주연씨의 네 자매가 똑같은 패턴으로 배우자를 선택한 데는 심리적인 원인이 있다. 우리는 배우자를 선택할 때 어린 시절 경험한 가정의 모습을 재현해 줄 사람을 찾는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상관없다. 비록 폭력, 무관심, 갈등, 상처가 존재했더라도 말이다.

고향에 돌아갔을 때 안정감을 느끼듯이 익숙한 것은 편안함을 준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귀향증후군(The going home syndrome)이라고 부른다.

자랄 때 부모로부터 비난받고 무시당한 사람은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가정폭력에 시달린 사람은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을 배우자로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왜 그럴까? 그렇게 벗어나고 싶었던 환경으로 왜 돌아가게 되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최선의 선택을 했는데 왜 결국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어린 시절의 익숙한 환경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무의식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주연씨의 네 자매도 자신들의 결함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기에 비슷한 결함을 가진 배우자를 만나게 된 것이다.

결혼 생활이 불행한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는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을 보았는지, 무엇을 들었는지가 중요하다. 어린 시절 성장하면서 본 이미지들과 들은 메시지들은 무의식이라는 방에 차곡차곡 쌓인다. 의지로는 자신이 보고 들은 것들이 고통스러워 벗어나려고 애쓰지만 정작 무의식에서는 그 익숙함을 재현하려고 한다.

우리 가족이 재현하고 있는 건강하지 못한 귀향증후군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지금 그것을 발견하고 끊어내지 못한다면 우리의 자녀에게로 대물림될 것은 당연하다. 부부가 보여준 이미지와 들려준 메시지들은 고스란히 자녀의 무의식 속에 쌓여 있다가 배우자를 선택할 때 사용될 것이다.

배우자 뿐 아니다. 친구를 선택할 때도 작동한다. 비난과 갈등, 무관심과 폭력을 보고 들었다면 아이는 비슷한 정서를 가진 친구를 만났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 고상한 말을 쓰는 친구, 예의가 바른 친구, 모범적이고 규칙을 잘 지키는 친구는 불편하다. 자신과 비슷한 언어와 행동을 하는 아이를 만나면 끌리게 되고 쉽게 친구가 된다. 익숙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건강한 정서를 가진 친구를 만나기 원한다면 먼저 우리 가족의 정서가 건강해야 한다. 객관적으로 자신과 가족을 바라보는 것이 첫걸음이다. 가족 안에서 대물림으로 재현되고 있는 익숙한 정서는 무엇인지 발견하고, 그 속에서 힘들었던 자신의 감정을 헤아려야 한다. 감정은 인정하고 행동은 결단을 통해 바꾸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자신의 가족 역사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우리는 과거의 패턴을 더 쉽게 반복하거나 아무런 생각 없이 그것에 반항하기만 할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다른 가족 구성원과 어떻게 비슷하며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해야 자신의 삶을 가장 잘 걸어 나갈 수 있는지 분명히 알지 못하면서 말이다.” 미국 심리학자 해리엇 러너의 말이다.

가족의 역사를 통해 자신을 알고, 대물림되는 부정정서의 고리를 끊는 것은 자녀를 위한 어떤 교육보다 우선되어야 할 과제이다. 밝고 건강한 가족의 정서를 물려주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김진미 빅픽처가족연구소 대표  bigpicturefami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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