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Les Miserables), 직역하면 가련한 이들, 불쌍한 이들로 해석되는 이 작품은 주인공 비참한 삶과 양심에 대한 극적인 선택 때문에 주역인 장발장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레미제라블은 이미 책과 뮤지컬로 인해 스토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다. 하지만 영상화만큼은 좀처럼 실현되지 않았는데 이미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는 뮤지컬 레미제라블과 차별화되면서도 이를 뛰어 넘으려는 작품성을 만들어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1985년 런던에서 초연한 이래 27년째 영국에서 공연되고 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뮤지컬이다.

토니상, 그래미상, 올리비에상 등 70개 이상의 세계적인 주요 뮤지컬 상을 석권했고, 전세계 42개국 308개 도시에서 21개 국어로 공연되었으며 한국에서도 초연 공연이 성황리에 진행된 바 있다.

세계 4대 뮤지컬 프로듀서 카메론 매킨토시는 오랜 시간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영화화를 꿈꿔왔다. 알란 파커를 비롯한 수많은 감독들이 러브콜을 보냈음에도 불구, 영화 제작은 쉽게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던 2012년, <킹스 스피치>를 맡은 바 있는 톰 후퍼 감독이 비로소 영화 <레미제라블>의 메가폰을 잡게 됐다.
기라성 같은 감독들을 제치고 톰 후퍼가 맡은 것은 단순히 그가 2010년 <킹스 스피치>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것 때문만은 아니다.

톰 후퍼 감독은 드라마 TV시리즈 연출로 경력을 쌓은 사람이다. 그의 장기는 정해진 시간 내에 주어진 플롯을 최대한 이용, 시청자에게 극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슬픔이건, 분노이건, 기쁨이건, 그의 감정을 뽑아내는 기술은 연출가들 사이에서도 정평이 나있다.

하지만 함부로 감정을 유발하는 것은 싸구려 기술로 취급되기도 한다. 별다른 개연성과 인물에 대한 깊은 이해없이 기기묘묘한 설정만으로 감정을 이끌어는 기술이 특히 그러하다.

하지만 톰 후퍼의 그것은 자신이 다루는 인물에 대한 깊은 이해로 우러나오며, 캐릭터가 강하게 부각되는 정극에서 가장 화려한 빛을 발한다. 그가 레미제라블을 위한 감독으로 선택된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영화화라는 대업을 맡은 톰 후퍼는 인물들의 생생한 모습을 스크린에 담기 위해 뮤지컬 역사사상 최초로 라이브 녹음을 시도한다. 일반적으로 뮤지컬 영화들은 배우들이 노래 따로, 연기 따로 녹음해 립싱크 하는 방식으로 화면을 만들어 낸다. 립싱크 연기는 아름답고 조화로운 뮤지컬 넘버들을 들려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연 배우들의 몰입감이 다소 떨어질 수 있고 이는 생동감을 가로막는 장애가 된다.

톰 후퍼가 고른 배역들은 연기와 노래, 그 격한 몸짓을 소화해낼 수 있는 발음과 발성력, 표현력이 뛰어난 배우들로 선정되었다. 장발장역으로는 이미 노래실력으로는 헐리우드에서 정평이 나 있는 배우 휴 잭맨이, 냉정한 자베르 경사역으론 힘있는 저음을 가진 러셀 크로우, 코제트에 뜨거운 애정을 가진 어머니 팡틴 역으론 앤 해서웨이, 코제트 역으론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에서 빼어낸 미성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한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맡았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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