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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소비자신문 김성민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 1주년을 맞았다. 문 정부는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비전 아래 ‘국민이 주인인 정부, 더불어 잘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5대 국정목표로 삼았다. 특히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국정 전략으로 ‘포용적 복지’를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아픈데도 돈이 없어서 치료를 제대로 못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특히 환자의 부담이 큰 3대 비급여(선택진료제, 상급병실, 간병비를 단계적으로 해결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내놨다.

현재 국민 의료비 부담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비로 연간 500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국민이 46만명에 달하고 있지만, 의료비 중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보장률은 최근 10년간 60%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0%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의료비 본인 부담률 역시 OECD 평균 2배 수준이다. 건강보험 보장률이 낮다 보니, 가구당 월평균 건강보험료가 9만원인데 비해 민간 의료보험료 지출이 28만원에 달한다.

이에 문 대통령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이다”면서 오는 2022년까지 국민 모두가 의료비 걱정에서 자유로운 나라, 어떤 질병도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우선, 치료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용과 성형같이 명백하게 보험대상에서 제외할 것 이외에는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꼭 필요한 치료나 검사인데도 보험 적용이 안 돼서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3대 비급여를 단계적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대학병원 특진 폐지, 상급 병실료 보험 2인실까지 적용, 간병의 건강보험 적용 등이다.

문 대통령은 “고액 의료비 때문에 가계가 파탄 나는 일이 없도록 만들겠다. 하위 30% 저소득층의 연간 본인부담 상한액을 100만원 이하로 낮추고 비급여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서 실질적인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를 실현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15세 이하 어린이 입원진료비의 본인부담률을 현행 20%에서 5%로 완화, 중증치매환자의 본인부담률을 10%로 완화, 어르신들 틀니 부담 완화 등을 추진한다.

마지막으로 촘촘한 의료안전망 구축이다.

4대 중증질환에 한정되었던 의료비 지원제도를 모든 중증질환으로 확대하고 소득하위 50% 환자는 최대 2000만원까지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2022년까지 이런 계획이 차질없이 시행되면, 160일을 입원 치료를 받았을 때 1600만원을 내야 했던 중증치매환자는 앞으로는 같은 기간, 150만원만 내면 충분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를 통해 전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평균 18% 감소(저소득층 46%)하고, 민간 의료보험료의 지출 경감으로 가계 가처분소득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국민 부담 의료비가 기존대비 18% 줄어들며 비급여 의료비 부담이 64% 감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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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자 설득·사회적 합의 도출이 쟁점

문재인 케어의 핵심은 그동안 환자가 100% 부담했던 비급여 항목 가운데 미용과 성형 등을 제외한 3800여개 항목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건강보험 ‘급여’로 전환하는 데 있다.

이에 지난 1월 환자가 담당 의사를 찾을 때 추가로 부담하던 선택진료비가 폐지된 데 이어 최근 간, 담도, 담낭, 비장, 췌장 등의 이상을 확인하기 위한 상복부 초음파 검사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오는 7월부터는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 2·3인 병실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될 예정이다.

문재인 케어가 발표되자마자 의료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는 총궐기대회를 진행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신임 회장은 “초저수가 상황에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급진적으로 진행하면 200병상 미만 의료기관들은 2~3년 안에 50%가 도산할 것”이라며 “93%가 민영의료기관인 상황에서 이들 의료기관이 도산하면 의료공급 인프라가 붕괴되고 환자들은 치료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의료계의 걱정에 대해 문 대통령은 “비보험 진료에 의존하지 않아도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적정한 보험수가를 보장하겠다”면서 “의료계와 환자가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좋은 의료제도를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재원 마련방안에도 이목이 쏠린다.

정부는 5년간 총 30조6000억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건강보험 재정이 소요되는 만큼 건강보험료 부담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일단 건강보험 공단의 누적 적립금 20조원의 절반가량을 활용하고, 이외에도 과거 10년간 인상되었던 보험료 수준만큼 보험료 인상을 단행할 예정이다.

건강보험료는 지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평균 3.2%의 인상률을 보였는데, 향후 보험료 인상률 역시 3.0% 내외의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 교수 <사진=여성소비자신문>

보장률 뒷걸음질은 비급여 풍선효과 탓

문재인 케어가 등장하게 된 배경에 대해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 교수는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과 함께 의료비로 인한 빈곤화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성이 낮아 지난 2015년 진료비 본인부담률은 36.6%로 OECD 평균 19.6%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면서 “본인부담률이 높다는 것은 결국 의료비 때문에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국민이 많다는 것이다. 2015년 기준 대략 44만 가구가 의료비 때문에 중산층 이상에서 상대적 빈곤층인 중산층 이하로 전락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 누적 금액으로 약 36조원을 건강보험에 투입해왔다. 매년 적게는 수천억에서 많게는 조 단위의 재정이 투입된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 전체 병원비에서 건강보험이 몇 퍼센트를 부담하는가를 말하는 건강보험 보장률은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2004년 61.3%였던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2005년 61.8%, 2006년 64.3%, 2007년 64.6%, 2015년 63.4%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오히려 보장성 강화가 추진되는 기간 동안 중병으로 인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국민이 더 늘어났다.

재난적 의료비 경험률은 한 가구의 가처분 소득 중 병원비로 40% 이상을 지출하는 경우를 의미하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병원비로 인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하는가를 알려주는 지표로 널리 사용된다고 한다.

2000년 1.6%에 불과했던 재난적 의료비 경험률은 2015년 4.5%로 증가했다. 2015년의 경우 전체 가구의 2.5%에 해당하는 44만 가구가 병원비 때문에 상대적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우리나라에서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 역시 병원비 부담이다.

김 교수는 이처럼 보장률이 개선되지 못한 이유로 ‘비급여 풍선효과’를 꼽았다.

비급여 풍선효과는 정부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항목을 늘리면 병의원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새로운 진료항목이나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를 늘려나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는 “건강보험에서 보장률을 늘리는 만큼 비급여 진료 부담이 늘어나는 일명 비급여 풍선효과로 당초의 기대만큼 보장성이 강화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비급여 풍선효과는 건강보험의 수가가 낮아서 생기는 구조적인 현상이라고 봤다.

김 교수는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서비스의 원가 대비 수가가 87% 수준에 불과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를 하면 의료기관이 적자를 보게 된다. 이에 그 적자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에서 생기는 초과 이익으로 메꾸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비급여 풍선효과를 없애지 않으면, 보장성을 올릴 수 없으므로 의학적으로 필수적인 모든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하는 동시에 건강보험의 수가를 적정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성민 기자  smk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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