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창립 15주년 기념식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국내 TV 예능·오락 프로그램에 성차별적 내용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성역할 고정관념과 성폭력의 희화화, 외모지상주의 조장등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19일 “국내 TV예능·오락프로그램의 성차별적 내용이 성평등적 내용의 8배에 달하며, 성역할 고정관념이나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등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양평원은 3월 1일부터 7일까지 1주일 간 방송된 지상파 3사·종합편성채널 4사·케이블 2사의 예능․오락 프로그램 가운데 시청률 상위프로그램 총 33편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니터링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양평원에 따르면 3월 예능·오락프로그램에서 나타난 성차별적 내용은 총 56건으로, 성평등적 내용(7건)의 8배였으며 전년도 7월 모니터링 결과(19건)와 비교해도 3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방송에 포함된 성차별적 내용은 성별 고정관념, 외모 폄하에 따른 외모 지상주의 조장, 성폭력의 희화화와 정당화 등으로 분석됐다.

양평원은 종합편성채널 A 프로그램 남성 출연자의 ‘적어도 브런치 모임이 있는 한 정부가 어떠한 부동산·교육 정책을 내놔도 성공할 수 없어요. 정책이 발표되면 바로 다음 날 브런치 모임을 갖고 작전을 설계해서 단합행동을 해요. 여자 3명 이상 모인 브런치 모임을 단속해야 해요.’라는 발언을 지적했다. 해당 장면으로 왜곡된 성별 고정관념을 드러냈다는 것.

케이블의 B 프로그램에서는 남성 출연자가 ‘예쁜 것 같다 하는 분들은 앞으로 앉아 주시고, 난 좀 아닌 것 같다 하는 분들은 뒤로 자리를 좀 바꾸는 시간을 갖겠습니다.’라고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양평원은 “여성 방청객의 외모를 폄하하고 놀림거리로 소비하는 등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했다”고 분석했다.

양평원은 또 ”지상파의 C 프로그램에서는 성폭력을 문제의식 없이 개그 소재로 이용했다“고 덧붙였다.

양평원은 이를 두고 “여성 방청객에게 하녀역할을 맡게 하면서 물건으로 지칭하고, 폭력을 휘두르려 하거나 남성 출연자들이 번갈아가면서 포옹을 하고 몸을 마구 잡아 흔드는 것을 웃음의 소재로 삼았다. 다른 코너에서는 남성 출연자가 거부의사를 표현하는데도 여성 출연자가 선정적인 대사와 함께 신체접촉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며 성희롱․성폭력을 희화화·정당화했다”고 발표했다.

양평원은 한편 프로그램의 출연자 성비와 진행자의 성별을 분석한 결과 전반적으로 남성이 예능․오락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양평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3개 방송의 전체 출연자중 여성은 35.4%(140명), 남성은 64.6%(256명)이었고 주진행자의 성비는 여성이 16.2%(11명), 남성이 83.8%(57명)이었다.

이에 양평원 관계자는 “최근 성차별,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자정노력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TV 예능·오락 프로그램의 성평등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성차별, 성폭력 내용이 프로그램 소재로 이용되어 합리화 또는 정당화되지 않도록 방송사 및 제작진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매우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평원은 3월 모니터링에서 발견된 성차별적 사례 일부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개선 요청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지안 기자  hann923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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