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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서 과학인으로 산다는 게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18.04.23 14:05

[여성소비자신문]4월은 과학의 달이다. 4월 21일이 과학의 날이고 4월 22일이 정보통신의 날이다. 무척이나 과학을 중시하며 과학인을 존중하는 나라이고 잘 대우하는 사회처럼 보인다. 그런데 왜 이 땅의 과학자들은 자긍심이 바닥이고 이공계 대학 지원자는 감소하고 있는가?

젊은 과학기술인들은 기회만 생기면 해외 취업을 꿈꾸고 있는 것일가? 그나마 어렸을 때 꿈을 이루고자 연구에 몰두하다 연구업적이 좀 쌓여 공중매체의 조명을 받는 과학기술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국회의원, 정부관료, 대학 행정책임자로 자리를 옮겨 높은 지위와 권력에 안주하고자 갖은 노력을 다한다.

이러한 토양에서 과학계의 노벨상이 싹트겠는가?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과학기술 강대국이다. 연구개발비가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위이고 국제특허 건수는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4위이다.

이러한 나라의 과학기술인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자기비하와 열등감이 도사리고 있다. 내 자식이 돈 잘 버는 전문직 의사 이외의 다른 과학기술 분야에 뜻을 두는 것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 헐벗고 굶주린 우리나라를 경제대국으로 이끄는 성장 동력이 되어왔던 과학기술의 중요성과 과학기술인에 대한 존중이 배부른 우리 국민들에게는 힘들고 별 볼일 없는 3D 업종으로 인식되고 있다.

게다가 정치권력 획득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정치 권력자들과 그의 추종자들의 예속물 취급을 당하면서 과학기술인들은 잃어가는 자긍심과 함께 상대적 발탈감은 갈수록 커지게 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탈원전 정책’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원자력 발전소는 훗날 국가의 재앙이라고 주장하며 당시 공정률이 30% 가까운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현재 국가적 환경 재앙인 미세먼지의 주범인 화력발전과 경유자동차 문제는 덮어 둔채 그 후 과학자, 기술자, 학생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쳐 슬그머니 공론화라는 편법을 써서 공사는 재개되었으나 막대한 국고의 손실을 가져왔다.

동국대 의대교수 한 사람과 그 주위의 환경론자들의 황당한 ‘원전괴담’에 흔들린 일반인들의 표를 의식한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난 3월에 중동의 아랍에미리트(UAE) 정부를 국빈방문한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에서 했던 이야기와는 정반대로 원전을 ‘신의 축복’이라고 극찬을 했단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최고의 원자력발전소 기술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그곳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 중인 것이다. 아무리 정치인이라지만 그렇게 한 입으로 전혀 다른 두 가지 말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으나 귀국해서는 국내용 정치를 할 것이기에 원자력공학자나 기술자들의 마음은 이미 떠난 상태이다.

과학이 정치와 경제 권력에 휘둘리는 경험은 10년 전에도 마찬가지이었다. 2008년도 서울광장을 난장판으로 만든 ‘미국산 광우병 소고기 사태’ 또한 진보와 보수 세력 간의 권력다툼에서 과학이 실종되고 과학인들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평생 축산학을 공부한 필자로서도 황당무계한 정치인들과 군중심리에 할 수만 있으면 이 나라를 떠나고 싶었다. 그때 괴담으로 국민을 우롱했던 사이비 과학자나 선동가들은 사과 한마디 없고 이번에 그들이 정권을 잡자 나보란 듯이 더 날뛰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개발을 두고 정치 세력간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과학자들의 자괴감은 어떠한가? 4대강 개발이 환경생태계의 파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하던 동료교수는 당시 4대강 추진세력의 기피인물이었고 반대하는 야당에게는 구세주와 같았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고 4대강 개발이 추진되자 앞으로 댐 건설로 인한 환경 변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조사가 필요했기에 연구비 신청을 했으나 당시 여당은 물론 야당 정치인들에게 조차 외면당했다.

왜냐하면 4대강 개발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이미 야당 정치인들을 매수하여 자기 편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권력과 재력을 거머쥔 정치 경제가 과학을 무기력화시키고 예속시킨 것이다.

결국 4대강 댐 공사만 끝내고 이보다 더 중요한 4대강 유역이나 지류인 하천은 방치하였기 때문에 4대강 생태계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독일이나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운하와 하천의 성공적인 개발은 오랜 기간의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의 결실인데 말이다.

결국 이 분야의 과학기술인의 실망과 좌절은 연구개발의 포기이거나 아니면 권력과 돈을 향하여 눈길을 돌리게 만든다.

과학이 정치권력의 도구로 전락하거나 결탁하는 것은 북한과 같은 독재정권에서는 더하다. 북한의 독재자 김정일이 과학중시정책을 폈다는 것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핵무기 개발을 위해서이다. 3대 세습독재인 김정은도 대륙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해 이 분야의 과학자들을 최고로 우대해 준다고 한다.

지난해에 출판된 탈북작가 김평강의 소설 ‘풍계리’를 읽었다. 풍계리는 북한이 6번에 걸쳐 핵실험을 단행한 핵실험장이다. 경치가 수려한 처녀지인 백두산 줄기 만탑산 속 풍계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엘리트 과학자들의 권력도구화와 그토록 아름다운 자연과 생명체들이 지옥처럼 황폐화되어가는 처참한 상황을 소설의 형식을 빌려 설명하고 있다.

이 시대의 가장 부도덕하고 무자비한 독재자를 향하여 갖은 추태를 부리는 이 땅의 좌파 추종세력이 앞으로 자신들의 정치 권력을 위해 과학자들을 어떻게 이용하려는지 두렵다. 이럴 때 일수록 국민들이 정신을 차려야 할 텐데 과거 히틀러의 광란에 춤추던 독일인들처럼 허황된 북쪽 주사파의 거짓 민족주의에 놀아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 같다.

지난번 우리 연예인들의 평양 공연에 김정은이 관람하고 악수까지 청해준 황송함에 위대한 수령 동지에 대한 온갖 찬사를 쏟아내는 철없는 연예인들을 보며 오늘도 연구실, 실험실, 산업현장에서 땀 흘리는 과학기술인들의 심사가 편할지 모르겠다.

정치나 경제는 권력과 돈을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과학인을 지키고 돌보는 것은 자기 자신들이고 현명한 국민들이어야 한다. 우리 과학기술인들은 ‘역사는 과학기술 발전의 산물’이라는 소명의식과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내일의 아름다운 이 나라 이 땅을 소망하며 나아가자. 과학인의 자긍심을 회복하자.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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