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당선인이 선거기간 내내 강조한 내용은 바로 ‘민생’을 위한 정치다. ‘독재자의 딸’이라는 굴레에서 매번 벽에 부딪히면서도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 박 당선인의 뜻으로 보인다.

제18대 대선이 마무리되면서 박 당선인의 공약에 다시 한 번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성소비자신문>은 앞으로 박 당선인이 바꿔나갈 여성정책에 대해 짚어봤다.

여성이 만드는 여성정책

박 당선인은 당선이 확실시 되던 지난 19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 특별무대서 “국민 모두가 꿈을 이룰 수 있는 작은 행복이라도 지키면서 살아갈 수 있는 국민 행복시대를 반드시 열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 당선인이 선거 중 강조한 약속과 민생, 대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박 당선인이 말하는 여성정책은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와 일과 육아의 양립문제, 보육, 그리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 만들기에 집중된다. 

정부-기업 등 고위직에 여성진출 기회 확대

박 당선인은 오는 2017년까지 미래 여성인재 10만 양성을 위해 여성장관 및 정부위원회 내 여성위원 비율을 단계적으로 대폭 확대하고 공공기관 여성관리자 목표제를 도입, 평가지표에 반영토록 할 예정이다. 또한 여성교수 및 여성교장 채용쿼터제를 도입하고 여성인재 아카데미도 설립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약을 밝힌 바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여성권한지수(GEM) 순위는 지난 2009년 기준으로 61위에 머물러 있다. 여성의원의 비율은 14%, 여성고위전문위원 및 공무원비율은 9%에 불과하다. 성평등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성의 고위직 비율 증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정인 것이다. 

또, 여성 근로자의 고용 기준 미달 범위(현행 여성근로자 및 관리자의 고용비율 평균 60%)를 70%로 확대해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를 강화하고 이를 이행하는 우수기업에 대해서는 정부조달계약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이와 함께 이를 미이행하는 기업에 대한 이행강제력을 담보하기 위해 시정 권고를 지키지 않는 기업의 명단도 공표할 계획이다.

육아부담 분담한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직장인 여성들이 늘어가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증가하면서 생긴 기묘한 현상이다.

이에 박 당선인은 이런 여성들을 위해 종합육아지원 대책 마련이 시급하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종합육아서비스로 임신초기 12주와 임신말기 36주 이후 일일 2시간씩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안과 출산 후 1개월간 남성 출산휴가를 장려하는 ‘아빠의 달’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신과 출산은 엄마인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빠인 남성도 가족으로써 출산의 기쁨과 책임을 공유하며 출산휴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통상임금의 100%를 보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외에도 저소득층 자녀수에 따른 세액 공제를 제공하는 자녀장례세제를 마련하도록 하고 셋째 아이부터 대학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는 방안과 민영주택 다자녀 특별공급 확대(5%~10%)도 검토할 예정이다.

그러나 셋째 아이부터 대학등록금을 전액 지원한다는 박 당선인의 공약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박 당선인은 이미 0~2세 영아 보육료를 국가가 전액 지원하고 양육수당을 증액하겠다고 밝혔으며, 3~5세 누리과정 지원비용 역시 증액하고 국공립 어린이집 50개소를 신축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시설 100개소를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전환하고 공공형 어린이집을 확충하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어 재정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팽배하다.

이에 대해 박 당선인은 관련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지난 3월 0~2세 영유아 전면 무상보육이 재정문제로 인해 사실상 무산되면서 이번 공약 역시 무산될 가능성이 크지 않느냐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박 당선인은 지난 7월 11일 충청에서 중앙과 지방정부의 협력과 관련해 영유아 무상보육에 대한 갈등을 예로 들며 “정부는 재정지원에 자신감이 섰기 때문에 소득과 관계없이 보육료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것으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외에도 수요자 맞춤형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영아종일제 돌봄 서비스를 만 0세에서 만 2세로 확대하고 지금의 획일적인 종일제 보육시스템은 여성들의 다양한 보육 수요에 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해결하기 위해 시간제 보육서비스 및 육아종합지원센터를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최대 고민 일과 가정의 양립

