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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한계가 아이를 자유롭게 한다부모교육 칼럼
김진미 빅픽처가족연구소 소장 | 승인 2018.04.23 11:47

[여성소비자신문]고등학교 자녀를 둔 어머니들 대상으로 커피브레이크 페어런팅 교육을 할 때다. 영은씨가 인터넷 쇼핑에 빠져 있는 딸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았다.

“제가 힘들어도 웬만하면 아이가 원하는 건 사주려고 노력해요. 비싼 건 못 사주지만…. 아이는 우리가 가난한 게 늘 불만이에요.”

대형 마트에서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영은씨는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았다. 그럼에도 딸이 원하는 것은 가능한 들어주려 애썼다.

하지만 딸은 늘 불평했다. 사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사주지 않는 엄마에게 불만이 많았다. 유명 브랜드의 옷과 신발을 인터넷으로 골라놓고 계속 졸라댔다. 마지못해 몇 차례 사줬지만 아이는 새로운 요구를 되풀이했다.

몇 번을 사주면 아이는 부족감을 느끼지 않을까?

한계가 없는 욕구는 만족감도 없다. 욕구는 채우는 것이 아니고 조절하는 것이다.

아이는 스스로 한계를 정하는 일에 익숙지 않다. 한계를 경험해보지 않은 아이들은 욕구를 조절할 줄 모른다. 계속 채워도 부족하게 느껴지고 오히려 불만과 분노만 늘어간다.

정해진 한계 범주에서 자유를 누릴 때, 아이들은 안정감을 느낀다.

교육을 받으며 영은씨는 딸에게 한계를 정해주기로 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일정 금액 안에서 인터넷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 대신 원칙을 세웠다. 한계 금액 안에서 아이가 무엇을 고르던 잔소리하지 않기로 했다.

한계가 없을 때는 아이는 물론 엄마도 불안했다. 아이가 고른 옷들이 엄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 차례 입으면 버릴 싸구려 옷들이었다. 아이가 산 옷에 대해 잔소리하고 실랑이가 되풀이되니 둘의 관계가 나빠졌다.

아이는 한계 안에서 자유로이 쇼핑을 하게 되었다. 엄마는 한계를 정해주고, 그 안에서 아이의 선택을 존중했다.

“여전히 딸이 사는 옷들이 맘에 안 들어요. 하지만 아무 말도 안하고 존중해주고 있답니다. 그랬더니 저도 마음이 편하고 아이도 좋아하네요.”

처음 한계를 정할 때 아이들은 반발한다. 행동을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던 아이가 규칙을 지키려면 욕구를 제한해야 한다. 게다가 벌칙까지 받게 된다면 아이들은 억울한 마음에 반항하게 된다. 그러나 한계가 분명하고 그 안에서 행동해야 한다는 지침을 줄 때, 아이들은 훨씬 안정감을 느낀다.

아이들은 사실 권위 안에서 통제 받기를 원한다. 권위 있는 어른이 정확한 지침을 주기를 바란다. 지침이 없을 때 아이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것이다.

임상심리학자 토니 험프리스는 그의 저서 ‘훈육의 심리학’에서 아이들의 훈육 문제는 도움을 구하는 외침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자신의 삶 속에 공포와 불안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리려고 행동한다. 사실상 도움을 원한다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채워지지 않은 욕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감정적으로 너무 위험한 일이다. 그리하여 다른 방식으로 안전과 사랑을 주는 데 실패한 어른들을 일깨우는 방법을 찾아낸다.”

울타리가 없는 정원에서 아이가 놀고 있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엄마는 노심초사한다. 아이가 차도로 걸어 나갈까봐 걱정이다. 정원 가장자리에 있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까 봐 걱정이 돼서 자꾸 아이에게 잔소리를 한다. 과잉보호로 아이의 행동을 제지하게 된다.

반면 울타리가 있다면 어떨까? 아이들은 그 안에서 안전하다. 차도로 나갈 일도 없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일도 없으므로 부모도 아이도 안정감을 느끼며 활동할 수 있다.

적절한 한계를 정하고 그 안에서 자유를 주는 것이다. 울타리를 쳐 놓고 그 안에서 아이가 어떤 놀이를 하고 놀지에 대해서는 자유를 주는 것과 같다. 안전하고 적절한 한계를 정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책임 있는 행동을 가르치는 첫 번째 과정이다.

 

김진미 빅픽처가족연구소 소장  bigpicturefami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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