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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권리는 분명 헌법적 기본적 인권이다
연기영 동국대 법대 명예교수 | 승인 2018.04.25 15:20

[여성소비자신문]지난 호에는 대통령의 헌법개정안 발의와 관련해서 소비자기본권이 보다 확실하게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밝혔다. 이번에는 소비자의 권리가 모든 국민의 기본적 인권으로서 헌법상 기본권 편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와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밝혀보고자 한다.

현행헌법 제124조의 문제점은?

소비자관련 법제도는 지금까지는 소비자의 권리가 사업자(기업)과 소비자의 불공정한 거래관계에서 생겨나는 피해구제의 수단을 강구하는 계약법적 관점에서 주로 법률을 정비해 온 것이 사실이다.

‘소비자보호’에 중점을 두어 법을 제정하고 소비자정책을 펼쳐 온 역사를 되돌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2006년 ‘소비자보호법’을 ‘소비자기본법’으로 전면 개정하여 소비자주권시대에 부합하는 입법정책을 펼쳐왔으나, ‘소비자운동’만을 명문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행헌법 제124조의 해석을 놓고 다양한 의견만 무성하게 쌓여 온 것이 사실이다.

헌법 제124조는 “국가는 건전한 소비행위를 계도하고 생산품의 품질향상을 촉구하기 위한 소비자보호운동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한다”고 규정해 소비자보호운동은 소비자기본권을 전제로 한다고 해석하거나 다른 헌법상의 규정들로부터 소비자의 권리가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지만, 이 헌법 제124조 규정이 소비자기본권을 포괄적으로 보장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물론 이 규정이 소비자보호를 헌법적인 차원으로 끌어 올린 점은 인정이 되지만 소비자기본권을 확실히 보장하는 조항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며, 다양한 해석만 양산한다. 즉, 소비자보호운동을 규정한 것은 소비자의 권익을 경제생활의 거래관계에서 불평등과 불공정성을 해소하여 약자보호라는 관점에서 경제적 불이익을 방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모든 국민이 주체적으로 향유하는 기본적 인권이 아니라, 국가가 기업의 횡포와 계약상의 불이익을 막아주는 은혜적 국가정책의 일환으로 소비자운동을 합법화 시켜준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소비자의 거래행위를 국가가 계도하고 후견적인 지위에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설사 이 조항을 소비자기본권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하더라도 헌법상 장식적이고 상징적인 프로그램규정으로 보는 학설이 설득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왜 헌법개정안에 소비자의 권리를 개별 기본권으로 명문화해야 하나?

지난 3월 22일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가 국민투표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청와대의 6・13 지방선거 동시 개헌 카드도 사실상 소멸했다.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2014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국민투표법을 개정해야 한다. 따라서 향후 헌법개정안을 여야가 합의해서 새로 만들 경우 소비자기본권을 어디에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소비자기본권은 단순히 소비자피해를 구제하는 각종 법률에 의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프로그램적 규정을 넘어서 소비자가 국가에 대해기본권 침해로 인한 헌법소원을 적극적으로 청구할 수 있는 실질적 헌법보장의 권리로 규정해야 한다.

지난날의 소비자피해가 구조적이고 복잡하며, 원인규명이 대단히 어렵다. 예를 들면, 이른바 안방의 세월호 사건이라고 불리우는 옥시 가습기 사건, 폭스바겐 디젤차 연비조작사건, 가짜 백수오 사건, 자동차 급발진 사건, 각종 휴대폰 피해 사건, 생명보험회사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건, 흡연피해 사건 등에서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위협하고 엄청난 손해를 발생시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물론 손해의 3배까지 과징할 수 있는 징벌적손해배상제도와 입증책임완화를 도입한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이 작년에 국회를 통과하여 공포되어서 금년 4월19일부터 시행하고 있어 다행이다.
이러한 사후구제수단도 중요하지만 소비자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기업의 의무와 강력한 국가의 통제정책이 필요하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를 되돌아보면 소비자의 권리를 헌법상 확실히 명문화하여 보장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현행헌법 제124조에 규정된 소비자보호운동권은 소비자의 권리로서 보장하고 있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이 조항을 소비자기본권으로 인정한 것으로 주목할 만하다. 즉,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수입 확대 조치에 대해 특정신문사가 정부의 입장만을 옹호하는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는 판단을 한 인터넷카페 운영진들이 소비자불매운동을 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인 소비자보호운동권으로 인정하였다(헌재 2010헌바 54,407 병합). 그러나 이 규정이 소비자기본권을 포괄적으로 명시한 것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또한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보장하면 하위 법률에 의해 그 내용을 함부로 변경시키거나 폐지할 수 없을 뿐만이 아니라, 국가의 최고규범인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입법‧사법‧행정의 모든 권력분야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게 되어 국민의 인권보장적 측면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국가정책의 수립과 집행의 기준이 될 뿐만이 아니라, 지방분권시대를 맞이하여 소비자권익과 관련된 지방행정조직의 설치와 시책의 수립이 의무화 될 것이다.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례 등 지방자치 법제를 정비하여 주민복지행정 차원의 대책이 좀 더 구체적으로 강구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소비자의 권리를 헌법적 차원에서 보장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유럽연합 기본권 헌장을 비롯하여 스위스, 스페인, 포르투갈, 터키, 멕시코 등 많은 나라에서 헌법상 소비자기본권을 명문으로 보장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은 2004년 6월 브뤼셀에서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통일된 헌법을 제정하기 위한 조약을 체결하면서 소비자주권을 다양하게 규정하였다. 예를 들면 기본권헌장 3장 제 235조에 “유럽연합은 소비자의 이익을 증진시키고 높은 수준의 소비자보호를 위해 소비자의 정보권, 교육권, 단결권을 강화하며, 소비자의 안전, 건강 및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는데 이바지해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물론 이 유럽헌법조약은 일부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비준을 받지 못하여 효력을 갖지 못하였지만, 2007년 리스본 조약 제169조에 기본권헌장 3장 제 235조와 동일한 내용을 두어 회원국 간의 공유적 효력을 인정하였다.

헌법개정안에 들어갈 소비자기본권의 내용은?

앞에서 여러 차례 지적한 바와 같이 향후 헌법개정안에는 반드시 경제체제 편 규정이 아닌 기본권 편 속에 개별적인 기본권 목록으로 소비자권이 들어가야 마땅하다. 그 내용은 모든 국민이 소비자로서 안전할 권리, 알 권리, 선택할 권리, 의견을 반영할 권리 등 고전적인 소비자 4대 권리를 비롯하여, 보상을 받을 권리, 교육을 받을 권리, 소비자 단체를 조직하고 활동할 권리 등을 국가가 보장하도록 규정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소비자기본권은 이미 현행 소비자기본법에 건강한 환경에서 소비할 권리를 포함하여 8대 권리가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다(이 법 제4조). 이러한 소비자의 권리들은 1960년대부터 역사적‧국제적으로 널리 인정되어 통용되는 기본적 인권 목록이다.

또한, 지방분권화 개헌안과 관련하여 지방정부의 소비자행정조직과 활동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한 소비자지방자치법제의 확립을 위한 지방정부의 책무도 헌법에 명시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개헌논의가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헌법에 소비자권리를 명문화 하는 헌법개정운동이 소비자운동으로 널리 펼쳐지길 기대한다.

연기영 동국대 법대 명예교수  yeunky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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