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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대입제도인가
배준영 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인하대학교 겸임교수 | 승인 2018.04.23 16:04

[여성소비자신문]지난 달 5km 마라톤 대회를 나갔다. 한참 뛰고 있는데 한 교육감 후보가 자기 이름이 크게 쓴 옷을 있고 코스를 거꾸로 뛰고 있었다. 자신을 알리고자 그런 것 같다.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금 정부의 대입정책도 거꾸로 달리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 왜 그런지 물어볼 수도 없다. 결승점이 어딘지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교육부에서 국가교육회의에서 대입개편 특위로, 공청회로 자꾸 새 입시제도 결정의 책임이 전가되는 것 같다. 원래 위원회란 협의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결론을 만들기 위한 모임이지만 한편으로 책임을 나누어 누가 결정한지 알 수 없게 장막을 치는 제도다.

우리 아이는 중3이다. 정부에서 입시제도의 시기도 주체도 못 정하고 표류하는 2022년 입시의 당사자다. 뭐 4년이나 남았는데 무슨 걱정이냐 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지금 대입은 고입과 맞물려 있다. 그래서 대입제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어떤 고등학교를 가야 할지 정해야 한다.

고입은 중학교 성적과도 맞물려 있다. 그래서 중학교 시험 한 번 크게 잘못 보는 경우에 대입준비의 틀이, 나아가 지망 대학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욕심 많은’ 학생이나 학부모는 중학교 입학 때부터 살얼음 위일 것이다.

아이가 시험을 곧잘 봐서 큰 걱정을 안 했다. 그런데 신도시의 한 교감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원도심은 학구열이 높지 않기 때문에 시험문제도 아이들 사기를 생각해 쉽게 낸다고 한다. 아들 이야기를 듣고 보니 딱히 학원을 다니는 아이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신도시 중학교 아이들은 매일 학원에 독서실에 대입을 앞둔 고3처럼 공부에 매인다고 한다. 문득 불안감이 엄습해서  대학입시설명회에 가 보았다.

학생부종합전형, 내신, 수능을 뿌리로 한 정말 수학공식 같은 말들이 오간다. 지금 교육부에서 검토하는 것을 바탕으로 한 입시방안의 경우의 수가 1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거기다 대학교마다 모두 입시요강이 다르다. 내가 내린 결론은 부모가 챙겨주지 않는 아이가 원하는 학교와 학과를 착실히 준비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80년대에 옴니버스식의 환상특급이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었다. 미래의 다른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한 편은, 어떤 아이가 하교를 한다. 아이가 시험을 보고 온 날인가 보다. 부모가 식사를 하면서 아이가 시험을 잘 봤는지 묻는다. 어떤 점수를 넘었냐고 묻는다. 아이가 넘었다고 하자 부모는 슬피 운다.

이어지는 나래이션을 보니, 현대사회가 지나치게 똑똑한 사람들의 폐해로 망가지는 것을 경험한 사람들이, 머리가 지나치게 좋은 사람들을 가려내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하는 것이다. 자기 아들이 그런 현실에 처해지니 부모가 통곡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가 더할 나위 없이 진보했을 때라면 경쟁이 필요치 않고 평등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영재도 원치 않는 사회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환상이다. 이 사회는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무한경쟁, 무한도전의 사회다.

아이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몰지 말고 공교육을 정상화 하자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지금이 그런 균질한 사회라면 맞는 말이다. 그런데, 무한경쟁 사회에 살면서 아이들을 줄세우는 것을 피하자고 하는 것은 위선일 수 있다.

얼마 전 종영된 MBC의 간판프로그램이 ‘무한도전’이다. 대한민국의 평균 이하의 사람들을 모아 말도 되지 않는 무한도전을 펼치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다. 왜 우리는 이 들의 무한도전에 열광하게 되었는가? 우리가 무한도전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하는 것처럼 전철과 달리기 시합을 한다거나, 황소와 줄다리기를 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그렇다. 세상의 자원과 자리는 한정되어 있다. 대부분의 무한도전은 실패하고 일부만 성공한다. 사회가 움직이는 메커니즘이다. 우리는 우리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적어도 그렇게 코스프레한 출연자들의 왁자지껄한 도전과 그 결과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얻어왔던 것이다. 우리는 우월한 경쟁자와의 경쟁에 지쳐가면서 TV속의 소소한 경쟁을 허리띠를 풀고 지켜보아온 것이다.

지금 대학입학제도는 1948년 이후 벌써 크게 16차례 작게는 40여 차례 바뀌어 왔다. 내신절대평가제 같은 제도는 1년만 시행하기조차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시제도를 손봐서 누더기가 되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철마다 예산 소진을 위해 바꾸는 보도블록보다 못하다. 그것은 해 놓으면 깔끔하기라도 하다. 결국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은 간단하고 투명한 룰이다. 여론조사결과도 그렇다.

현재 가장 불신이 많은 학생부종합전형은 공정하지 못하고, 준비 부담이 너무 크고,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육부가 어떤 제도를 창의적으로 만들 자신이 없다면, 적어도 문제가 있다고 공감대가 형성되는 부분에 있어서 적절한 규제를 통해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방법이다.

모든 국민이 교육평론가가 될 정도로 관심이 많은 상황에서 한마디 보태기가 미안스럽다. 우리 때는 학력고사가 총 320점 그리고 체력장이 20점이었다. 체력장은 대부분 만점을 받으니  학력고사로 진검승부를 했다. 그 당시에도 하루 시험으로 인생이 정해지는 것은 가혹하다.

눈치 지원이 극심하다. 재수생을 양산한다. 학교교육에 신경 안써 학교가 황폐화된다 하는 비판이 많았다. 그러나, 이른바 공정성과 변별력에 관해서는 이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꽤 오랜기간 동안 이어져 왔다고 생각한다. 이 밋밋하지만 간단한 제도로 환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농어촌 등 상대적 낙후지역은 어떻게 하냐고? 사립대학은 몰라도 국공립대학은 지역별로 할당을 해서 뽑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농어촌 지역을 위주로 한 지방에서 40%를 뽑는 것이다. 그러면, 굳이 대도시로가서 치열하게 공부해야 한다는 공식이 지배하지도 않을 것이고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공부를 하게 될 것이다.

또 그런 인재가 낙후된 자기 동네를 위해 일할 가능성도 커진다. 국공립대학을 리더가 되는 인재를 양성하는 요람으로 생각하면 지역별 균형발전을 선도하는 역할을 맡길 수도 있을 것이다.

입시제도는 오로지 아이들을 중심에 놓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새 정부의 통치철학을 담는 것이 목적이라면 집권 때마다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동안 대졸학력이 필수처럼 생각되었지만 이제 대입이 전체의 30% 정도인 독일처럼 대학이 선택인 시대로 회귀할 수도 있다.

정부는 입시에서의 불균형을 채워주는 쪽으로, 지원해 주는 쪽으로 해야지, 자꾸 틀만 바꾸어서는 학생들만 괴로워질 뿐이다. 지난 육십 여 년의 역사가 증명한다. 이제 학생 그리고 학부모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나란히 목표를 위해 뛰어가길 기대한다. 열심히 뛰어도 거꾸로 뛰면 소용이 없다. 이번 대입제도 개편이 성공적이어서 마지막이길 진심으로 바란다.

배준영 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인하대학교 겸임교수  jyb1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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