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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비리 단죄와 초가삼간 태우기
이지은 기자 | 승인 2018.04.25 09:00

[여성소비자신문 이지은 기자]바야흐로 우리 기업들의 수난 시대다.

언론과 국민여론의 뭇매를 맞고, 검찰과 경찰은 툭하면 압수수색과 구속 기소로 기업들을 압박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의 칼을 휘두른다. 부정부패척결과 공정경제 확립을 내세운 드라이브 앞에 기업들은 불멘소리나 하소연도 하기 힘들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러한 흐름이 계속되고 분위기 자체가 워낙 서슬이 시퍼렇다보니, 재계는 납작 엎드린 채 긴장모드가 역력하다.

그나마 과거 정권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특정기업에 대한 표적 사정이나 국세청을 동원한 세무조사 압박 등이 많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반응들이다.

  기업인과 기업들도 법을 어기고, 죄가 있으면 처벌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면 겁먹을 일도, 긴장할 일도 없을 터이나, 현실이 어디 그렇겠는가?

기업활동 하면서 세무-회계-사업운영과 관리 및 사회적 소통까지 완벽하게 잘 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속된 말로 ‘털어서 먼지 안나는’기업은 없을 터이다.

더구나, 우리 대기업들은 그동안 고도성장 시기를 지나오면서 정경유착과 특혜의 원죄와 함께, 기업은 규모가 커지고 글로벌화 되었는데도 여전한 전근대적인 지배구조와 기업경영, 문어발식 확장과 변칙적인 부의 세습, 갑질과 모럴해저드 같은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재벌 2, 3세들의 안하무인과 몰상식한 군림이 사회적인 물의를 빚고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국민들 눈에 곱게 보일 리 만무하다.

우리 사회의 반기업정서는 워낙 뿌리가 깊고, 경제사회적 양극화 속에 재벌에 대한 반감 역시 만만치 않은 현실에서 지금의 대기업들의 수난시대는 어쩌면 불가피한 사회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계속 반기업 정서에 기반한 기업인들에 대한 단죄와 비난에만 열을 올려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과거 정부에서도 대기업에 대한 단죄와 처벌은 있어 왔지만, 우리가 알고 있고 늘상 봐온 문제들은 쉽사리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것은 기업인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나 봐주기식 사법처리 때문이 아니다. 이는 기업인들의 각오와 의지의 차원을 넘어서 법, 제도적인 보완과 개선대책에 더 역점을 둬야 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시사해 주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관행이든, 법의 미비와 사각지대로 인한 실정법 위반이든 간에 기업과 기업인의 사법처리가 특정기업 몇 군데에 집중되고, 나머지는 법망을 빠져 나가게 되니 크게 개선되는 것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한강에 수많은 물고기 중에 낚시와 그물에 걸리는 물고기는 얼마 되지 않고, 안 걸리면 그만이라는 식이 만연하는 것이다. 경찰, 검찰, 법원이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수사를 하고 사법처리를 하기는 현실적으로 역부족인 만큼, 대표적인 기업 몇 군데 골라서 손보는 식은 탈피하자는 것이다.

걸린 기업은 표적이 되고, 기업 총수가 구속되고 사법처리되면 한동안 그 기업은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 우리나라 대기업 특유의 오너 경영체제로 인해, 사실상 새로운 투자와 신규사업 등은 추진하기 어렵다.

구치소에 앉아서 결제를 한다고 해도 회사경영 전반에 대한 타격은 불가피하다. 기업들의 위기탈출 면피용 죽는 소리라고 할 수도 있으나, 대기업 오너 총수들의 장기 구속사태는 해당기업에는 사활적인 문제다.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돼 있는 상태에서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다는 반론도 제기될 수 있으나, 그것은 삼성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오너에 의사결정권이 지배적인 기업들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이러한 기업들은 사실상 경영공백 상태에 따른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현실이 이러한데, 대기업에 대한 단죄를‘빈대 몇 마리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식’으로 해야 할 것인가? 과거 일들에 대한 단죄와 처벌은 그것대로 하면서 기업활동 자체는 정상적으로 할 수 있게 해주는 방안도 가능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미 검찰에서 증거를 모두 확보했고,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면 기업인에 대한 불구속 재판을 얼마든지 할 수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이러한 논리를 공정경제 확립을 위해 기업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완화해주고, 면죄부를 주자는 말로 오해하지 않기 바란다. 과거에 대기업 사법처리와 관련해 솜방망이 처벌과 사면을 해주면서 국가경제에 이바지한 공로 운운하면서 슬쩍 풀어주던 논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우리 대기업에 대한 단죄도 좀 구분했으면 한다. 창업자와 오너 총수들의 경우 개인적인 비리와 횡령이 아닌, 회사 운영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기업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사법처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사회적 물의를 빚고 지탄의 대상이 되는 재벌 2, 3세들의 경우에는 그들이 없어도 기업이 굴러가는데 사실상 아무 문제가 없다.

전적으로 검찰과 법원의 판단이겠지만, 처벌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더 나은 공정경제를 위한 차원이라면‘합리적 사법처리’의 원칙을 좀 세워서 적용하는 방안이 어떨까 싶어 하는 말이다.

만약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기업인이 무죄로 풀려났는데, 그 과정에서 기업주의 장기공백으로 인해 해당기업이 막대한 손실을 입고 위기에 직면했다면 그 피해는 어디에 하소연 하겠는가?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 없이, 고스란히 해당기업이 감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현재와 같은 반기업 정서가 지배하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이나, 이제 우리 국민들도 대기업 수사와 사법처리에 대해 좀 더 합리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기업주의 일탈 혹은 기업의 잘못과 실정법 위반으로 인해 기업 자체가 망하는 것은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더 좋은 기업, 더 나은 선진 기업으로 성장하고, 국민들의 일자리와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바랄 것이다.

그렇다면, 대기업에 대한 사법처리 과정과 방식 자체도 달라지게 해야 하고, 우리 국민들 역시‘악덕기업’으로 낙인 찍고, 망하라는 저주를 퍼붓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기업이 망하면 우리 국민들이 손해이고, 국가경제에 타격이 오기 때문이다.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이 달라질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가, 우리 기업들이 점점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으로 좀 더 차분하고, 유연하고, 합리적으로 바라볼 일이다.

 

 

이지은 기자  jien970524@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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