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과거에는 학교 내에서 발생한 성범죄 등은 피해자가 일반 교사, 학생에 한정돼 사실이 드러날 경우 학교를 위해 피해 교사나 학생을 해임하거나 전학시키는 등으로 무마해 해결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피해사실을 교육청 또는 경찰이나 상담소 등에 신고하는 피해자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교사나 학교, 학부모들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피해자가 부당한 대우를 당하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기관 역시 늘고 있는 추세다.

성희롱은 성범죄 중 하나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5호에서 엄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해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그 밖의 요구 등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고등학교 교사 B씨는 지난 2010년 수련원에서 실시된 2학년 학생 수련활동 인솔교사로 참여해 다른 교사들과 술을 마신 뒤, 음주상태로 자신을 믿고 따랐던 여학생과 바닷가 산책에 나섰다.

그러나 산책 도중 여학생을 껴안고 이마와 볼에 강제키스를 하고 허벅지를 만졌으며, 수련활동이 끝난 다음날에도 교무실에서 엉덩이를 치는 등 성추행했다.

이에 해임처분을 받은 B씨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소청위는 B교사의 해임 처분사유는 사실로 인정되며 청구인이 주장하는 제반사정을 감안하더라도 그 소위에 비춰 해임 처분이 과중하다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문제는 성희롱 문제가 비단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교감이나 교장, 또는 동료 남자교사들에 의한 성희롱은 물론, 최근에는 학생들의 장난을 넘어선 성희롱에 몸살을 앓고 있는 여교사들이 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학교 내 성희롱’으로 검색을 하면 이와 관련된 많은 상담글과 경험담을 볼 수 있다. ‘학교 내 성희롱인지 봐 주세요’, ‘학교에서 성희롱을 당한 것 같은데…’ 등 많은 문의에도 불구하고 성희롱에 대한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아 피해자만 늘고 있다.

여성의 마음을 살해하는 성폭력

학교 내 성폭력 문제도 심각한 실정이다. 도가니 사건으로 유명한 광주인화학교로 다시 한 번 화자가 된 바 있는 장애인 학교의 성폭력 문제는 이미 예전부터 많은 전문가들에게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피해자 본인이 피해 사실을 정확히 알리기 힘들어 피해에 비해 해결되기 어렵다. 영화 ‘도가니’로 다시 수사에 착수했던 광주인화학교 사건은 사건 발생 후 7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광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이상현)는 지난 7월 5일 청각장애 여학생을 성폭행하고 범행 목격자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인화학교 전 행정실장 김모(64)씨에 대해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전자장치 부착 10년과 신상정보 공개 10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에 대해 사건이 발생한 지 7년이 지나 피해자가 인화학교의 다른 성폭행 사건과 혼동하고 있어 피해 상황과 경위 등의 진술에 일관성이 부족하고 과장된 면이 있으나 범행 장소와 양손을 끈으로 묶었다거나, 당시 상황의 감정, 가해자 등을 일관되게 진술한 점 등에 비춰 장애 내용과 특성을 감안하면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밝혔다.

광주인화학교 사건으로 인해 일명 ‘도가니법’이 국회에 통과됐으나 아직도 장애학교의 성폭력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9월에는 6명을 성폭행하고 5명을 강제추행한 충남 천안인애학교 교사 A(47)씨가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5~6명이 함께하는 실습시간에 다른 학생들을 화장실이나 밖으로 나가게 한 뒤 B양을 무릎에 앉히고 컴퓨터로 음란물을 보며 성추행했으며, 여학생 기숙사에 들어와 다른 여학생들이 자고 있는 사이 B양을 성추행하는 등 지난 2010년 5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이동욱)는 지난 9월 26일 A씨에 대해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혐의로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신상정보 공개 10년과 전자장치 부착 10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A씨가 6명의 피해자를 6회의 성폭행과 5회 강제추행에 이어 범죄현장을 목격한 장애학생에게 발설하지 말라는 등 흉기로 위협한 혐의를 인정했다.

학생 간 벌어지는 장난 아닌 범죄

지난 4월 19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12년 제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139만명 중 12.3%인 17만명이 ‘최근 1년간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조사 결과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교폭력의 특징 중에 성과 관련된 폭력이 많았으며, 특히 중학교에서는 성희롱이나 성추행 등 성폭력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었다고 교과부는 밝혔다.

또, 지난 9월 9일에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교복이 벗겨진 채 교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학생의 사진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선 바 있다.

이외에도 최근에는 학생이 여교사를 상대로 성희롱을 하는 등 장난이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

학교 내 성범죄 피해 실태는 어느 정도일까. 탁틴내일 청소년 성폭력상담소 추국화 소장은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학교 밖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교사나 학교가 몰라 신고하지 못했던 사건들이 비슷한 피해가 발생했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신고나 의뢰를 하는 학생이나 부모, 교사들이 늘어난다”며 “학생보다 교사나 학부모가 상담을 의뢰하거나 신고하는 비중이 크지만 그분들이 스스로 알아서 신고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아이들이 신고의지를 갖고 선생님이나 부모에게 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이런 성범죄 문제를 학교폭력 근절 노력과 함께 근절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 대해서는 “아직 멀었다”고 밝혔다.

추 소장은 “지금은 피해가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는 것 뿐”이라며 “피해를 신고해도 무혐의 처분을 받는 일이 다반사고 법률 조력 역시 학생과 아동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이 법률조력자라고 한다. 여기에 장애까지 더해졌을 때는 더 심각해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해자 상담과 치유 등 사후지원 체계에 대해서는 “산부인과나 정신과 등 일부만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춘 상태”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추 소장은 현재 피해를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사회적으로 보이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주는 것밖에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어 안타깝다”며 “(성범죄 등을) 안 겪었으면 좋겠지만 피해를 겪은 학생들이 있다면 상담이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도 많으며, 즐거울 수 있는 성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정효정 기자  hj@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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