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권오준 포스코 회장, 황창규 KT 회장 <사진제공=뉴시스>

[여성소비자신문 김성민 기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사임했다. 권 회장의 중도 사퇴로 포스코는 지난 2000년 국영기업에서 민영화로 전환된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이 바뀌는 오명을 가지게 됐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 18일 열린 긴급 임시이사회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한 권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0년 3월까지로 2년 가까이 남았다.

특히 권 회장은 최근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지난달 31일 열린 창립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권 회장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나오는 최고경영자(CEO) 교체설에 대해 "정도에 입각해서 경영을 해나가는 게 최선이라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이 교체되는 수난사가 반복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고(故) 박태준 초대회장이 물러난 이후 황경로 회장, 정명식 회장도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뒤를 이은 김만제 회장은 김영삼 정권에서는 임기를 채웠지만 김대중 정부로 이어지면서 중도 사퇴했다. 유상부 회장은 1996년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물러났으며, 이구택 회장은 지난 2003년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중도 사퇴했다. 정준양 회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09년 중도 사퇴한 바 있다.

권 회장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해외 순방 때 경제인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며 교체설이 증폭되기도 했다.

지난 2002년 민영화된 KT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KT를 이끌었던 남중수 전 회장은 정권이 바뀌고 나서 배임수재 등 비리 혐의에 휘말렸다. 그는 검찰이 제기한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구속 두 달 전 자진 사퇴했다.

후임인 이석채 전 회장은 박근혜 정권 들어선 후 횡령혐의로 수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고, 대표이사직을 중도 사퇴했다.

뒤를 이은 황창규 회장도 최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CEO들의 공식적인 사임 이유는 다양했지만, 정권이 교체될 때 마다 CEO의 중도사퇴가 반복되면서 민영화된 공기업 인사의 정권 개입 문제가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와 KT는 엄연한 민영기업이다. CEO가 교체될 필요가 있다면, 외부가 아닌 임직원들과 주주들이 해야할 것이다.

김성민 기자  smk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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