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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반에 퍼진 갑질, 잡을 수 있을까
이호 기자 | 승인 2018.05.02 16:45

[여성소비자신문 이호 기자]‘봉건 영주처럼 행동하는 기업 임원이 부하나 하청업자를 학대하는 행위’ 외신들이 지적하는 우리나라의 갑질 표현이다. 대부분 소위 재벌로 불리는 대기업 오너 일가에 의해 나타난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에 갑질이라 불리는 일들은 너무도 많다. 물리적, 신체적 갑질 이외에 관행적으로 이뤄지거나 정신적 피해를 주는 행위다. 가진 자이자 기득권층이 그렇지 못한 이들에 대한 우월감을 표현하는 정신적 갑질,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사회다.

오너의 갑질, 2~3년 지나면 흐려져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의 물 분노 갑질에 이어 CJ 파워캐스트 이재환 대표가 수행비서들에게 갑질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재벌 오너 일가의 갑질에 대한 사회 공분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대한항공의 사명에서 ‘대한’을 제외하고 태극문양을 쓰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청원도 올라온 상태다. 경찰의 수사도 발빠르다. 관련자들의 진술을 확보한데다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혐의 입증은 무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CJ 파워캐스트 이재환 대표도 도마에 올랐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수행비서에게 개인의 일을 수행토록 하고 운전 중 불법유턴을 지시하는가 하면 욕설을 하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이재환 대표는 “부적절한 처신으로 고통을 느낀 분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이같은 재벌 오너의 갑질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씨는 지난해 9월 대형 로펌 신입 변호사들과 만난 술자리에서 만취 상태로 변호사들에게 욕설을 하고 폭행을 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씨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하면서 가까스로 실형을 면한 바 있다.

또 2015년 말에는 간장을 만드는 몽고식품의 김만식 명예회장이 운전기사를 폭행한 사건 불거졌다. 당시 불매운동까지 일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2014년에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땅콩회항’으로 물의를 빚었고,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은 2016년 운전기사를 상대로 갑질한 것이 알려져 망신을 사기도 했다.

문제는 재벌 오너의 갑질에 대한 사회적 처벌과 관심이 오래 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갑질 사건 초반에 들끓던 여론은 2~3년이 지나면 희미해진다. 법적 처벌도 약하다. 운전기사 폭행으로 논란이 됐던 몽고식품 김만식 전 회장에게 700만원의 벌금이 내려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3남인 김동선씨는 실형을 면했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도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돈이면 법 위에도 설 수 있다는 씁쓸한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윤리의식이 약해지면서 갑질은 사회 전반에 퍼져나갔다.

나만 아니면...갑질의 시작

서울 영등포구 청년임대주택 예정 부지 인근 아파트에 붙은 현수막 내용이다. “우리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초소형 임대아파트 추진을 저지하려면 우리 입주민 모두가 일치단결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논란이 됐던 빈민아파트라는 표현은 뺐지만, 임대주택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비대위가 주장한 주민 피해 사항을 보면, 지역 슬럼화와 우범지역, 재산권 침해, 교통체증 유발, 조망권 침해 등이다. 청년들의 주거 향상을 위한 청년임대주택을 ‘5평형 빈민아파트’라고 불러 논란이 됐다. 가진 자, 기득권의 갑질이다.

관행적인 갑질도 있다. 대표적인 게 법원의 판결문이다. 논술은 대학 진학의 중요한 부분이다. 대학별 출제 문제를 논리적으로 분석해 나가면서 풍부한 어휘력으로 표현해야 한다.

어휘력 향상을 위해 독서와 신문 등의 독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선생님들의 말이다. 그런데 법원의 판결문을 한번이라도 받아본 이들은 의아함을 느낀다. 이해하기 쉽도록 문장이 짧아야 함에도 한 문장이 2~3장을 넘어가는 게 다반사다.

모 변호사는 “한 문장을 어떻게든 길게 쓰는 게 판사의 역량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며 “변론을 작성할 때도 문장을 길게 쓰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법을 잘 알고 있고 죄의 형량을 판단하는 판사로서의 권위다. 문제는 법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을 배려하지 못하는 관행적인 갑질 형태의 하나라는 점이다.

고려조 내내 이어져 온 족벌정치의 부패에 개혁의 필요성은 느낀 이들은 신흥사대부다. 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항상 반성적으로 살피고(存心), 본성을 기르며(養性),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스스로를 신중히 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자신을 수양하고 백성을 편안히 하는 수기치인의 이상이다. 을이자 갑인 사회에서 되돌아봐야 될 단어다.

 

 

 

 

이호 기자  rombo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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