최근 사회에 진출하는 여성들이 증가하면서 결혼 후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들어 육아나 가사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여성들의 재취업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또한, 재취업 후에도 경력의 단절로 인해 이전에 비해 직업의 안정성이나 임금 수준이 열악한 근무 여건의 일자리로 이동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결혼 이후 경력이 단절돼 아이 양육 후 다시 일자리를 찾고 있는 김모(34․여)씨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니 일을 다시 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그러나 막상 일을 구하다보니 아이를 키우기 전에 했던 경력을 살릴 수 없었다”며 “언제든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잠깐의 교육만 받으면 지금도 충분히 실무가 가능한데 어디를 찾아가도 제대로된 전문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여성들의 경력단절을 예방하는 정책과 함께 경력단절 여성들이 재취업 시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성들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각종 민간단체와 여성들의 목소리에 박 당선인은 “가족친화적인 근무환경을 제공해 근로여성이 출산과 육아 때문에 직장을 포기하거나 경력이 단절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여성이 마음 놓고 일을 할 수 있으려면 보육시스템을 수요자 맞춤형으로 전환해야 하며, 가족친화적 기업문화에 솔선수범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박 당선인은 이런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경력단절 여성의 숙련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여성의 직업능력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산업대학, 폴리텍대학, 직업교육기관 등을 통해 다양한 커리큘럼과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했다. 또한, 경력단절 기간에 맞춘 집중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들에게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새로일하기센터를 확대해 직업상담과 다양한 직업훈련, 취업알선 등 취업지원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이를 위해 여성훈련과정 및 새로일하기센터를 30개소씩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력단절 여성의 직업훈련과정을 내실화하고 단순 직업 교육이 아닌 전문직에 취업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돼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여성들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마련될 예정이다. 박 당선인은 산모들이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임신에서 출산에 대한 지원은 물론 기저귀, 분유 값 등 양육비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임신․분만 취약지역에 대한 의료지원 확대를 위해 산부인과 외래지원을 확대하고 응급이송체계를 구축,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에 공공형 산부인과를 신설한다. 저소득층가구를 위해서는 12개월 영아까지 조제분유 및 기저귀를 지원하고 영양플러스사업 지원 확대, 난임부부 체외수정․인공수정 지원 대상 및 지원비 확대, 만 12세 이하 아동에 대한 필수예방접종비 무상지원, 고위험 임산부 별도 진료에 따른 경비지원, 고위험 임산부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고위험 분만 통합치료센터를 설립하겠다고 공약했다.

성폭력 피해자 위한 지원서비스 강화

성폭력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지원과 제도가 마련되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 보호 과정에서 벌어지는 2차 피해 발생을 막기 위한 방안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또,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지원제도의 이용실적이 저조해 실효성 제고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박 당선인은 수사부터 재판까지 과정에서 경찰이나 검사, 변호사 등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이해 부족이나 법률적 지식 부족으로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무료법률지원을 확대하고 진술전문가를 양성할 계획이다.

현재 무료법률 지원건수는 매년 10% 증가하고 있으며, 진술전문가는 2012년 10명에서 오는 2017년에는 27명을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의료기관 및 상담시설이 대도시에 밀집돼 있는 점을 개선해 대도시 이외 지역의 피해자들도 손쉽게 의료기관과 상담시설을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의료방문서비스도 확대할 계획이다. 돌봄서비스를 통해 피해자 간병 및 보호자의 경제활동을 지원하며, 피해자의 보호자 의료비 지원을 확대하고 부대비용 지원도 실시한다.

이외에도 피해자 기초생활유지비 지원제도를 도입해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을 현행 4%에서 5%로 확대하고 피해자의 거주이전 지원도 강화한다. 한국판 CSI ‘성범죄 전담반’을 신설해 수사부터 재판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

정효정 기자  hj@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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